[사람과 사람들] 동국대 불교대 외국인 첫 수석 , 자재 스님

“세상에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2017-06-15     김우진
자재 스님/ 사진 : 최배문

올해 초,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최초로 외국인 수석 졸업자가 나왔다. 네팔에서 온 수행자다. 2011년 한국으로 온 네팔인 크리슈나 쿠마르 싱은 한국에서 계를 받아 자재 스님이 되었다. 대학 수석 졸업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에 진학했다. 봄기운 가득한 대학 캠퍼스에서 자재自在 스님(34)을 만났다.

 

| 크리슈나에서 자재 스님으로

네팔 중남부 도시 빌간지, 인도 국경에 인접한 곳이 고향인 자재 스님은 모태 힌두교 신자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전 세계 160개국에 있는 세계적인 힌두교단체 가야트리 파리와르Gayatri Pariwar에 가입해 활동할 정도로 독실했다. 그는 네팔에서 대학을 다니며 영어교육을 전공했고, 졸업 후 영어교사로서 네팔경찰학교라는 국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문득 종교에 관해 의구심이 떠올랐고, 어떤 종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믿어야 할지 고민했다.

힌두교인으로서도 의문이 확장되어 다른 종교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불교의 법을 알게 되었다. 요가를 배우러 인도에 갔을 때 만난 한국인 친구가 떠올랐다. 불자였던 그 친구에게 한국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속에 있던 종교에 관한 고민들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어졌다. 종교는 유연하고 중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종교에 관한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11년 8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광주 문빈정사의 법선 스님을 소개 받았다. 스님과 대화 후 부처님 제자로 살기를 다짐했고, 출가를 결심했다.

“외국인 행자 과정은 화계사에서 한다고 해서 서울로 올라와 그곳에서 차근히 배워나갔어요. 일과에서부터 예절과 의식 등 모두 처음인 것들뿐이었습니다. 처음 행자 생활하면서 사실 대부분이 힘들었어요. 언어와 음식부터 생활방식, 문화, 정서 등 어려움이 많았죠.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은 이 음식 다 맛있게 먹고 잘 자고 잘 생활하는데 왜 나만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내가 믿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돌아보고 의심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전문적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2013년 입학 후 2017년 졸업을 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허투루 생활할 수 없었다. 전체 평점 4.4로 수석졸업을 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또 거기서 보람을 느꼈다. 올 3월, 구족계를 받았고, 사람과 사회에 관하여 더 공부하고 싶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 배우고 고민하며 깊어지다

자재 스님/ 사진 : 최배문

- 스님 졸업하신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동국대학교 졸업식 후에 잠시 광주 문빈정사에 내려가서 은사스님께 인사드리고 조금 쉬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수님들을 미리 찾아뵀어요. 앞으로 공부할 방향에 대해 여쭙고 책도 읽으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개강한 지도 벌써 한 달 이상 되었네요. 지금은 다른 학생들처럼 수업 들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 인류학을 공부하시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포교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 포교에요. 하지만 제가 하려는 포교는 선교(missionary)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예요. 물론 저는 스님이고 제가 배운 것이 불교이니 불교적으로 말해주겠죠. 근데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문제점들에 관해서 알고 싶어 인류학과를 선택했어요.”

-그럼 젊은 세대 포교가 스님의 목표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종교 포교가 아닙니다. ‘불교를 포교하는 것’이 맞지만 ‘불교만 포교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을 함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스님의 하루는 공부로 시작해 공부로 끝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참선 후 책을 펼치고, 학교에 가서는 학업에 충실하며,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책을 붙들고 있다. 스님의 포교는 공부하며 만나는 많은 이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 이어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자재 스님. 스님은 공부 시간 틈틈이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려 한다.

자재 스님은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생각 없이 한 사람의 부처님 제자로 주어진 곳에서 열심히 포교하겠다고 전했다. 불법을 전함으로써 자신이 받았던 도움들을 회향하려는 계획이다.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정진 중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말이 없어요. 모두들 바쁘고 피곤해 보입니다. 사실 요즘 같은 사회에서누구나 생활하는 게 힘들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맡은 일 안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살아가야 할 인생이잖아요. 저는 조금 더 밝은 사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웃으며 일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사회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자재 스님은 미래의 종교에 관한 고민과 사회가 원하는 승려의 역할을 찾으며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스님은 “남의 슬픔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같이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어야 해요.”라며 중생제도의 서원을 새기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계속 공부해서 박사과정까지 가고 싶네요. 더 깊이 배워 세상에 부처님 말씀 잘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