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 끝 없이 돌아가는 연등 인파와 탑돌이 행렬

불교 세시풍속

2007-09-14     관리자


5월 세시(歲時)
양력 5월은 부처님 오신날이 있는 음력으로 4월이다.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약동의 계절에 부처님 오신날을 맞고 보니 명절중의 명절이다.
유행경(遊行經)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2월 8일에 태어나시고, 출가하시고, 성불하셨으며 또 열반하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4월 초파일에 오시고, 2월 8일에 출가하시어 12월 8일에 성도하시고 2월 15일에 열반한 것으로 치고 있다. 불자들은 물론이요, 일반 백성들도 초파일 이면 등을 다는 일이 세시풍속으로 지켜져 왔었다.
등 은 꽃이나 과실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물고기 또는 여러가지 동물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 그 이름을 섬겨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연화등, 모란등, 수박등, 마늘등, 참회등, 잉어등, 거북등, 봉등, 학등, 오리등, 일월등, 선인등, 칠성등, 북등, 누각등, 만자등, 코끼리등, 탑등 .
초파일 며칠 전부터 뜰 가운데 높은 장대〔燈竿〕를 세우는데 그 꼭대기에는 꿩털을 꽂고, 물들인 비단으로 기를 만들어 단다. 이것을 호기(呼旗)라 하며, 여기에 줄을 매고 그 줄에 등을 매다는 것이다.
살림이 궁색한 집에서는 나뭇가지나 혹은 추녀 끝에 빨랫줄처럼 매고, 등을 달기도 했다. 밤에는 등마다 불을 밝히니 참으로 휘황찬란했다.
부처님 오신 달, 5일이 어린이 날 , 8일이 어버이 날 이다. 착한 어린이와 자애로운 어버이를 부처님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시니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이 달의 시절음식 가운데 별미를 든다면 화전(花煎), 어채(魚菜), 미나리 강회, 파강회, 증편(蒸餠) 등이 있다. 화전 은 찹쌀가루에 꽃잎을 섞어 반죽하여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긴 것이다.
어채 는 생선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썰어 여기에 파, 송이버섯, 전복, 달걀 등을 넣어 부친 지단에 국화잎등을 가늘게 썰어 버무린 후, 기름과 초를 쳐서 시원하게 먹는다. 파강회 는 파를 데친 뒤 예쁘게 감아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며, 미나리강회 도 파강회와 만드는 법, 먹는 법이 비슷하다. 증편 은 멥쌀 가루를 더운 물에 막걸리를 조금 쳐서 지직하게 반죽하여, 더운 방에 두어 부풀게 하였다가 찐 것으로 맛이 고소하고도 부드럽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6일이요, 햇보리가 익어 먹게 되기 직전인 소만(小滿)은 21일에 든다. 지장재일 은 17일, 관음재일 은 23일이니 양력으로 5월, 음력 4월은 상서로움이 겹치는 달이라 하겠다.

연등(燃燈)과 탑돌이
불광(佛光)이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의 빛을 말한다.
연등을 높이 달아 매거나 또는 들고 행렬을 함은 바로 불광 을 보기 위함이요, 부처님께 정성스레 올리는 공양의 하나이다.
이러한 연등의 풍속은 신라의 팔관회(八關會)에서부터 시작하였다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고려 초에는 정월 보름과 2월 15일에 행하다가 지금은 4월 초파일로 고정되었다. 연등행사는 본디 불교의 습속으로 처음에 불교 신도만으로 행해졌으나 점차 민속화해서 하나의 세시풍속으로 수용되고 있다.
옛 문헌에서 연등 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신라 때에는 정월 15일에 등을 달아 맸고, 고려조에 들어와 현종(顯宗, A.D 1010)때에는 2월 15일에 연등회를 거행하고 고종 때부터 초파일에 연등하게 되었다.
조선왕조로 들어와서는 고려때처럼 공의(公儀)로 치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민간에서 세시풍속으로 되면서 더욱 뿌리를 내리게 된다. 민간에서까지 초파일 을 명절로 여겨 화려한 연등행사를 했다.
태종 12년(太宗, AD. 1412)은 상원(上元:대보름)에 있었던 연등에서는 용봉호표(龍鳳虎豹)의 모양으로 등을 만들어 장식했다는 문헌기록이 있다.
성종 6년(成宗, AD. 1475) 초파일의 연등 때에는 집집마다 수없이 등을 달았는데 새 짐승 물고기 용 봉황 범 표범 등 온갖 모양의 등들이 사치스럽고 절묘했다고 세시기(歲時記)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 후기에 들어서는 더욱 초파일의 연등행사가 일반 민간행사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파일 몇 일 전부터 일반 가정에서는 등을 만들고 등대를 세우는데 등대는 자녀의 수대로 세웠다. 또한 크고 높게 치장을 하여 자랑으로 삼았다.
연등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의 빛인 이름 그대로 불광 을 환히 보기 위한 것이니 소중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탑돌이 역시 초파일에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다. 탑이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이니 탑을 돌며 예불을 함은 바로 부처님께 직접 예불하는 것이라 하겠다. 옛날에는 탑돌이 때, 범종 북 운판 목어의 사법악기(四法樂器)만 쓰였던 것이나 지금은 삼현육각(三絃樂器)이 합쳐지고 화청(和請), 보렵, 회심곡, 백팔 정진가에 갖가지 찬불가가 불려지고 있음은 또 하나의 불교의 민속화 과정을 확인하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을 비롯하여 불국사의 석가탑 등 전국의 큰 사찰에서는 반드시 탑돌이가 있었다. 하지만 근년에는 한 동안 사라져 가는 기세였는데 다시금 되살아 나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 거리를 수놓는 길고도 긴 연등인파와 끝없이 돌아가는 탑돌이의 행렬이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반갑고도 반가운 일이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은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