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님과의 만남

나의 인연이야기

2007-09-12     관리자


청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25세의 나이.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생의 의미에 대한 심각한 의문과 갈등이 일기 시작하면서 나는 종교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었지만 기독교의 종교적 편견과 오만함을 느끼게 되었고,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종교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기보다는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다닌 사이비(?) 신자였기에 진지하게 나의 종교를 되짚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 저곳 여행을 떠나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연을 느끼면서 대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려는 듯한 머리 검은 중생의 어리석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일체 만물의 존재성과 여여한 진리의 모습을 느꼈다. 이것은 곧 불교(佛敎)의 사상과 비슷하였음을 알았고, 원래 집안이 불교이기에 그동안 주워들은 것도 있어서 부쩍 불교에로의 관심이 높아져 갔다. 그러다 관음사 정당 스님과 잦은 대화시간을 갖게 되었고 스님은 발원문을 항상 지송 할 것을 말씀하셨다. 또, 상원사 비구 스님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 대화 도중에 출가 권유를 받기도 하였다. '출가 ?.'
출가를 결심하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어렸을 적, 선명하게 기억되는 영험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고향은 평안북도 영변 희천으로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묘향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나이 8살로 하루는 할머니댁에 다니러 갔었는데 그때 나는 말라리아(학질)를 앓고 있었다. 할머니는 효험이 좋다는 약을 내게 주시면서 비록 쓰더라도 참고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러나 약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 나는 몰래 변소에 버리고는 약을 먹었다고 할머니께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심한 오열과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런데 저쪽에서 흰 옷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주문(지금은 경의 한 구절이었음을 알았다)을 거듭 되풀이 말하는 것이었다.
길가에서 잠시 정신을 잃고 있던 나를 깨닫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좀전까지 아프던 증상이 싹 가셔버린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ㄱ때 그것이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했던 첫 영험이었다고 믿고 있다. 아마도 이 영험이 불연(佛緣 )의 첫 매듭이 아니었을 까 싶다.
드디어는 출가는 결심하고 몇일 동안 마땅한 귀의처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신도님이 나의 출가의 뜻을 아시고는 도인스님(벽산스님)인 이분을 찾아가 뵈라며 소개를 해주었다.
이렇게 불연을 따라 저벅저벅 걸어 찾아간 곳이 벽산 스님의 수행처인 도봉산 원효사로 였다. 동굴 같은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신 큰스님의 자태에서 나는 '아 바로 이분이다.'하며 확신을 느꼈다.
인기척을 들으셨는지 잠시 후 선정에 드셨던 수행을 마무리하시고는 우리를 맞으셨다. "어쩐 일이고?" "출가하러 왔습니다." "그래? 왜 출가하려는고?" "그 길이 저의 갈 길입니다."
탈로 베듯이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박에 대답해버리는 내가 못내 미우셨던지, "음-. 그렇다면 8월 추석이 네 삭박일이다. 그때 오너라."
"스님. 오늘이 바로 8월 추석, 제 삭박일입니다." "그러면, 9월 9일 중앙절이 네 삭박일이니 그 때 오너라." "아닙니다, 스님. 오늘이 바로 9월 9일 중앙절 제 삭박일입니다."
그제서야 스님은 굳은 나의 초발심 출가의 결심을 알아차리시고는 삭발을 허락하셨다.
이렇게 해서 나는 불교(佛敎)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74년 되던 해에 광명시 청룡사로 도량을 옮겨 새로운 포교의 장을 마련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새해다. 갑술년 새아침이 밝아온다. 불가생활 30여 년 동안 체득한 생활 철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오늘뿐 내일은 없다.'는 신조로, 이제까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타개하는 정신으로 일관해 왔던 삶의 밑거름이 되었던 나의 좌우명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새해에는 불광의 모든 가족들이 하루하루 충실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신심이 충만한 불제자가 되길 기원한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 불사에 동참하신 황윤정 불자님께서 입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