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연등회보존위원회

어둠을 밝히는 등불(燃燈), 신명나게 놀아보자

2017-05-30     김우진
연등회보존위원회

연등회보존위원회

2017년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연등축제. 축제의 시간은 길지 않지만 축제를 꾸리기 위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연등회보존위원회(이하 봉축위)의 노고는 1년 내내 계속된다. 특히 연등회 100일 전부터는 실질적인 행사 준비로 바쁜 날들을 보낸다. 축제에 참가하는 단체들과 면담이 매일 진행되고, 각종 회의와 교육이 이어진다. 행사 당일 안전요원과 진행요원 등 행사를 구성하기 위해 천여 명의 사람이 손발을 맞춘다.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마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 아이들과 연등회

연등회

“옛날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가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없어졌어요. 어린이날이 없던 시절에는 초파일이 어린이날이었죠. 아이들이 예쁘게 옷 입고,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절로 미소가 나오잖아요. 사찰에서도 아이들이 분위기 메이커랍니다.”

박상희 봉축위 전문위원은 연등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린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 경험은 평생 간다.’는 생각으로 어린이들이 연등축제에서 재미난 추억을 쌓으며 불교도 접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봉축위는 2017 연등회에서는 어린이들의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 사찰 어린이법회를 기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전통등 만들기 전수 교육을 시행했다. 담당지도자들이 전승교육을 수료하면 사찰에 어린이 등 만들기 재료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연희단 단체 율동 무대 이전에 어린이들만의 율동 무대를 가장 먼저 배치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행사를 즐기는 데 중점을 두었다.

사찰에서도 주말마다 아이들이 연등회를 준비하느라 들떠 있다. 서울 개화산 약사사 어린이 법회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한 부모님의 말에 따르면, 정적인 사찰 분위기가 활기 넘치게 바뀌어서 바라보는 모두가 웃음 짓는다고 했다.

“한번은 어린아이가 예쁜 한복을 입고 환한 표정으로 연등회에 참가한 사진을 봤어요. 그 아이가 어느 단체에서 참여했는지 찾아봤는데, 성당에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절에서 축제한다고 데려왔다더라고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박상희 전문위원)

봉축위는 연등회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법의 포교를 고민하고 있다. 박상희 위원은 ‘아이들을 위한 작고 쉬운 연등 만들기’부터 각종 전통놀이와 전통문화체험 등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연등회
연등회

 

| 천진불의 미소처럼 밝은 등 켜진다

연등회는 국가중요무형문화제 122호로 대한민국 최대의 전통문화축제이다. 봉축점등식부터 전통등 전시회, 제등행렬과 문화마당 등 다양한 행사에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봉축위는 부처님 말씀처럼 차별 없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올해 연등회 표어를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으로 정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별, 나이, 사상, 종교, 빈부, 취향과 같은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대자유의 선언이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하라는 것이다.

봉축위가 준비한 2017년 연등회는 4월 12일 수요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봉축점등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4월 28일 금요일부터 5월 7일 일요일(부처님오신날이 있는 주말)까지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청계천 일대에서 전통등 전시회를 연다. 연등회의 본행사인 어울림마당과 연등행렬, 회향한마당은 4월 29일 토요일이며, 4월 30일 일요일에 전통문화 마당과 공연마당, 연등놀이를 진행한다.

봉축위가 심혈을 기울인 연등회의 하이라이트 연등행렬, 3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참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연등축제를 즐기고자 모이는 화합의 장이다. 연등회 깃발을 선두로 연등행렬이 시작되면, 관불단에 모셔진 아기 부처님을 중심으로 각종 전통등이 뒤를 따른다. 위풍당당한 장엄등과 연희단이 한껏 분위기를 북돋으면, 수만 개의 행렬등이 각기 다른 빛을 내며 거리를 수놓는다.

동국대학교를 빠져나와 종로 일대를 지나고, 조계사 앞까지 다다르면 회향의 시간이다. 연등회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과 축제를 즐기는 관람객 모두가 하나가 된다. 꽃비를 맞으며 즐기는 축제의 시간에는 차별이 없다. 대동大同의 시간이고 어울림의 시간이다.

 

| 축제의 판을 만든다

연등회보존위원회

“모두가 주인공인 것을 알고 차별 없이 서로 어우러짐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올해 연등행렬에서는 연희단의 퍼포먼스를 더욱 확대하고, 풍물단의 소리도 더 늘려 행렬 내부에서, 외부 관객들까지 행렬과 회향마당 축제를 만끽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대안 스님은 연등회가 매년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발돋움하여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과 관광객들까지 즐기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 모두 축제 좋아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판을 만들어주는 것뿐입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일은 정말 재미있고 격 없이 놀 수 있는 축제를 제공하는 거예요.”

연등을 간혹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을 본 따 만든 등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연등燃燈은 불을 밝힌다는 뜻이다. 어두운 도심을 밝히는 환한 연등의 물결처럼 봉축위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밝히려 준비 중이다. 아홉 명의 연등회보존위원회 구성원들은 연등회의 날을 위해 수십 개의 단체, 수천 명의 참가자, 수십만의 대중이 놀 판을 짜고 있다.

2017년 4월 29일 토요일에 열릴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를 준비하는 연등회보존위원회 이하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지금 최고의 축제를 위해 소리 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일은 세상 누구나 차별 없는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