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프기만한 엄마

자비의 손길

2007-09-13     관리자
취재,정리 | 양동민
 

행복한 삶의 조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경제적 풍요와 지위, 건강한 신체, 정신적 안정, 화목한 가정, 원활한 인간관계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이 모든 행복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산다면 이상세계가 실현되겠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하다못해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위태로운 삶을 지탱해오기도 한다.

김경애(39세) 씨는 7년째 희귀병이자 난치병인 루푸스를 앓고 있다. 루푸스는 신체 내부의 면역기능 이상으로 피부, 관절, 근육, 혈액과 신장 등 각 신체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 없는데도 항체가 형성되어 자기 자신의 장기나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환을 말한다.

루푸스는 김경애 씨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피부는 물론 팔다리의 관절염, 인두염, 신장질환 등으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 정도다. 통증이 심할 때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어 1년에 대여섯 차례씩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어찌 환자 본인만 힘들었겠는가. 시간이 지나도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는 병세와 계속되는 치료비 부담은 점점 남편마저 지치게 만들었다.

“전기 설비를 하던 남편이 3급 장애인이 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이후로 부쩍 술이 늘더니 말도 거칠어지고 술만 마시면 폭력을 쓰기 시작하더군요. 둘다 몸이 아프니 성격도 날카로워져서 감정은 더욱 악화되고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서로 마음이라도 편해지자며 4년 전에 이혼하게 되었고, 아들 현규(13세)는 제가 맡아 키우기로 했습니다.”

비록 위자료(1,500만원)와 여동생의 도움(2,000만원) 등을 합쳐 전세방은 얻을 수 있었으나, 정부보조금만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매번 언니와 여동생에게 손을 벌리는 형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해 11월 뇌동맥류 혈관이 막혀 수술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술 결과가 좋아 일단 안심은 했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 달 후 갑작스럽게 뇌출혈이 발생해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젠 끝이구나 싶었지요. 이대로 고통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혹시 만일에 있을 사태를 대비해 현규에게 ‘아버지한테 가 있으라’고 달래봐도 ‘거기 보내면 도망쳐나와 차라리 고아원에 가겠다’며 한사코 거부합니다. 어려서부터 화내고 윽박지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와서인지 영 정이 없나 봅니다. 제가 없으면 혼자 남을 현규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 텐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부질없는 걱정만 더해갑니다.”

평상시 먹고 있던 루푸스 치료제인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도 만만치 않은데 뇌수술을 받고 나서는 알약 수가 더욱 늘어났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15알씩 복용해야 한다. 약으로 간신히 통증을 이겨내고 있지만,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머리가 멍하거나 깨질 듯이 아프며, 늘 속이 울렁거리고 소화가 되지 않아 구토가 일상화되었다.

김경애 씨에게는 현규가 삶의 마지막 빛이자 희망이다. 학원은커녕 공부에 전혀 신경을 써주지 못해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러 걱정이긴 하지만, 새벽에라도 아프다고 하면 투정 한마디 없이 일어나 찜질과 안마를 해주는 현규가 믿음직스럽고 대견스럽다.

“현규는 매일 아프기만한 엄마가 싫증도 안 나나 봅니다. 제 앞에서 언제나 장난치기 좋아하고 항상 밝게 웃는 현규를 볼 때면,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행복감이 밀려오곤 합니다.”

김경애 씨는 현재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두 번의 수술비는 1,000만원에 이르고, 직장생활하며 빠듯하게 살고 있는 언니와 동생으로부터 이미 4,000만원이 넘는 도움을 받아왔던 터라 더 이상 손 내밀 염치도 없다고 합니다.

“단칸 사글세방으로 옮겨야 치료비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가을에 이미 전세를 내놨는데 빠지질 않네요.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돈들 곳은 많은데, 몸은 갈수록 점점 아파오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삶의 의욕마저 상실해가고 있는 김경애 씨는 현재 우울증 증세까지 겹치면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꾸만 움츠러들며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김경애 씨에게 불자 여러분께서 봄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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