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佛光茶室)
2007-09-12 관리자
◆ 먼 산, 가까운 언덕, 연두빛 물감이 조석으로 짙게 퍼져간다. 산골짝 새냇물도 사 뭇 경쾌를 더했다. 이제 곧 그 위에 꽃구름은 덮히리라. 깊은 호흡과 큰 기지개 소 리가 한꺼번에 지축을 흔들고 지심(地心)의 향기가 강산 도처를 붉게 다시 푸르게 아 름다운 시냇물 흐르듯이 수놓으리라. 땅에 체온이 생명의 눈을 새롭게 하고 땅 속을 흐르는 대하(大河)의 물결이 생명의 나무 위를 크게 너울치는 것을 보는 것만 같다. 이래서 4월은 우주의 합창이 터지는 계절인가 한다. 맑고 새로운 입김이 밝은 양지 쪽에 피어오르고 마음껏 깊은 포부가 대지위 평원에 펼쳐진다. 이래서 만물 생명의 미소는 대지를 수놓고 우주는 풍성과 조화와 평화와 환희를 가득 싣는 것이리라. 대 지와 허공을 함께하는 호흡. 여기서 개인의 자유도 창조도 번방한 개아의 실현도 역 사의 흐름도 민족 국가의 번영도 그 풍성과 다양성과 조화력과 다 할 수 없는 저력을 갖게되는 것이리라.
4월을 맞으면서 감회가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회우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 만약 태양이 찬란한 빛과 따뜻함을 잃었을 때 그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만약 불교교단이 역사와 사회에 진리의 밝음과 생명의 따뜻함을 보전하지 못한다면 그 존 재 의미가 무엇일까? 물론 불법의 태양은 저문날이 없다. 생명의 푸른 하늘에 부처 님의 지혜와 자비의 밝고 따뜻함이 떠난 날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눈을 가 리고 착각의 어둠 속을 배회하는 무리에게는 어쩔 수없이 눈길을 푸른 하늘 찬란한 태양에 돌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교단은 단순한 동호지사(同好之士)의 자기 방위적 조합은 아니다. 그것은 진리 의 눈이 어둡고 생명의 따뜻함을 잃은 미망군상(迷妄群像)에게 태양의 부여자가 되고 중생세계에 있어 지혜와 자비의 제공자가 되고 담보자가 되고 증거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에 이 땅위에 진리가 행해지지 않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흐르 지 못할 때는 불자는 마땅히 그 책임을 스스로의 것으로 자담하고 나서게 된다. 이 것은 불자 개개인이나 불교교단에 있어서나 매한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불자의 사회 적 책임은 결코 공허한 추상론이 될 수 없다. 어떠한 이유로서도 그 책임을 전가하 거나 회피할 수 없다. 그것은 사회적 여건이나 세계적 상황이나 그밖에 모든 객관적 사정이 결코 위의 불자와 불교교단의 원초적 책임을 배제하거나 해제할 수 없는 것이 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맞서 불법의 이름에서 명확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 져야한다. 그리고 교단이 가지는 모든 힘과 열과 성의가 그를 위하여 기울여져야 한다. 오늘의 3·1절은 1919 년의 3·1 절이거나 오늘의 4·19는 1960 년 4·19의 회고가 아니다. 명확하게 1975 연도의 오늘이라는 상황과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있는 민족의 예지와 힘의 약동이어야 한다. 불교가 이 땅에 존재한다 는 의의는 이 민족이 진리 앞에 순수하고 인간 앞에 무구(無垢)한 민족의 역사를 하 나하나 쌓아 올리며 민족의 힘이 크게 뻗어가고 그 안에 개개 생령이 그 재량을 한껏 펴가는 정신적인 담보자가 되는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임을 광실자(光室子)는 이미 누차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이를 거듭 들먹이는 것은 우리의 국가적 사회 적 사정이 너무나 지혜적 결단을 요청하고 있고 그만큼 불교교단에게 '너는 뭣하는 거냐?'하는 불자 양심에 채찍이 수없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교단은 마땅히 역사적 사회적 책임이라는 원초적 사명을 재확인하고 이에 따른 내적 체제정비와 교 단적 사회활동이 보다 적극화하여야 할 것이다.
