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으로 통일의 길을 닦자

특집, 조국통일을 위한 불교의 역할

2007-09-14     관리자


나는 지난 4월 21일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을 남과 북이 함께 치루기 위한 예비 회담차 총무원의 문화사회부장 시현 스님과 함께 북경에 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거기에서 북쪽의 불교실무자를 만나서 불교인들의 가장 성스럽고 기쁜 날이면서 우리 민족의 명절이기도 한 부처님 오신날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십분 논의하고 분단의 업보를 여기에서부터 풀어보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본래 부처님 오신날 남북한 공동법요식 사업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에서 추진하려는 일이었는데 아무래도 종단차원의 통일사업으로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총무원에 제안했으며 그 제안을 종단에서 받아들여 종단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당국의 승인을 얻어 합법적으로 진행했음은 물론이다.
아마 이러한 종단차원의 사업이 정부 눈치보지 않고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대중들의 원력과 헌신으로 일구어낸 종단개혁의 성과의 하나일 것이다.
남북한 공동법요식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향후 통일운동에 있어서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동안 통일운동의 흐름을 보면 대단히 선도적 모습을 띠면서 계몽적인 홍보수준에 머물다 보니 대중의 정서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왔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이제는 분단의 문제를 현실적인 자기 삶의 문제로 인식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통일의 주인으로 서게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즉 남과 북의 객관적이고 냉엄한 현실의 상황에서 출발하여 통일의 탑을 쌓자는 것이다. 남북한 공동법요식은 모든 것을 한 장소에서 같은 내용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은 북쪽대로 불교를 상징하는 보현사 또는 광법사도 좋으며 남은 조계사에서 같은 시간에 봉축사와 축원 및 발원문을 공동으로 채택하여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남북한 실정에 맞춰 공동법요식을 실현시키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공동법요식이 성사된다면 남한에서는 봉축법요식이 TV와 라디오의 방송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생중계되어 통일의 물결이 파도를 칠 것이며 북은 북대로 불교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불교가 이 땅의 민족종교로서의 그 기능과 역할을 증폭시키는 더할나위 없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우리는 북쪽의 종교인협의회 대표단이 4월 18일 북경에 도착하여 약 1주일정도 체류할 것이라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그 일행에 불교측 실무자도 함께 나와줄 것을 요청하고 출국하였으나 소식이 늦게 전달되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불길한 예상대로 북쪽의 불교인들이 나오지 못하고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재철 위원장을 비롯한 종협 실무자들이 나와 간접접촉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남북공동법요식 행사 취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측의 입장을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박태호 선사께 전달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두 차례의 걸친 북쪽과의 공식접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뒤 5월 2일 북쪽의 조불련에서 연락이 왔으나 우리 측의 제안과는 달리 8·15 남북공동법회를 판문점에서 하자는 내용이었다.
초파일 행사에 관련해서는 북쪽에서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탄절(북쪽에서는 이렇게 부름)행사를 매년 하고 있으며 올해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이유로 불가능함을 시사해왔다. 우리측의 불교정서와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서로의 사회체제에서 오는 시각이 매우 큼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법요식을 위한 실무자 접촉과 북한 불교도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향후 통일운동을 해나가는 데 큰 경험으로 삼고자 한다.
통일은 한쪽만의 생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 의도대로 통일된다면 민족의 화합과 문화의 동질성(분단 50년을 고려할 때)을 이어가기엔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아니 오히려 통일 이전보다 더 불행스러운 사태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디고 늦더라도 함께 사는 민족자주와 평화의 원칙이 지켜지는 통일이 되어야 함은 두 말이 필요치 않다.
개혁종단 총무원이 출범하면서 깨달음의 사회화운동과 더불어 통일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둔다고 한다. 좋은 종책대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개신교에서는 인간띠 잇기와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등을 전개해 국민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천주교 또한 평양에 성당을 건립하는 운동과 북녘동포에게 편지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통일의 큰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한 대중들의 분단고통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서로의 조건과 상황의 이해 속에서 대중적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불교통일운동을 해나가는데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북쪽사람을 만나거나 방북만이 통일운동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경우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추상적 논리만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는 태도이다.
분단 50년, 해방 50돌을 맞아 불교도가 민족의 가장 큰 공업인 분단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라는 문제는 이 시대 우리들 수행의 근본 테마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 남북불교도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북한 불교를 바로 아는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북한 불교의 현재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이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쪽의 잣대로만 보아서는 아니 되며 북쪽의 사회체제 속에서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북한 사찰 내지는 북의 불자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남북 불교도가 하나 되기 위한 운동으로서 매우 현실적인 운동이다. 위 운동은 북쪽의 상황을 십분 고려해서 전개해야 되며 북쪽에서도 자존심의 문제보다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이며 유점사(또는 다른 유서 깊은 도량) 복원불사 또는 불교병원건립을 위한 운동도 현실성이 있다.
세 번째는, 통일을 위한 상징적인 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일이다. 북한 불교의 불공의식은 남쪽과 같다고 한다. 불교의식을 통해 문화의 동질감을 찾고 더 나아가 통일 이후의 민족동질성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며 통일의지를 한층 고양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공동법요식이 시간의 촉박으로 성사되지는 못하였지만 남북의 신뢰를 충분히 쌓을 수 있었으며 아마 내년에는 꼭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통일을 위한 남북한 공동법회(이미 북쪽에서 제안해서 총무원에서 긍정적 검토 중임) 또는 불교명절을 택하여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종단에서 적극적 의지를 가져주어야 한다.
네 번째는, 북쪽의 스님들 이하 불자들과 서신교환운동을 전개하는 일이다.
위 네가지 운동의 의미는 생각할수록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매일 아침 예불 때 전국 사찰에서 올리는 '남북통일속성취'의 축원이 이제 우리들 삶에 울림이 되어야 하겠다. 민족 공업의 소멸에 우리의 진지한 보살행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은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