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당신 덕분에 내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나입니다.”

2017-06-15     김성동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당신 덕분에 내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나입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2012년 7월 8일 새벽 2시. 미황사 주지실에 불이 켜져 있다. 금강 스님은 8박 9일 일정의 ‘청년출가학교’에 참여한 20대 청춘 40명 개개인에게 짧은 엽서 편지를 붓펜으로 쓰고 있었다. 밤 10시까지 일정을 마치고 내일 예정된 회향식에 전해줄 법명法名을 완료한 상태였다. 당시 나는 조계종 연수팀장으로 ‘청년출가학교’ 실무를 맡았다. 옆에서 졸린 눈을 누르고 “스님, 이렇게 개인별로 쓸 필요가 있나요?” 하며 짐짓 몇 시간 이후의 새벽예불 일정을 걱정했다. 스님은 “아, 한 장 한 장 정성을 담아야 합니다. 받는 사람이 얼마나 좋겠어요.” 하며 눈을 엽서에 바짝 대고 글씨가 흐트러질까 집중해 써내려갔다. 겨우 편지쓰기 끝내는 것을 본 후 나는 옆방 숙소로 들어갔다. 오전 4시 새벽예불 소리가 얼핏 났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웅전에서 금강 스님의 예불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밤을 그냥 보낸 듯했다. 스님이 지도법사로 참여한 프로그램을 실무하면서 ‘정성을 다한다.’는 말을 눈앞에서 본 셈이다. 오랫동안 몸에 익힌 습관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 2천여 명과 수행 면담한 스님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1982년 17살 때 해남 대흥사에서 지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니, 절집에 온 지 햇수로 35년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작년 12월 31일에 천일결사를 회향하고, 올해 2월에는 미황사에서 10여 년간 이어온 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가 100회를 맞았다. 매회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참여했으니 스님이 직접 수행 면담을 한 사람이 2천여 명에 이른 셈이다. 백양사에서 서옹 스님을 모시고 ‘참사람 수행결사’를 20여 차례 진행한 것을 더하면 스님과 인연을 맺은 이는 더 늘어난다. 7박 8일 동안의 프로그램을 스님이 온전히 홀로 끌고 간다. 스님과 개인별 수행 면담이 필수다. 2천여 명이 스님과 내밀한 면담을 이어간 것이다. 한국불교계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듣고, 수행 지도를 한 스님이 또 있을까?

“서울에서 중앙승가대학을 다녔고, 94년 종단개혁과 95년 실천불교승가회 조직국장을 했습니다. 도회지에 많이 살았죠. 그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불교의 미래가 사회변혁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승가를 오랫동안 말씀하십니다. 모여서 함께 수행하는 것. 이것에 온 에너지를 쏟으셨습니다. 승가라는 모델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또 스님들이 어떻게 모이고 공부해야 하는가를 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바람직한 승가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인류의 마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도 승가에서 지혜와 자비가 나왔고, 어느 나라로 전파되어도 승가가 구성되었기에 그 수행의 향기로 사람들에게 지혜와 자비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승가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 스님은 미황사 이전에 백양사에서 97년부터 2년 동안 ‘참사람 수행결사’를 5박 6일 프로그램으로 20여 차례 진행했습니다.

“서옹 스님이 방장으로 계실 때 늘 ‘참사람 운동’을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시대는 인류가 위험한 시대다. 이것을 회복하려면 참사람 운동을 해야 한다. 그대가 그것을 해보라.’ 깜짝 놀랐습니다. 87세 노장이 떠날 준비를 하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자비심이 가득한 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참사람 운동’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 스님이 ‘참사람의 향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노스님의 영향이 컸겠습니다.

“그때 방장실 옆이 접견실인데, 그곳에서 5박 6일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방장스님 방 옆에서요. 당신이 하라고 했습니다.(웃음) 서옹 스님께서 법문하고. 그렇게 20회 정도 했습니다. 그때 노스님이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지도하는지, 법문하는 것도 다 봤습니다. 서옹 스님은 자비보살이었습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만났습니다. 수좌도 그렇고 누구나 공부를 물어오면 다 만나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도 철저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한 겨울에도 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고, 연로해 새벽에 법당을 못 가니까 방에서 가사 장삼을 수하고 예불합니다. 오전과 오후에 산책 시간도 정확하죠. 결제 때에는 5일에 한 번씩 『벽암록』 제창도 하셨죠.”

