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생활화, 「퀴즈 대장경」의 몫

빛의 샘, 나의 일 나의 기쁨

2007-09-13     관리자


불교를 두고 산중불교니, 호국불교니, 치마불교니 하는 말들은 어쩐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썩 어울리는 말은 아닌 듯 싶다. 대신 도심불교, 대중불교, 생활불교, 청년불교라는 말들은 매우 희망적인 말로 들린다. 더구나 불교방송이 개국하면서 생긴 신조어(新造語)인 ‘방송포교’라는 말도 이제는 결코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다. 오히려 불교의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감마저 갖게 하는 말이 되었다.
불교방송은 개국 후 4년 동안 정법을 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 방송해왔다. 법문, 교리강좌, 신행고백, 경전공부, 대중법회 등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불교가 방송화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자들은 열심히 들어주셨다.
지금까지의 일반방송들이 불교의 역사 문화적인 측면과 불교의 큰 사건(?)만을 방송해오던 것에 비하면, 불교방송의 출발은 가히 혁명적이라고들까지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의 수동적인, 일방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었다.
‘하니 들어라! 나오니 봐라!’하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주입식 방송에서 청취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방송으로 전환되어야 할 지점에 왔다. 특히 불교방송의 주요 청취자들은 신심 있고 불교의 발전을 간절히 발원하는 사림들이어서, 또 그 동안 불교방송을 통해 상식선(相識線)이 부쩍 높아진 이들이어서 그들의 욕구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대중포교의 새 장을 열어보고자 지난해 가을, 부처님의 팔만사천 가르침을 퀴즈로 배우고 익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라디오 매체를 통해 불자들이 더욱 한마음이 되는 방법이 없을까. 서로 다른 신분과 계층, 학식을 뛰어넘는 방법은 없을까. 다시 말해 가장 생활화된 방송을 만들 수 없을까. 이런 생각으로「퀴즈대장경」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불교를 ‘생활화’하는 강력한 촉진제쯤으로 만들 생각에서였다.
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청취율이다.
청취율을 의식하고 나면, 방송을 듣는 시간대별 주청취자(Target Audience)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로 노인, 어린이, 회사원, 주부, 학생, 10대, 20대 등등으로 나누어 겨냥하지 않는가. 그렇지만「퀴즈대장경」은 그럴 수가 없다. 10대에서 60대까지 남녀를 불문, 다양한 계층, 천차만별의 수준으로 오로지 불자라는 동질성만을 갖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지식불교게임’을 끌어나간다는 것이 무척 힘이 들었다.
미리 ‘사명대사’, ‘부처님의 생애’ 등 매일의 주제, 요일별 주제를 주기도 하고 컴퓨터 통신을 통해 객관식, 단답식, ○ × 문제 등 기출문제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그러나 엽서와 전화로 미리 신청을 받긴 했지만 어린이불자와 노보살님이 맞수가 되어 참여하기도 하고 30년 동안 절에 다녔다는 보살님이 중학생 불자에게 어이없이 져버렸다. 도저히 과학적인 난이도로 조정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종잡을 수가 없어서 ‘불교의 생활화’는 큰 난관에 부딪친 듯이 느껴졌다.
그러나 교리공부를 열심히 해왔던 사찰들의 대항전에서는 불꽃튀는 결전이 치뤄져서 지적팀들은 큰 위안을 받곤 했었다.
제작팀을 신나게 했던 이런 일화도 있었다. 한 대학교 불교학생회에서 수련회를 간다고 찾아와서 수련회 기간동안 불교퀴즈시간에 썼으면 한다고 100여 문제를 주제별로 복사를 해갔다. 퍽 만족했었는지, 그을린 얼굴로 돌아온 회원들에게서 다시 고맙다는 애기를 듣기도 했다. 이제 기출문제가 단행본으로 출간되다면「퀴즈대장경」은 조금 더 정리된 모습으로 새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또「퀴즈대장경」의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동안 성지순례를 겸해 양양 낙산사에서 공개방송을 하기도 했었다.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지난해 10월 첫 방송때부터 문제를 녹음해두었다가 노트에 꼼꼼히 정리해둔 맹렬불자도 만났다.
삶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바른 법을 보고 듣고 익히는 불교, 이것이 바로 불교생활화의 요체(要諦)가 아닐까. 퀴즈대장경이 이처럼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불교출판계의 활성화가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견해가 담긴 불교서적이 쏟아져 나오면서「퀴즈대장경」의 성공도 꿈꿀 수 있었다.
달라져야 한다는 불교가 이제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이 되었다. 수동에서 능동이 되었다. 그리고 오감(五感)으로 다 만나게 되는 불교가 되었다. 앞으로는 서로의 분야에서 개척해 놓은 포교의 장르들을 응용하는 가운데서 불교는 생활 깊숙이 새 모습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퀴즈대장경」으로 불교와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분들을 만날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불교가 생활화되려면 생활자체가 불교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천칠백공안(千七百公案)을 넘어,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가 된 ‘불교의 생할화.’ 불자라면 모두 참구해야 할 것이다.
1600여 년을 흘러온 한국불교가 장한 역사의 장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원했고 발원했다. 또 이것을 불교가 새롭게 생활화되는 준비가 마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면 불교의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퀴즈대장경」도 언젠가는 오늘의 이 역사도 훌륭한 소재로 삼아 신심 장한 불자의 대를 이은 사람들과 다시 만날 것이다. 김정학 임은 ‘59년 대구에서 출생. 영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불교방송 편성제작국 제작부 차장으로 있으며「퀴즈대장경」담당 PD이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 불사에 동참하신 문미호 불자님께서 입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