◆ 지난 2 월 25 일은 동안거 해제일, 오는 5 월 24 일까지의 석달은 해제기간이다. 그 동안 어름과 눈과 찬바람 속에 종적을 묻고 길 없는 정진로를 내닫던 안거. 운수 (雲水)들은 이제 햇빛을 받아 바스락 바스락 녹아버리는 눈 더미와 촐랑대는 추녀물 소리를 들으면서 산사의 적요(寂寥)와 정한(靜閑)에 젖게하는 계절. 하나 둘 운수(雲水)들도 동서로 흩어지고 선당(禪堂)은 사뭇 고요를 더하게 하리라. 혹은 선지식을 찾아서 혹은 도반을 찾아서 운수(雲水)의 행각은 시작되지만 공부인의 정진이 쉴 날 은 없는 것이다. 대오(大悟)를 해제로 삼는 공부인에 구도(求道)정신은 해제기간이라 는 행각의 계절에 오히려 집중적인 정혼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조사는 '백계(百計)로 잡도리 한다'고 하였거니와 온갖 계교를 다해서 오직 정진일로를 막진하는 것이 다. 못 박듯이 하는 충격적 정진법도 있다. 있는 힘을 모두 내어 긴 기간을 힘겹게 내뻗는 경우도 있지만 잠시 힘을 아끼고 모아 두었다가 일정 기간 둑에 가두었던 물 을 터놓은 것과도 같이 저돌적인 정진을 하고 다시 그것도 예정된 기간에 멈추고 다 시 힘과 분심과 정성을 모았다가 또다시 폭발적 용맹정진을 펴가는 것이다. 있는 힘 을 다하여 못을 눌려도 기둥에 박히지 않지만 돌조각으로 잠시동안 두들기면 못은 거 침없이 기둥 속에 파고든다. 이런 식의 정진은 충격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해제기 간의 정진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것이 된다. 고인이 이르기를 '박일박(剝一剝)이 누 겁(累劫)의 정진보다 낫다.'한 것이 기억난다. 이 해제의 계절이 우리의 운수(雲水)에 게 박일박(剝一剝)의 호시절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산 따라 물 따라 흐른다기보 다 구름처럼 정처없이 배회하는 시절이 된다면 불법을 위해서 한심을 어찌 금할 수 있으랴. 호(好)정진을 빈다.
◆ 나무는 고요하기를 바라지만 바람이 자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하였지만 바람 이 분다고 나무가 바람에 편승해서 바람을 따라가고자 하거나 대지에 뿌리박은 나무 가 자리를 옮기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이 불수록 뿌리는 땅속 깊숙이 파고들 고 사방으로 뿌리를 뻗쳐나간다. 그만큼 바람에 대응해서 자신의 위치를 굳히고 그 힘을 충실케 할 것을 기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말 그대로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평화를 향한 꾸준한 노력은 그 전도가 실로 망망하다. 세계 평화 안정을 외면한 국가적 노 력은 필경 그 국가에 안정을 뒤흔드는 원인인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하여 세계평 화와 효혜평등의 이름 밑에 자리 위주의 국가 팽창주의는 가지가지 형태로 난무한다. 이러한 상황하에 국가는 어쩔 수 없이 세계의 평화 안정을 끊임없이 성실하게 추구하 면서 한편 자국의 자주 자강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 요청된다. 강대국의 국제협약이 나 국제정세의 그것만으로 나의 국가 나의 민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디까 지나 자주 자력 자강의 기초 위에서 국제적 여건은 나에게 평화를 있게 한다. 우리 나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그 자신의 상황조건에 민감하고 상황인식이 성성해서 민 족적 안정의 명제에 성실히 맞붙어야 할 때인가 한다. 그러기에 본 난은 민족의 상 황의식의 각성과 그 견실을 거듭 요청하는 것이다.
