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절 불교대학] 봉은연화대학, 화계불교대학

도반과 함께 듣는 부처님 가르침

2017-05-30     유윤정

우리 동네 불교대학 명강의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량없이 지혜롭고 자비롭습니다. 그 바르고 귀한 가르침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목말라합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이곳에 모여 함께 공부를 합니다. 바른 도반을 만나고 마음을 다스리는 부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장소, 위없는 부처님 가르침을 체득하는 곳. 바로 불교대학입니다. 강의를 듣는 불자들은 빛났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당당했습니다. 쉽게 발 들이기 어렵게 느껴졌던 장소, 불교대학. 불교대학에선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을까요? 명강의가 펼쳐지고 있는 우리 동네의 불교대학을 찾았습니다.

01 조계사 인문학당ㆍ불광사 불광아카데미  |  우리 절 인문학 명강의  유윤정
02 봉은사 봉은연화대학ㆍ화계사 화계불교대학 경전반  |  함께 듣는 부처님 가르침  유윤정
03 정법사 영축불교대학ㆍ범어사 금정불교대학  |  마음을 채우는 불교공부  김우진
04 금산사 화엄불교대학ㆍ무각사 불교대학  |  불교대학, 새 인연과의 시작  김우진
05 용화사 충북불교대학ㆍ동화사 대구불교대학  |  신심과 인연, 불교대학을 찾는 이들  김우진

 

공부에는 끝이 없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치 않다. 부처님께서는 일생에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은 수행의 전부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배움의 정년이 없고, 매일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으며, 마음 맞는 바른 도반을 만나는 장소. 사찰의 불교대학이다. 서울 봉은사의 봉은연화대학(학장 원명 스님)과 서울 화계사의 화계불교대학(학장 수암 스님)이다.

 

| 봉은사 봉은연화대학

봉은연화대학

“김흥수 학생, 오셨습니까?”

“예.”

“가르마가 아주 멋지십니다. 김상인 학생 오셨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봉은사 보우당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보살, 거사들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큰 목소리로 답한다. 언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까 귀 기울이다 보면 곧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부른다. 한 어르신은 스님을 보며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내리고, 어떤 이는 양손을 높이 들어 흔든다. 누구는 뱃심 두둑한 목소리로 짧고 힘 있게 대답한다. 새로 입학한 학생은 박수로 반가이 맞이하며 얼굴을 익힌다. 예순이 넘은 어르신들이 학생으로 있는 이곳, 봉은사 봉은연화대학의 출석 확인 시간이다.

봉은연화대학은 1990년 개교한 불교계 최초 노인대학으로 27년째 그 역사를 이어왔다. 만 60세 이상의 조계종 신도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대학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운다. 봉은사 보우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대학 강좌가 열린다.

2시간 동안의 수업은 경전공부, 스님 법문, 건강강좌, 사찰음식 특강 등으로 구성된 1교시와 굳은 몸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요가 수업인 2교시로 이루어진다. 학기 중엔 도반들과 함께 성지순례와 방생법회도 떠난다. 한 학기에 2만원, 1년에 4만원의 수강료면 이 알찬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 김영환 봉은사 교육팀장은 봉은연화대학에서는 4년마다 명예학사, 석사,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고 했다.

봉은연화대학

“한 학기 평균 1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연화대학에 등록합니다. 그리고 4년에 한 번씩 졸업식을 열어 명예학사, 석사, 박사 수여식을 갖습니다. 박사가 된다고 해서 그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연화대학은 평생교육원의 형식으로, 매년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을 배려해 지속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날 1교시 강의의 강사였던 봉은사 교육국장 지오 스님은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법문을 설했다. 그리고 팔정도를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서 13년째 연화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지호(75) 거사는 “연화대학을 다니면서 제일 좋은 점은 스님들이 법문하실 때 교학적인 부분을 여러 번,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설해주는 것”이라면서, “부처님 당시의 이야기들을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자신의 삶이 더욱 충만해졌다.”고 했다.

이어서 2교시 요가수업이 이어진다. 강사가 연신 “잘 하셨습니다.”라고 용기를 북돋는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숨 쉬는 것이에요. 숨을 참지 않습니다. 가능하신 만큼만 하면 됩니다.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내 목선에 어떻게 자극을 주고 있나만 확인하시면 되어요.” 하며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지긋이 몸을 이완시킬 수 있도록 코칭한다.

요가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하면서 발 끝 하나하나 세심하게 스트레칭을 하던 최종철(83) 거사는 연화대학을 다니면서 마음이 안정됐다며 연화대학의 장점을 일러주었다.

“연화대학에 다닌 지 벌써 7년이나 됐네요. 우선 요가 수업이 참 좋습니다. 모든 진행들이 노인들에게 무리가지 않게 준비하니 너무 좋아요. 노인들은 시간이 많아요.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일상이 무료해집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법문을 듣고 요가를 하면서 내가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운동도 되지요. 더불어 여기에 남자 거사들이 12명 정도가 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친구가 됩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사망하는 친구도 많은데 이곳에 오면 그런 생에 대한 착잡한 마음들이 사라집니다. 스님이 출석을 불러주는 것도 더욱 좋습니다.”

