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韶天) 원각경 강의(1)

경전강의,해설을 시작하며

2007-09-13     관리자


1.원각경과 현대 위기
인류는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의 재해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복(福)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부단히 문화와 문명을 창달해 왔다. 그러나 인류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은 문화와 문명의 창달에도 불구하고 전쟁·범죄·빈곤·질병 등에 의해 거듭되는 시련과 좌절로 여지껏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바대로 성취되지는 않고 있다.
많은 성인(聖人)과 선각자 그리고 탁월한 정치가와 사상가, 과학자와 기술자 등이 지혜와 지식·기술을 총동원하여 행복의 장애 요인만 가중시키고 있어 인류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해체로 가속화된 탈공산주의 선풍은 동서(東西) 냉전을 거의 종식시킨 듯하지만 속단하기 어렵고, 민족적·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전쟁은 이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다. 범죄를 종식시키기 위한 '범죄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과 청소년 범죄는 증가하고 아직도 절대적 빈곤으로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세계 도처에 많으며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갈등 또한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질병 퇴치도 힘겨운데 암이나 에이즈같은 난치병의 증가. 그리고 수질·대기·토양의 급속한 오염에서 보듯 머지않아 공해로 인해 일시에 확산될 새로운 질병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하는 이들 현대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또한 활발하나 부분적 억제책에 불과해 보인다.
더욱이 인간성 상실을 개탄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으나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인간성'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어 인간성 회복은 뜬구름 잡기 같아 막연해 보인다. 종말론이 활개를 치고 퇴폐풍조가 만연되고 있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로 어두운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음을 선각자들은 목청껏 외치고 있으나 광야의 외로움만 고조시킬 뿐 이렇다할 반향(反響)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인류의 위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부처님께서 설(說)하신『원각경』에 있음을 간파하시고 이를 소상히 밝히신 분이 있으니 소천(韶天)선사이시다.
소천선사께서는 『원각경 강의』말미에 원각경의 일깨움이 불법(佛法)이자, 세간의 정치법(政治法)임을 밝히면서 원각경을 마음에 깨치도록 그리고 사회에 실현되도록 읽어야 함을 역설하시고 계신다. 이어서 진리에 근본한 힘인 인간 유능(有能)과 인간의 근본 힘인 탐애(貪愛)를 '원각경'의 일깨움에 의거 '둥글게 하나로 하는 방법'을 제시하시니 이 방법에 의하면 세상의 부귀(富貴)는 물론이고 육바라밀이 저절로 실행되어 출세간의 무상복(無上福)인 성불(成佛)도 할 수 있다고 하신다. 즉 이 방법에 의하면 생활이 곧 불법[生活卽佛法]이요, 생업이 곧 수행[生業卽修行]이요, 직장이 곧 수도장[職場卽道場]이 되어 모든 국민, 전 인류가 대승적(大乘的) 대수행인이 될 것이고, 모든 국가가 곧 불국토(佛國土)가 될 것임을 밝히셨다.
우리 모두 소천 선사의 안내로 원각경의 일깨움에 의거, 인류가 당면한 현대 위기를 극복하여 불국토를 이루는 데 동참하는 대승적 보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2.소천 선사의 생애와 사상
현대위기를 극복하여 인류의 행복과 불국토 건설을 가져다 줄 방안을 '원각경'에서 찾아내신 소천 선사의 생애와 사상 요지를 먼저 살펴보면 '원각경 강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천 선사의 속명은 신세순(申世淳)으로 1897. 2. 1 서울에서 부친 신봉운, 모친 김성녀 사이에서 차남으로 출생하였다. 선사께서는 14세 때까지 서울 정동 교회에 나가 국권 회복을 간절히 기도하였으나 그해 한일합방이 되자 교회를 떠나 국권 회복에 나섰으니 3·1독립운동에 참가한 후 중국 등지에서 독립군으로 활약하시다가 국내로 돌아와 웅변 연구회를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을 계속하셨다.
이에 일본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어 산중 사찰로 피신하여 불교 영구와 구국구세(救國救世) 원리 연구에 전념하셨다.
선사께서 28세 되시던 1924년 『금강경』을 보시다 크게 깨치신 후 『금강경 강의』를 간행하시는 등 포교와 정진에 그리고 민족정신 함양을 위해 전력하시던 중 독립을 맞이하였으나 국토분단과 좌·우익 대립으로 민족이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시고 이를 막고자 「진리도」의 출간 등 저술 활동을 계속하셨다.
선사께서 56세 되시던 1952년 부산 범어사에서 백용성 선사를 은사로, 하동산 선사를 계사로 하여 뒤늦게 출가하셨으나, 남달리 '금강경독송구국원력대'를 조직하여 구국구세 호법운동과 불교정화운동, 국민자각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시면서 「활공원론」「근본진리에서 본 구세방약」「금강경과 각운동」「반야심경 강의」「원각경 강의」「전쟁없는 세계 건설의 원리와 방법」등 많은 저서를 출간하셨다.
선사께서 82세 되시던 1978년 4월 15일 입적하시니 다비 후 사리를 거두어 범어사 부도전에 봉안하였다.
구국구세(救國救世)의 일념으로 정진과 저술 활동을 하신 소천 선사께서는 또한 쉼없이 불사(佛事)를 하셨다. 불사는 '부처님의 일' 내지 '부처님 되는 일' 로서 부처님은 '깨달으신 분'을 뜻하므로 불사란 '깨달아 부처님 되는 일' 내지 '깨우쳐 부처님 되게 해 주는 일' 이라 할 것이다. 선사께서는 부단히 '깨우쳐 주는 일' 즉 '각(覺)운동'을 전개하셨으니 선사께서 펼쳐주신 '각운동'의 내용 요지를 소개한다.
소천 선사의 일깨움에 의하면 "각(覺)이란 본 정신 차린 자세 그것이다. 본 정신 차린 자세는 만진리의 주인으로 일체 사념(思念)·일체 사물을 요리하는 왕자이다. 이러므로 영구한 세계 평화와 진지한 구국안민(救國安民)은 그 국민, 그 인류가 자기 소유인 각(覺)을 올바로 사용하여 생긴 그 사상과 그 사상을 올바로 운동화할 줄 앎에서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각(覺)운동, 각(覺)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우리 인간계에는 언제든 각사상 연구가와 각사상 운동가가 출현하여야만 우리의 소망인 이상향이 실현된다. 또 이것만은 선각자들이 친목하는 화합이 있어 진정한 애국자와 숭고한 우세가(優世家)들로 뜻을 같이 하여 이 사업에 착수하되 각사상을 연구할 처소가 있어 각운동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이 사업에 대한 연구 문헌과 방법은 선사의 저서인 「반야심경 강의」「원각경 원리」「진리도」「구세방약」「활공원론」「전쟁 없는 세계 건설의 원리와 방법」등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들 저서는 지난 해 불광출판부에 의해 『소천선사 문집Ⅰ,Ⅱ』로 묶어 출간된 바 있다.

