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견공과 묘생원, 80마리의 합창

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

2017-04-19     유윤정

견공과  묘생원, 80마리의 합창 

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 

얼굴 하나 까만 콩 세 개. 반짝이는 두 눈에 호기심 가득 발름대는 코. 누굴까 갸웃거리며 쫑긋대는 두 귀. 곧이라도 떨어져나갈 듯 흔들어대는 꼬리.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포인트다. 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에 있는 해맑은 견공 보살들을 만나면 스트레스는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진다. 경남 사천에 있는 사설동물보호소 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이하 청솔아토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청솔 스님. 스님이 문으로 들어서자 60마리의 개들이 두 발 들고 펄쩍 뛰며 스님을 환영한다. “멍멍! 스님 오셨어요! 멍멍멍!!! 사랑해요 스님!!!”

 

|    “스님, 저 불렀어요?”

“무솔이, 쟤는 해외입양을 가기로 결정됐던 애였어요. 잠시 임시보호를 맡아주면서 미용을 시켰는데, 암컷이라던 아이가 털을 깎아놓고 보니 수컷이더군요. 안타깝게 입양이 취소됐어요. 파보 장염에 걸리기도 해서 병원치료도 오래 받았죠. 저 친구는 무결이. 해탈이랑 보리랑 같이 들어왔어요. 초상집에 염불을 하러 갔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기르시던 개래요. 그 자손들이 저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고 제게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개장수에게 팔겠다고요. 저 친구는 다른 보호소에서 보호기간이 다 돼 안락사를 당하기 직전에 데리고 왔어요. 배하고 등하고 붙어 뼈밖에 없었는데, 열심히 잘 먹이고 치료하고 돌봐 개 꼴 갖춰놨죠.(웃음) 쟤는 안경이. 쟤는….”

두 눈가를 따라 까맣게 털이 난 작은 개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고개를 쏙 들었다. 

청솔아토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견공 60마리와, 진주에 위치한 소형 실내견 보호소의 견공· 묘생원 20마리에게는 모두 이름과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스님은 “쟤네들 이름 다 못 외우면 치매예요.” 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는 청솔 스님이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설동물보호소다. 스님은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을 구조하고, 유기된 동물을 임시보호하며,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다시는 상처받지 않도록 더 나은 환경으로 입양갈 수 있게끔 아이들을 돌본다. 구조 당시부터 지금까지 스님과 함께 사는 아이들부터, 좋은 가정으로 입양가거나, 스님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견공들까지, 스님 곁에서 인연 닿은 동물만 300여 마리다.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는데 저 멀리 꼬질꼬질하고 털이 심하게 엉켜 돌아다니는 개가 보였습니다. ‘저 개를 불렀을 때 제게로 오면 저 친구를 데리고 오고,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차에서 내렸어요. ‘이리 온’ 하고 불렀는데 저 멀리서 달려오더군요. 그 개를 구조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볼 간看 자에 봉우리 봉峰 자를 써서 간봉이라 이름 붙여줬어요. 5~6년 전쯤 된 이야기네요. 그러다 유기견을 돌보는 ‘뚱아저씨’라는 분과 인연 닿게 됐습니다. 이곳엔 마당도 있고 시골이고 하니 여러 번 파양된 복돌이를 잠시 맡아줄 수 있겠냐고 해서 그러마, 했어요. 복돌이는 저기 가운데 앉아 있네요.”

|    “왜, 사람 말고 얘들은 싫어?”

청솔아토쉼터가 다른 보호소보다 동물들이 살기 좋은 이유는 생존에 위협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사설·시립 동물보호소들과 마찬가지로 일손은 언제나 부족하지만, 스님은 동물들이 언제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급수하고, 머무르는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자율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밥을 준다. 그래서 이곳의 견공들은 탐식貪食하지 않는다. 특히 가장 큰 특징은 죽음이다. 이 곳에 머무르는 동물들에게는 안락사로 인한 죽음의 공포가 드리워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청솔아토쉼터에 있던 견공들의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특히 외국인 봉사자가 오는 날이면 다른 모습이 신기해 앞다퉈 구경한단다. 그만큼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털에는 윤기가 흐르고 치아도 건강하다. 무엇보다 견사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데 주기적으로 목욕을 시키고, 대소변은 그때그때마다 치워주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있는 동물들은 주어진 공간에서 함께 뛰어 놀며 자신들의 아픔을 잊어간다.