- ‘참사람 수행결사’를 20여 차례 운영한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IMF 실직자 단기출가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내가 (수행프로그램을) 평생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진짜다, 진짜 수행이 필요한 곳은 산속의 스님들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수행하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현대인들에게 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 그들도 간절했고, 나도 간절했다

미황사에서 2003년부터 ‘참사람의 향기’를 시작했다. 40명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노스님이 떠나셨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공부가 부족했다. 프로그램 등 많은 준비와 시설도 보완이 필요했다. 일본과 대만, 태국, 미얀마, 티베트, 미국 등 세계 수행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을 모두 찾아서 직접 참여했다. 적지 않은 것을 배우고 알았다. 2005년부터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참가자의 프로그램 효과가 가장 컸던 기간이 7박 8일이었고, 이 일정을 중심으로 운영하였다. 그때 결심한 것이 세 가지였다. 부족하더라도 한다. 한 사람이 오더라도 한다. 아무도 오지 않아도 홀로 한다. 이렇게 결심하니 좋았다. 처음에는 4명으로 한 때도 있었다.

“일반인들을 수행지도하려니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들은 간절했습니다. 나도 간절해졌습니다. ‘참사람의 향기’에 오는 사람들은 불자가 20% 정도입니다. 많은 고민을 안고 참가했습니다. 그 마음을 해소하고, 수행의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나 또한 나 스스로 온 마음을 내야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발심하는 말이 결국 나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 어떻게 하면 수행과 신심의 마음을 낼 수 있을까요.

“자기 고뇌들이 많습니다. 이 고뇌가 어디서 왔는가를 알게 해야 합니다. 또 이를 극복하는 데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동안 욕망과 집착으로 화를 내고, 과거의 경험과 지식으로 고집을 피우는 것이 삼독심三毒心이고, 그 고뇌가 이것으로 빚어진 고통인데, 여기서 떠나는 지혜가 있다, 이것을 내려놓으면 몸이 청정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고, 지혜가 생겨나니까, 세상을 사는 데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이 원리를 이야기해줍니다.”

- 이 원리를 이야기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가요?

“모든 것을 수행에 맞춰 이야기합니다. 참여한 사람들이 스스로 수행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 여기서 수행은 어떤 의미죠?

“자기 스스로 갖고 있는 평화로운 성품, 자유로운 성품, 행복한 성품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수행법은 화두를 드는 것입니다. 화두 수행을 하면 나를 잘 이해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수행을 통해 해탈했습니다. 자기 문제는 스스로 극복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삶의 관계 속에서 작은 일로 소모하는 일이 많습니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고민들은 수행을 통하면 쉽게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 교육, 지식에 따라 갖고 있는 고민들이 다 다를 겁니다. 개인별로 수많은 절실함이 있는데, 어떻게 답을 해주시나요?

“그래서 7박 8일 기간이 아주 좋습니다. 대부분 자기 문제가 선명하지 않고 복잡합니다.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슴에 쌓아둔 일도 있고, 마음속에서는 원수 같은데 또 밥은 해주어야 하고. 여기 와서는 이런 일상생활이 다 끊어집니다. 처음에는 자기 몸 속에 있는 독소를 배출해야 하고, 마음에 돌을 얹어두었던 것을 풀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야 하죠. 두 번째는 수식관數息觀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기 문제가 선명해집니다. 또렷해지죠. 그때부터 한 사람 한 사람 개별 면담을 합니다. 이때 무엇이 문제이고, 왜 수행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것이 해소됩니다. 자기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저와의 신뢰도 형성됩니다.”

 

| 무아無我를 한번이라도 체험해야

- 많은 사람들이 삶의 관계를 풀지 못해 고뇌하면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를 풀 수 있을까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고 원해서 태어난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생이 없습니다. 이 생을 가장 완성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 전체가 아니라, 지금 오늘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중심적인 사고를 하면 늘 불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무아無我와 연기緣起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한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 뜨는 태양이 기쁘고 환희롭습니다. 오늘 부는 이 봄바람이 무한히 고맙습니다. 이 봄바람이 수많은 나무를 일깨워서 꽃피우고 열매를 맺게 합니다. 또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 사찰을 만들고, 이 공간을 있게 한 겁니다. 핏덩이로 태어난 내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현재의 내가 있게 된 것입니다.”

- 무아를 체험한다는 것은 불교의 핵심인데, 이를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요?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나’라는 것은 오랫동안 자기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것이 연기법이고, 연기를 알게 되면 지혜롭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자비로 나타납니다.”

- 많은 사람들은 평생을 ‘나(我)’로 살아왔는데요. 스님 말씀처럼 ‘무아無我’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고뇌는 아我로부터 생겨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아無我를 체험해야 그 다음부터 공부의 마음이 열립니다. 그래야 바라보는 것도 달라집니다. 내 관점으로 보면 저 사람 때문에 늘 짜증나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무아의 관점으로 보면 아, 저 사람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구나, 하고 연관성을 알게 됩니다.”

