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명상하는 불자, 채식하는 불자

2017-04-19     김우진

명상하는 불자, 채식하는 불자
채식 권하는 의사 모임 ‘베지닥터’ 유영재 치과의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시작한 치과의사 유영재(65) 교수. 그는 명상을 시작하며 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채식자, ‘비건Vegan’으로 20여 년을 살아왔다. 그리고 채식의 장점을 널리 권한다. 유 교수는 채식 권하는 의사 모임 ‘베지닥터’를 창립한 초대 대표이자 현재 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육식에서 채식으로

유영재 교수는 사찰음식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한다. 사찰음식은 수행자의 음식으로 채식임은 물론이고 오랜 전통으로 맛과 건강까지 고려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살생계를 지키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생명을 생각한다면’ ‘부처님 말씀을 생각한다면’ 채식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자 명상을 시작하며 완전채식자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땐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술과 고기를 먹었죠.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생각하던 때에 지인으로부터 명상 수행센터를 추천받았습니다. 그 곳에서는 명상하기에 앞서 철저한 ‘채식’을 당부했어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찾으려 명상과 채식을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채식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전국에 있는 채식 식당의 숫자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식당 메뉴는 한정적이었고,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는 도시락을 싸서 따로 먹었다. 주변에서는 ‘이상한 치과의사’라고 불렀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몸무게가 많이 줄었습니다. 건강이 돌아오는 게 실질적으로 느껴졌어요. 명상과 채식을 병행하니 정신이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배를 곯은 것도 아니고, 운동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7~8kg이 빠졌다. 눈으로 확인되는 효과만으로도 놀라웠다. 툭 튀어나온 배가 들어감은 물론이고 머리도 맑아져 명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명상 수행이 깊어질수록 그들이 왜 채식을 당부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됐다. 다른 생명의 목숨을 취하면서는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고 느꼈다.

 

|    ‘내가 부처님 말씀대로 잘하고 있구나’

“명상과 함께 불교 공부를 더해가면서 경전을 많이 찾아봤어요. 『능가경』에서는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위대한 자비의 씨를 파멸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또 『승만경』에는 ‘어떻게 대자비를 수행하는 자들이 살아 있는 존재들의 살과 피를 먹고 사는가?’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밖의 다른 대승경전 속에서도 육식을 금지하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부처님 말씀대로 잘하고 있구나.’라고요.” 

유 교수는 수행자라면 명상과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반추하며 불살생이라는 계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부터 먼저 실천하라고 했다. 그는 가까운 도반들부터 자신이 공부한 것을 설명해주며 함께 실천하길 권유한다.

“명상은 잠들기 전, 아침에 깨어난 후에 합니다. 이동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하고요. 채식이 명상하는 마음에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육식을 끊고 명상을 하니 일체 존재들에 관해 도타운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생명들에 대한 지각은 결국 제 자신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어졌어요.”

유 교수는 의사들에게도 채식을 권하고 다녔다. 2011년에는 채식 권하는 의사 모임인 ‘베지닥터’를 창립하기까지 했다. 본격적으로 동료 의사들과 환자, 지인들에게 육식의 위험성과 생명의 가치를 알렸다. 경전뿐만 아니라 각종 고전을 인용하여 육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글로 남겼다. 그를 이상하게만 보던 사람들의 눈도 점차 달라졌다. 

유 교수가 물었다. “살생하면서까지 얻어야할 게 있나요?” 그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가 먹을 자격이 있는지’, ‘내 몸에 꼭 필요한지’, ‘내 욕심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축하는 장면을 보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요? 수많은 동물이 태어나고 사람의 손에 의해 죽습니다. 우리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불자라면 생명의 가치를 알 거예요. 그 잔인한 업을 짊어질 수는 없을 겁니다.”

유영재 교수는 채식만으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라고 권한다. “채식이 곧 수행입니다.” 그는 채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