지난 3 월로 우리나라 각급 학교는 일제히 그 문을 열었다. 학교는 한층 성장한 학 생과 새 희망의 젊은이를 갖게 되었고, 학생은 각기 상급학교나 학년에 진급했다. 우 리의 미래를 담임할 이 젊은이들이 슬기롭고 알차게 이 수학기간이 채워지기를 간절 히 기원한다. 사회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국제적 사조의 파고가 높아지더라도 우리 의 미래와 소망을 담은 우리의 학생들이 추호의 중단이나 동요없이 견실하게 소기의 학업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학생의 사회봉사 사업이 바람직하나 그것으로 학 업을 전폐하는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학생의 건전한 오락이 바람직하지만 이것 역시 학업을 떠난 오락 중심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의 불안과 동요와 혼란 속 에서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나 그러기 위하여 학업을 중단하고 학원을 떠나서는 안될 일이다. 비바람 불고 폭풍이 닥칠수록 가뭄이 들고 생존여건이 어려울수록, 눈보라치고 찬바람이 거셀수록 나무는 더욱 깊이 뿌리를 내 리고 더욱 사방에 뿌리를 뻗친다. 더욱 그 몸에 세포를 치밀히하여 자신의 힘과 생 명력을 키우고 축적해 나아가는 나무에게서 배울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의 한 때의 공백은 그 영향이 평생에 미친다고 한다. 오늘의 우리 학생들의 한 때의 공 백은 민족의 미래의 힘의 공백을 가져오게 하고 그 만큼 국가 성장속도를 둔화시킬 것이다. 민족은 영원한 것. 우리는 그 영원 속에 자신을 묻고 모든 영광의 근거로 삼는다. 우리는 오늘의 혼란에서 영원한 민족의 정체 요인이 되는 일체 요소를 엄히 경계하자. 우리의 미래를 장엄할 오늘의 학생들이 참으로 슬기롭고 구김살 없이 민 족의 예지를 축적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새벽의 고요를 타고 울려오는 목탁소리는 도시의 시달린 인심에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감흥으로 울려온다. 절 아침의 정적을 깨는 목탁울림과 종소리는 그것 이 혼미에 덮힌 마음을 일깨우고 말끔하고 싱싱한 정신을 새롭게 해주는 것이어서 처 음 절에서 밤을 지낸 나그네라면 누구나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새겨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목탁소리가 새벽의 서울 시내를 울려퍼져나가는 것은 앉아서 상상만 해도 신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목탁소리는 혼미를 깨우치는 것을 뜻한다. 무지혜(無智慧) 무자각(無自覺)속을 덤벙덤벙 허둥대는 인간 정신생활을 깨 우쳐 혼돈에서 벗어나고 지혜와 밝음과 자비와 희망과 힘을 불러 일으켜 사람의 마음 에 충만한 생명감을 채워주는 것이다. 중생이 미욱한 불(佛)이라면 미욱을 돌려 깨달 음으로 이끄는 목탁소리는 정녕 어둠에 싱싱한 밝음을 채우는 것이라 하겠다.