“처음 이 공간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었어요. 머무르는 동물이 늘면서 부처님을 진주로 옮겨 모셨습니다. 부처님 모시는 곳에 개들이 이렇게 많아도 되나 생각할 때, 어느 날 꿈을 꿨는데요. 법당 안에 수많은 보살님들이 앉아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제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왜, 사람 말고 얘들은 싫어?’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때 이 동물들이 다 보살님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신기하게도 법회를 열고 재를 지낼 때는 이 친구들도 참 조용합니다. 함께 염불도 틀어주곤 하지요. 이 아이들을 보면 서너 살, 많게는 다섯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같아요. 함께 지내보면 압니다. 말만 못할 뿐이지 이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처음 구조되면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요. 사랑을 주면 얼굴이 펴집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돌본다지만 80마리의 동물을 건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사료를 대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이 병이 나면 스님은 즉시 동물병원에 데려간다. 구충이나 중성화 수술에 들어가는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일을 스님은 해낸다.

“예전엔 먹을 것이 없어서 절에서 남은 맨밥을 가져와 사료에 섞어줬었어요. 다행히 이제는감사하게도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봉사자들이 때때로 사료를 보시해줍니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면 이곳으로 많은 봉사자들이 와요. 순서에 맞춰 목욕도 시켜주고 산책도 시켜줍니다. 하지만 그렇게만으로는 이 아이들을 건사하기가 쉽지 않아서, 제가 여러 사찰에 염불을 하러 다닙니다. 그때 받는 보시금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들어갈 데는 정말 많죠. 폐신문지도 필요하고, 목욕 샴푸, 청소용 세제, 접종약, 병원비 등등. 사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    이번 생은 좋은 가족을 만나길, 
     다음 생에는 사람이 되길

청솔 스님은 동물들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갈 수 있도록 여러 단체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보신탕용이나 안락사에 처할 위기의 동물들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내는 단체와 함께 활동한다. 뉴욕, 캐나다 등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데, 국내에는 품종견 외에는 분양되지 않지만 해외는 품종과 상관없이 자신과 교감된다고 느끼는 동물들을 입양해가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는 동물보호법이 잘 되어 있어 좋은 가정을 만나면 남은 생을 행복하게 뛰놀며 살 수 있다.

“이 아이들이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선진국으로 보내고 있어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산다면, 다음 생에는 사람 몸을 받고 태어나지 않을까요. 제 발원은 이 아이들이 이번 생에는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고, 다음 생에는 사람 몸 받아서 다시 좋은 인연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만약 다음 생에도 제가 스님이라면 이 아이들도 스님이 되어 제 상좌로 오거나 가족으로 오길 바랍니다. 친구도 좋겠죠.”

스님은 자신의 힘이 닿을 때까지는 아이들을 보살피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보호소를 준법인으로 등록시켰다. 그리고 봉사자들에게도 자신이 이곳에 머무르지 못하게 됐을 때에는 동물들의 쉼터로 만들고 견공들을 잘 보살펴 줄 수 있도록 운영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이 아이들이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수승하게 사람으로 태어났지요. 아픈 사람들, 병든 사람들 돕는 것도 좋지만 축생의 몸을 받은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려서 살펴준다면 동물들도 은혜를 압니다. 너무 허기지거나 안타까운 아이들을 살펴서 한 번이라도 챙겨준다면 결국 그 덕은 자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청솔 스님은 청솔아토쉼터에 머무는 동물들이 줄어들기를 바랐다. 아이들을 건사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함부로 유기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줄 입양자들이 늘어 쉼터에 한 마리의 동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스님이 보호소를 하니까 몰래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정말로 속상해요.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우리 불자들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사지 말고 입양하셨으면 좋겠어요.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인 아이들을 구해 좋은 가족이 되어준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겠죠. 그 아이들의 목숨을 살린 인연으로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날 거예요. 큰 복을 짓는 것이죠.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고 하지요. 수행한다고 나 자신만 보지 말고, 불교가 동물사랑 생명존중을 실천한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마음을 내어주고 함께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