3.해설에 즈음하여
절망의 벼랑에 선 인류에게 구원의 등불이 될 「원각경 강의」를 단행본으로 출간하신 지도 어언 26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시절인연이 성숙되지 않아서인지 잊혀가고 있는지라 이를 안타까워한 후학들이 선사의 저술들을 묶어 소천 선사 문집을 출간하게 되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후학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한문(漢文)과 한자(漢字)를 함께 사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소천 선사께서 널리 읽히게 하시고자 애써 '한글'로 강의하신 「원각경 강의」마저 한자로 다시 고쳐 출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솝 우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련스러움을 고집한 사연 또한 시절인연으로 돌리기엔 인류의 위기 상황이 너무 급박할 뿐 아니라 후학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여 소천 선사의 「원각경 강의」해설서를 마련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깨친 분의 경전 '강의'를 깨치지 못한 사람이 '해설'을 한다는 건 미련스러운 것이라기보다 해서는 안될 죄악임에 틀림없다.
소천 선사께서도 「원각경 강의」서문에서 한문으로 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이 심히 어려운 일임을 토로하시면서 '세간(世間) 문학과 출세간 법(法)에 밝은 선지식(善知識)'이 출현하여야 온전한 역경(譯經)이 가능함을 강조하셨다.
필자는 수필가이긴 하나 문학에 밝다 할 수준은 아니고, 더더구나 출세간의 법에는 아직껏 초발심의 초학자에 불과한지라 소천 선사의 「원각경 강의」를 '해설'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무자격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해설을 맡게 된 것은 주변의 권유도 권유려니와 이렇다 할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마냥 세월을 보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 적임자를 찾아내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苦肉策)으로 시도 된 것이다. 부디 적임자가 때맞춰 출현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가 해설을 함에 있어서 ①원고 분량을 감안하여 경우에 따라 '번역'과 '강술'을 원전과 달리 적절하게 묶기도 하고 나누기도 할 것이며 ②원전 출간시 교정착오로 인한 오자(誤字)나 탈자(脫字)를 수정하고 또 원전의 내용을 그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조사(助詞)나 접속사, 연결어미 등을 다듬기로 하되 그 내용을 매번 주(註)를 달아서 필자의 착오여부를 쉬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③원전이 '한글 원각경 강의'인 만큼 한글로 번역한 경전을 앞세우고 한문 경전은 괄호속에 표기토록 하며 ④선사의 원전 강의와 필자의 해설을 명확히 구분하여 혼돈의 여지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
부디 소천 선사의 「원각경 강의」해설을 계기로 각사상 연구가와 각사상 운동가가 대거 출현하여 현대 위기를 극복하여 불국토를 구현하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 불사에 동참하신 김재현 불자님께서 입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