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마음]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2017-05-30     황주리
황주리

붓다를 그리면서 붓다를 닮은 사람과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본인이 닮을 생각은 못하면서 친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곁에는 정말 붓다를 닮은 친구가 몇 있다. 그들은 결코 부자거나 명함에 찍힌 이름이 그럴듯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니 명함이 화려한 사람들 중에 붓다를 닮은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그들은 항상 너무 바빴고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느라 솔직하거나 자연스럽지 못했으며, 가진 것을 빼앗기거나 이용당할까봐 늘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제 내 곁에 그런 친구들의 자리는 점점 없어져간다. 어릴 적부터 나는 공부를 아주 잘 하거나 부잣집 아이처럼 보이는 아이들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 들어 왜 내가 잘 나가는 친구들과 깊이 친해질 수 없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살아보니 몹시 드문 일이었다. 나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사람들이 나를 돕는 건 아니라는 걸, 나보다 가난하고 나보다 아는 것도 훨씬 적은 사람들이 매 순간 내 삶에 용기를 준다는 것도 매일매일 깨달으며 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은 내 귀한 친구들의 목록을 읊어 봤자 다섯 손가락도 못 센다. 내 생애 고마운 사람들을 꼽아본다. 생각보다 많다. 그들도 만나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 ‘한 번 봐야 할 텐데.’ 하며 미루다가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새로 만난, 실속 있을 것처럼 보이는 인연들에 시간을 뺏기느라 오래된 인연들을 홀대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다음에 만나지, 다음에 밥 같이 먹지, 하다가 때를 놓치기 일쑤다. 

다음은 없다. 생각날 때, 바로 그 순간에 만나야 한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하는 장기하의 노래가 떠오르는 봄이다.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