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 젊고 활력 넘치는 삶을 위해서

약보다 나은 우리 먹거리 2

2007-09-13     관리자


건강한 체질을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몸은 기운이 잘 돌아야 하고, 따뜻해야 한다.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족욕이나 반신욕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보양 강장식을 찾는 것도 날이 더워 피부로 느끼는 체온은 덥지만 자칫 몸 속은 서늘해져서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은 열로 다스리라고 한 옛 어른들의 가르침은 참 지혜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는 부자, 음식으로는 마늘과 옻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 중 부자는 약으로만 사용되고 독성이 많아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마늘은 일년 내내 우리 밥상에 오르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고 좋은 음식이다.

오천년을 함께한 한민족의 먹거리
마늘은 고대 이집트와 서역에서부터 전래되어 왔다고 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마늘의 역사는 누구나 알다시피 이미 삼국유사에 나오는 웅녀의 이야기부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마늘은 세계 곳곳에서 자생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때마침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았는데, 항상 신령스러운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때에 환웅이 영험있는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타래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쉽사리 사람의 형체가 될 수 있으리라.’고 하였다. 곰과 범은 이것을 얻어먹었다. 곰은 스무하루 동안 기(忌)를 하여 여자의 몸이 되고 범은 삼가지 못해 사람의 몸이 되지 못하였다.”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단군신화가 기원전 2333년쯤 되니 지금으로부터 4340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오천년 역사 내내 마늘을 먹어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늘은 음식으로서 효과뿐 아니라 살귀벽사(殺鬼陽邪)의 힘을 가진 것으로도 믿어져 밤길을 떠나기 전 마늘을 먹는다든지, 문기둥이나 창가에 마늘을 걸어둬 병귀를 막는 액막이로서의 역할도 하였다. 실제로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이라고 하는 성분이 살균작용을 도와준다고 하니 단순한 민속으로만 볼 일도 아닌 듯싶다.
마늘을 꺼리는 이유는 보통 마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이다. 이 냄새는 알릴설파이드라고 하는 효소에 의해 생기는 것인데, 이것을 익히면 강한 냄새는 곧 구수한 냄새와 맛으로 변한다. 생마늘이 가지고 있는 열은 위로 치받는 성질이 있어, 마늘을 많이 먹으면 눈이 어두워진다고 하는 속설도 여기서 생긴 것이라고 하니 익혀먹을 땐 큰 무리가 없다. 마늘이 가지고 있는 좋은 효과 중에서도 노화를 방지하는 폴리페놀이나 항산화물질 등은 구운 마늘에 많이 들어 있다. 그러니 젊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위해서 마늘은 날 것으로 먹는 것보다는 익혀 먹는 것이 더욱 몸에 이롭다고 할 수 있다.

몸이 따뜻해야 건강하다

우리 몸은 기둥이 되는 뼈와 그것을 지탱하는 근육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뼈와 근육을 만드는 칼슘과 섬유질은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는 성분으로, 배가 찬 사람일수록 칼슘과 섬유질의 흡수가 잘 안 된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디스크와 같은 질병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과거와 달리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활동량이 떨어져 근골(筋骨)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칼슘과 섬유질의 흡수를 도와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마늘이다. 따라서 직접적으로는 설사병이나 부인병과 같이 하복부가 차서 오는 병에는 마늘을 장복하면 도움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이나 빈혈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강한 살균 작용을 하므로, 위염이나 장염이 있을 때도 마늘이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어 장기적으로 보면 좋다.
주변의 먹거리들 중에서 미나리, 파, 보리, 마늘과 같이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란 것일수록 면역성이 강하고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음식들을 가까이 하면 면역력이 좋아지고 몸이 따뜻해지면서 큰 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늘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것과 추운 겨울을 나는 것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마늘의 좋은 성분은 지니고 있지만 추운 겨울을 지낸 육쪽마늘 쪽이 더 효과가 좋을 듯싶다. 의학적으로 마늘이 심장이나 근육작용에 활력을 주고 체표면에 가까운 혈관을 확장하여 체온유지에 유용하다고 한다. 살이 잘 뭉치고 쥐가 잘 나거나, 오십견이 있어 부황을 떠야 시원한 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마늘을 먹어보면 좋겠다.

마늘 먹는 법

마늘은 우리 음식에 두루 쓰이기는 하지만, 마늘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양념이 아닌 음식으로 먹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다. 마늘 수확이 한창인 요즘 한두 접 사두었다가, 간단히 요리해 식탁에 올리면 좋을 것이다.
통마늘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물에 씻어 뚝배기나 돌솥에 넣는다. 그리고 뚜껑을 닫은 후 은근한 불에 1시간 정도를 구우면, 구수한 냄새와 함께 마늘 속이 마치 크림과 같이 되며 맛도 좋다. 굵은 소금에 찍어 먹거나 반찬으로 하면 십상이다. 또 고추장을 담글 때 마늘을 쪄서 푹 익힌 후 쌀이나 보리와 함께 으깨어 넣은 것을 마늘 고추장이라고 하여 먹기도 하였다.
한방에서는 마늘이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고 기(氣)를 돋구며 살충·종양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소화불량·배가 찬 데나·이질·버짐으로 인한 탈모·종기 등에 달여서 복용하거나 으깨어 환부에 붙인다고 전한다.
우리네 불교에서는 마늘을 먹으면 음심(淫心)이 강해져 마음 속에 화가 생긴다고도 하여 오신채의 하나인 마늘을 금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선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수행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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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문학박사(불교미술사 전공), 한국전통문화학교 강사로서 서울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의학과 학문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