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미국 내 중국불교

2007-09-14     관리자

미주에 진출한 중국불교는 한마디로 말해 그 절집 규모는 장대하다. 그러나 그 신행활동 면에 있어서는 어쩐지 티벳이나 일본 등의 불교에 비해 활력이 떨어진다는 감을 느끼게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수가 8백만에 이르는 만큼, 오래 전부터 큰 불사가 진행되어 현재 미주 전역에 관광 명소급의 유명한 대형 중국 사찰만 해도 20여 개에 이른다.
미국 내 중국인 불교 신도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사찰 연합인 중화불교공소측인 전역에서 1백만을 육박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특히 한국불교는 마치 중국불교의 아류인 양 생각하는 버릇이 한국인들은 물론 서양인들에게 만연해 있다. 하지만 미국에 상륙한 불교에 관한 한 한국의 불교가 그 교의나 예법 전통에 있어서는 중국불교를 앞서고 있다.
미국 내 불교는 주로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홍콩 등에 기원과 본부를 둔 종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원융무애한 불교 교리의 특성 때문인지 대개의 중국 사찰들이 중국 고유의 각종 토속신들을 함께 모시고 있어 중국 절을 처음 찾은 우리 동포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뉴욕 맨하탄 남단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만불사에는 청나라 때의 황후까지도 모셔져 있다.
미국 내 중국불교의 종파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얘기다. 또 중국의 일반 불교도들에게는 구복신앙만이 팽배해 있는지 교리나 교의를 탐구하기보다는 커다란 향 뭉치를 두 손에 가득 쥔 채 머리 위로 흔들어 대면서 무수히 반 배를 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면 대개는 기가 질리고 만다.
미 전역에 있는 20여 개 대형 중국사찰 가운데 규모가 크고 장엄한 사찰로는 샌프란시스코의 만불사, 로스엔젤레스의 서래사, 뉴욕의 장엄사 등이 있다. 이들 절은 대체적으로 정통 불교적인 교의를 지키고 있어 주불로 모셔진 부처님이 비로자나불, 혹은 석가 본존으로 되어 있으며 스님들이 독신을 지키고 계신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건립된 로스엔젤레스의 서래사(西來寺)는 '86년 시작하여 '88년 완공을 본 사찰로 박물관, 선물센터 외에도 대웅보전, 오성전, 찬당, 제당, 보장관, 회온당, 장격루, 교실, 회의실, 예당 등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많은 서적(영어와 중어로 된)을 소장한 도서실은 동양사상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다. 이 사찰 면적은 15에이커에 10만 2천 4백 32스퀘어 피트로서 6년 동안 주변 이웃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말레이시아, 홍콩 불자들의 시주(2천 5백 60만 달러)와 정성으로 이루어졌기에 더욱 더 웅장하고 늠름하게 보인다.
이 절의 주지 스님이신 성운(星雲) 대사는 주로 타이완의 고웅(高雄) 시에 있는 불광산(佛光山) 절에 계신다. 스님은 서래사(西來寺)를 필생의 사업으로서 미주 불교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야심을 가지고 계신다.
절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비구 스님 다섯 분, 비구니 스님 스무 분이 상주하고 계신다. 성운 주지 스님은 LA지역에 방영되는 채널 18 교육방송의 TV설법으로 미주 중국인들에게는 물론 미주 한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스님이다. TV외에도 중국어로 된 「서래통신(西來通信)」이라는 월간 신문과 월간 불교 잡지 「보문(普門)」, 그리고 영어로 쓰여지는 「Hsi Lai News」 월간 신문이 포교활동에 한몫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중국어로 설법하는 법회(인원은 약 150명)가 있고, 매주 일요일 아침 9시 30분에서 11시 30분까지 외국인을 위한 참선법회 강의가 영어로 설해지며, 주말 어린이 학교가 있어 불교 공부와 중어(만다린)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불교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찰 규모 면에서는 서래사보다 더 크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사찰 만불성성(萬佛聖城)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소도시인 탈마고에 있다. 이 절은 만불성성이라는 명칭처럼 하나의 사찰이라기보다 불교공동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대형 불교센터이기도 하다.
타이완의 대덕인 선화(宣化) 스님이 '62년 미국에 입국, '59년에 세워진 법계 불교대학을 인수, '76년에 80에이커 땅에 국제수도장으로 건설한 것으로 국민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건강의료센터, 농장, 과수원, 양로원, 채식식당, 세계종교센터, 예술관, 박물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92년에는 4년제 학부과정까지 주 정부의 인가를 받는 등 미국에 중국불교를 심는 기초를 다지고 있다.
이 만불성성의 건설에 앞서 '73년부터 1년 그리고 '77년부터 2년 동안 네 명의 학생 수도승이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가지 세 걸음에 한 번의 오체투지의 절을 하며 도보로 횡단한 각고의 수행 모습을 미국인들에게 선보이면서 신심을 북돋웠던 것이 큰 불사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뉴욕 근처에는 중국 천태종 계통의 광대한 장엄사(莊嚴寺)가 있다. 뉴욕 시내서 알바니로 가는 87번 뉴욕 쓰루웨이 선상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장엄사는 붉은 일주문으로 유명하다. 장엄사는 5, 6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 장서 7만 권을 보유한 도서관, 주변에 공원묘지까지 있다.
이 절은 84세 주지 현명(顯明) 스님이 대중을 이끌고 있다. 지난 여름 이 절을 찾았을 때 속인이면서도 절에서 생활하고 있는 심가정(沈家楨, C. T. Shen) 거사가 대중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학자 출신인 금년 80세의 심거사는 전 인류의 복지증진과 문화발전에 기여하려는 번역과 출판을 주관하고 있다. 장엄사는 부설기관으로 세계 종교연구원이 있는데 심 거사가 이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장엄사의 일요 정기법회를 찾는 이는 고작 80여 명이다. 중국 사람들의 가장 큰 특성의 하나로 '만만디 정신'이 꼽힌다. 만사에 서두를 것 없으며 때가 이르면 자연스럽게 일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이르는 것이다.
미국 내의 중국불교의 변천도 이 만만디 정신에 어긋나 있지 않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날 자고 나면 우뚝 선 사찰이 위용을 자랑하는 그런 모습을 지난 1백년 동안 보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비해 미국 본류사회 즉 메인스트림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중국인 중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미국 내 중국불교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하겠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배지숙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