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어디 가셨을꼬?

2001-10-05     관리자

[다 어디 가셨을꼬?]

젊으셨을 때 굳은 신심으로 여러 큰스님 친견을 하셨던 저의 늙으신 어머니께서는 정말 궁금하신 게 하나 있는 모양입니다. 저를 만나면 꼭 이 질문을 하십니다. "그 많던 큰스님들이 다 어디들 가셨을꼬?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

그리고는 참 이상(?)하다 는 말씀을 몇 번이나 되붙이시며 정말 신비로운 듯 잔잔한 웃음을 머금으십니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장광설법을 하시던 큰스님들이 열반하신 후 다 어디로 가셨는지 그렇게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언제나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귀가 잘 안 들리는 어머니께 큰소리로 외칩니다. "어디로 가시기는어디로 가셨겠어요! 다들 다시 오셨지!!!"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계속 어디 가셨을꼬 참 신기하다, 시며 고개를 흔드십니다.

우리는 흔히 견성오도를 하면 생사 윤회를 벗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무량겁을 이어 온 중생의 업이 어찌 단 한 번의 견성으로 그 굴레를 벗을 수 있겠습니까. 설사 그러한들 깨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윤회의 고달픈 길을 끝없이 가는 중생들이 처처에 가득한데, 진정으로 깨치신 분이라면 어찌 그들을 외면하고 당신 혼자서만 고통 없는 세계로 가시겠습니까. 그러니 결국은 우리 곁으로 돌아 오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큰스님들만 해도 근래에 열반하신 분이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세수로 보면 저희같은 범부들보다야 오래 계셨지만 그래도 서운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신 분들이 그리울 때면 저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길가에 오가시는 분들을 그리움으로 바라봅니다. 왜냐고요? 내 앞의 저 분들이 저희에게 다시 오신, 저희들을 잊지 못하는 '그리운 큰스님', 바로 그 분이신지 모르니까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