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제(風神祭)를 올리는 봄의 문턱

불교세시풍속

2007-09-13     관리자

2월의 세시
올 2월 1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이틀이 된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가 꼭 한 달이다. '소한'과 '대한'은 이미 지났고 2월 4일이 '입춘'이니 이제 한 겨울도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 했는데 2월 19일이 '우수'이니 대지가 서서히 녹으면서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펴려 한다.
아직은 봄을 시샘하는 늦추위가 매섭기는 하지만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오가는 발걸음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꽃샘 추위'라 해서 이때 김치독이 터진다고 엄살을 떨지만 하루가 다르게 훈기가 드니 봄의 문턱임에 분명하다.
2월 17일이 '지장재일', 23일은 '관음재일'이다.

민속행사가 많은 2월 초하루
음력 2월 1일은 세시풍속으로 지켜졌던 다양한 행사가 겹치는 날이다. 그 대표적인 몇 가지를 다음에 소개한다.

집 안팎의 대청소
초하루, 아침을 일찍 먹고서는 식구들이 집 안팎의 대청소를 한다.
겨우내 바람을 쏘이지 않았던 방안 살림을 밖으로 내 놓고, 털고 쓸고 닦는가 하면 부엌 곡간 외양간까지 거미줄을 털고, 외양간과 돼지우리의 거름도 말끔히 치운다.
이 무렵이 되면 노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초가 지붕의 썩은 부분이나 습한 곳에서 숱하게 나와 방에까지 기어들므로 이것을 막기 위한 '부적'도 그려 붙인다.
백지에 '노낙각시 천리속거〔한자로는 香娘閣氏 天里速去〕'라 써서 기둥이나 벽, 서까래 같은 곳에 거꾸로 붙인다.
이 부적은 붉은 글씨〔朱書〕가 원칙이지만 검은 먹으로도 썼다. 노래기가 이것을 보고 천리만큼이나 도망가라는 것이데, 부적을 거꾸로 붙이는 것이 애교스럽다. 또 노래기를 막기 위하여 솔가지를 꺾어다 지붕 위에 꽂기도 하고, 초하룻날 이른 새벽 소나무 잎을 문 앞이나 뜰에 뿌린다. 솔잎 냄새를 노래기가 싫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콩볶기
2월 초하루에는 집에서 콩을 볶았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콩을 넣은 후 주걱으로 타지 않게 젖는다.
"새 알 볶아라, 쥐 알 볶아라, 콩을 볶아라!"하며 콩을 볶는데 이렇게 하면 새와 쥐가 없어져서 곡식을 축내지 못한다 했다. 그야 어쨌든 어린이들에게는 이 볶은 콩이 별미여서 주머니 가득 넣고 하루 종일 먹으며 다녔다. 도 이 날 콩을 볶아 먹으면 집안에 노래기를 비롯하여 해충이 없어진다고 했다.

머슴날
농촌에서는 2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 해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장정들에게 한턱을 냈다. 이제 머지 않아 농사가 시작될 것이니 미리 위로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일꾼들은 풍물을 치며 하루를 즐기는데, 이날 특이한 일이 있다.
그 해 20세가 되는 총각 머슴은 성인 머슴에게 술을 한턱낸다. 한턱을 내야 성인 대접을 받아 품앗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나이가 많아도 2월 1일, 머슴날에 한턱을 내지 않으면 성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영등제(靈登齊)
바람귀신(風神)으로 믿어 오는 하늘나라의 '영등 할멈'이 12월 초하루 지상에 내려와서 인간사를 두루 살피고는 20일에 다시 올라간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그래서 초하루 꼭두새벽에 장독대·광·부엌 등에 정화수를 떠놓고 아낙들이 조아려 치성을 드린다.
영등 할멈이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에는 며느리나 딸을 함께 데리고 오는데 딸을 데리고 오면 날씨가 평온하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비바람이 몰아쳐 농사와 고기잡이에 피해를 준다고 한다. 결국 영등 할멈은 바람과 비를 제도하는 영험한 존재이니 그가 하강해 있는 동안 너나없이 받들어 모셨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먼저 자연 앞에 겸허하려 했던 아리따운 인성(人性)의 발로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뿌리깊은 이 영등 할멈을 위하는 토착신앙은 후에 불교의 연등회(燃燈會)와 자생적 습합과정도 겪으면서 더욱 세시풍속화 되었으리라는 의견도 있음을 밝혀 둔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배지숙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