이렇듯 봉은사의 연화불교대학은 수강생들에게 삶의 지혜를 헤아리고 활력을 주는 공간이다. 남녀노소를 초월해 삶의 지혜를 나누는 장소는 60세 이상이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학생이라는 이름을 갖기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봉은연화대학
봉은연화대학
봉은연화대학

 

| 화계사 화계불교대학 경전반

“정진하세, 정진하세, 물러남이 없는 정진. 우리도 부처님 같이, 우리도 부처님 같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찬불가로 강의를 시작하는 화계사 불교대학 경전반. 60여 명의 수강생들이 진실한 목소리로 부르는 다짐이 가슴을 쩡하고 울린다.

금요일 오후 1시가 되면 화계사 화계불교대학 경전반 학생들이 화계사 보화루로 모인다. 경전반은 불교대학원을 졸업해야 수강 자격이 생긴다. 평일인데도 60여 명의 불자들이 미리 자리에 앉아 오늘 배울 부분을 읽고 있을 만큼 뜨거운 학구열을 보인다. 보화루 쪽마루 밑에 나란히 놓인 신발들이 이들이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그동안 어떤 불자가 되어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3월에 개강한 금요일 경전반은 일안 스님의 『능가경』 강의다.

화계불교대학

“솔직히 『능가경』은 어려운 경전입니다. 『능가경』을 재미있게만 강의하면 경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없고, 어렵게 강의하면 잠이 와요. 하지만 한 번 해 봅시다. 1시부터 4시까지. 세 시간 동안 『능가경』의 참맛을 한 번 느껴봅시다.”

이어 경전반 강사 일안 스님의 강의가 이어진다. 스님은 “일주문 안의 불교와 일주문 밖의 불교가 같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 상황에서 고타마 싯타르타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부처님께서 과연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하며 지금 우리 사회를 비추고 살펴보는 살아 있는 불교를 강의했다. 스님이 깊이 고민한 질문이 담겨 있는 강의에 자리에 앉은 학생들도 질문을 곱씹으며 대답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세상을 도량으로, 손과 발을 공양구로’ 저희 화계사의 학훈입니다. 저희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이 참된 불자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사도 그 분야의 전공자 스님들로 구성합니다. 올해 불교대학에 입학한 1학년이 24기입니다. 1년에 약 600명이 불교대학을 등록합니다.”

기본교육부터 교양과정(각 3개월 과정), 불교대학(2년 과정), 불교대학원(1년), 경전반까지 모든 강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받치고 있는 전미순(57) 화계사 종무실장은 이어 화계사 불교대학만의 특징적인 제도를 소개했다.

“불교대학 등록금은 철저하게 불교대학 재정으로 분리되어 관리됩니다. 그리고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등록금은 학생회비로 학생들의 조별모임에 지원되고, 또 일부는 숭산장학회를 통해 어린이와 청년 불자에게 불교대학 이름으로 장학금을 줍니다. 그리고 학회장 제도가 있습니다. 선배 졸업생들이 한 반에 다섯 명 정도 봉사 임원으로 배치됩니다. 봉사자만 60여 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이들이 있어 원활한 수업이 되고 선후배끼리 유대감도 형성됩니다. 또한 포교사 고시를 볼 때면 선배들이 포교사 고시반을 만들어 100일간 함께 지도하고 공부합니다. 매번 우수합격자와 수석에 화계사 신도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화계불교대학

특히 화계사 화계불교대학은 온라인에서도 빛을 발한다. 학새들이 커리큘럼과 강사진, 강의 날짜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사찰 홈페이지에 매 학기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강사스님들이 직접 강의 계획서를 올리며 같은 반 학우들도 함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온라인 카페를 운영한다.

경전반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서성순(62) 봉사자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경전반에서 봉사하면서 강의를 듣는다고 했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도반들과 함께 있으니까 행복해요. 불교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전반에 올라오면서 봉사도 같이하게 됐는데, 도반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도 시작하게 됐어요. 불교대학을 다니며 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이제는 누군가 제게 불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아는 만큼은 대답해줄 수 있어요. 부지런히 공부하려 합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선자(55) 수강생은 불교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스스로 당당해짐을 느꼈다.

“전에는 어떤 일이든 움츠러들고 겁이 많았어요. 지금은 한 발짝 밖에서 살피며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고, 상대방과 내가 다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제는 피하고 싶은 것들이 다가와도 당당히 맞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불교대학에 오니 불교의 사소한 궁금증도 해소되고, 부처님 가르침이 내 삶에 직접 적용됩니다. 좋은 도반들이 서로 돕고, 선지식들이 앞서 이끌어주는 곳이 불교대학이에요.”

8년째 경전반을 수강하고 있는 이규홍(76) 거사는 8년 동안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아 내내 개근상을 받을 만큼 열정적이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 부처님 말씀을 몸으로 알게 됩니다. 공부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더욱 즐거운 마음이 생겨요. 계속 공부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나오고 싶습니다.”

화계사 불교대학의 학생들은 스스로 ‘불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당당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가꾸고 있다. 그들이 위풍당당한 불자가 될 수 있도록 화계사 화계불교대학은 든든히 뒷받침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