- ‘참사람의 향기’에 참여한 후 일상에서 수행을 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요?

“‘참사람의 향기’에서는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함께 하는 사고로 바뀌게 됩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다보면 다시 나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화두를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두는 번뇌와 망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에서 문답하는 것입니다. 생각 이전의 자리는 막막합니다. ‘어느 자리가 그런 자리지?’ 하는 의문이 일어납니다. 어느 순간 화두일념이 되면, 바로 그 순간이 ‘생각 이전의 자리’입니다. 번뇌와 망상이 없는 자리로 갑니다. 그때가 바로 무아의 자리입니다. 잊어버렸다가도 화두를 들면 마음의 중심이 잡힙니다. 중심이 잡히기만 해도 됩니다. 우리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모릅니다. 그때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곳으로 마음을 의지하게 됩니다. 화두를 드는 사람은 늘 무아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늘 그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깨달음이 없더라도, 일상에서 늘 중심을 잡으면 바라보는 것이 달라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에 쌓여 계속 헤매게 됩니다.”

- 무아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가요?

“하루에 한번 정해진 시간에 30분 정도는 좌선을 권합니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12월 31일 3년간 매일 새벽 5시에 30분간 좌선하고, 108배를 했습니다. 이것을 ‘참사람의 향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30분 정진과 108배를 매일 지켜나가 보자, 이렇게 약속하고 어디에 있든 이를 실천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하루를 지내면서 감정에 끌리는 때가 많습니다. 좌선과 108배는 원래의 상태, 가장 조화로운 상태로, 최고의 컨디션으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 선禪의 자비慈悲

- 실제 일상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가요?

“좌선과 108배 하는 그 시간으로 하루를 온전하게, 그 마음으로 지내게 됩니다. 술을 먹어도, 탁한 음식을 먹어도 늘 108배와 30분 좌선을 생각하면 약속도, 음식도, 생활도 담백해집니다. 이 수행이 하루 전체를 지배했을 때 하루 전체가 수행이 됩니다. 또 일을 할 때도 일에 집중이 됩니다. 수행을 통해서 세상을 살게 된다면 자기 삶을 진중하고 행복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 삶에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 몸도 망가지고, 시간도 휙 갑니다. 스스로 자괴감도 들고 화도 나고,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지혜가 나오지 않습니다. 또 보는 것마다 욕심을 냅니다. 그렇게 삶을 살면 값진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산속에서 고고하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그 속에서 지혜롭고 자비롭게 사는 것이 귀중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 작년 말부터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분노가 필요한 시기,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는 시기에 불교의 관용과 자비의 가르침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요?

“담배를 끊는다면 단박에 끊어야 합니다. 수행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는 번뇌를 끊듯이 바로 끊어야 합니다. 개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조리에 끌려 다니면 삶이 사라집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것은 바로 끊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촛불집회는 대단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대립적 사고를 하면 안 됩니다. 자비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대립적인 사고에 빠지면 상대방을 이겨야 하고, 밀쳐내야 하고, 없어져야 할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자비심과 안타까움, 돕고 싶은 마음으로 봐야 합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사진 : 최배문

- 스님은 최근 미국의 저명한 선수행자인 노먼 피셔 선사를 초청했습니다. 미황사에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선을 현대인에게 적용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두 분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듯합니다.

“노먼 피셔 선사는 부처님 법과 수행을 현대사회에 가장 새롭게 재해석하고 적용한 분입니다. 늘 선을 수행하고 지도한 분입니다. 이 분이 이런 말씀을 합니다. ‘나는 법률가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또 교도소에 있는 분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내가 일부러 만들려고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속에서 나온다. 이 지혜는 다 선에서 나온다.’ 그 분은 선의 직관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말씀합니다. ‘선禪의 자비慈悲’입니다. 이 ‘선의 자비’는 선의 직관에서 나옵니다. 선 수행이 목적이 아니라, 선 수행을 통해 직관의 지혜, 세상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수행하는 것입니다.”

- 올해는 스님께서 천일결사를 회향한 이후 다시 맞이하는 첫해이고, 또 올 2월에는 ‘참사람의 향기’가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앞으로 스님의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시대에 미황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늘 생각합니다. 주지가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람수호입니다. 또 하나는 이곳 미황사 대중들의 수행을 돕는 외호입니다. 마지막이 전법입니다. 가람수호나 대중외호는 어렵지 않습니다. 미황사는 전법이 주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미황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언제, 어떤 사람이든, 와라, 머물고 가라, 이런 마음으로 미황사에서 살았습니다. 남도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그때마다 일기일회一機一會라고, 이 한순간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미황사가 사람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그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미황사, 지금 살아 있는 나, 이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제를 떠나서 오늘을 살아야 살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