지난 2 월에 들어서면서 한국청년불교회(회장 이현상)는 일요일 아침마다 목탁석을 시작하였다. 회원 각자가 자기 집에서 목탁을 울리면서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선다. 그래서 창덕궁 돈화문 앞에 모여서는 새벽 목탁석 행렬로 변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방향을 바꾸어 일정한 곳까지 목탁석의 행진을 하고 가까운 절에 가서 아침 예경을 마치고는 제각기의 일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직 이 목탁석의 행진은 많은 숫자가 못된다. 그러나 청년불교회의 이 목탁 행진은 곧 온 불자에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선 새벽이면 다문다문 들려오는 목탁소리지만 곧 일요일의 새벽을 여는 장 엄한 울림으로 바뀔 것이고 일요일만이 아닌 매일 아침의 축복된 성사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정녕 목탁은 빛을 뿌리는 것. 우리 청년불자의 목탁의 행진은 비단 서울시 민의 안녕과 평화 행복을 붙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이 강토에 진리의 빛을 가득히 실어 통일과 번영, 민족의 염원을 앞당기게 할 것이다. 슬기와 자비로 오늘의 역사를 살아가는 청년불자의 늠름한 자세를 보게 되는 것이 기쁘다. 온 겨레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 지난 3 월 10 일 새벽 서울 신대방동 모 공장 기숙사에서 일어난 끔직한 참사는 듣 는 이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축대의 부실한 관리로 앳띤 여공 17 명이 참사하고 11 명이 부상한 것이다. 위험축대로 인한 피해가 잦았던 만큼 그에 대한 사회적 경고도 많았던 것인데, 아직도 이같이 어린 생명을 죽음 앞에 방치하였던가를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아연할 뿐이다. 관계자의 둔한 감각을 무슨 수로든지 깨워줘야 하고 이런 참극의 잠재적 요인이 우리 주변에 없는가 더욱 경계를 더할 것을 다짐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참사 중에 사고의 순간, 현장을 빠져 나온 사람을 라디오(TBC)는 보도 하고 있다. 행운의 그 여공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꿈에 누군가가 귓전에 대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얘야, 그만 자고 어서 문 밖으로 나가거라.' 그 소리에 그녀는 잠 을 깨고 얼결에 문 밖으로 뛰어나온 순간 지축을 흔드는 참사는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신앙을 묻는 기자에게 '부처님을 믿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인 간 사회에는 불측의 재난이 그치지 않는데 관세음보살은 어느 때나 불자 곁에서 마 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전 호에 소개한 바 있는 서울 동대문 고속버스터미널에 주재하고 있는 노 보안관 오 순복거사는 지금도 염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염불행으로 날이 저무는 순수한 생활을 보내면서 수많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해 주고 있다. 다른 보안관이 발견 못하던 사고 라도 오 노인이 염불 삼매 속에 있노라면 범인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소망은 '여생을 선한 일하다 죽겠다.' 는 것. 오 노인이 이와 같이 불심을 굳게한 데 에도 역시 앞의 행운의 여공과 흡사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년 때부터 관세음보살을 믿던 오 노인은 6·25 당시 국방부 정보국에 몸담고 있었는데 6·25 때는 후방에 남 게 되었다. 관악산 연주대에 몸을 기탁하고 있는데 하루는 꿈 가운데 누군가가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며 '순복아, 왠 잠이냐, 나가봐라' 한다. 급히 문 밖에 나가 살피니 문 밖에는 공산군이 포위망을 압축해 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는 뒷길로 빠져 호구(虎口)를 면했다. 오 노인은 그 때 이후 지금껏 꿈에 깨워준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는 것 이다. 오 노인의 새벽 목탁석은 근일 더욱 열을 더하고 있다. 청년불교회가 기증한 목탁도 이젠 금이가서 소리가 타락타락 하는데 오 노인의 기개는 '이 생명 다하도록' 을 되뇌이는 듯 낭낭하고 청정하기만 하다.
◆ 지난 1 월 대구 경북대학교 불교학생회는 '김종기' '정운학' 군 등이 중심이 되어 '불 광(佛光) 연구써클'을 만들었다. 우선 회원 40 여명이 불광을 읽고 지도교수 지도하 에 모여서 제각기 소견을 말하고 지도교수님의 지도를 받는다. 이 움직임은 벌써부 터 대불련 서울지부에서도 홍성복(고대·농4)군이 중심이 되어 행하여 왔는데 '한국불 교대학생연합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젊은 불자의 이와 같은 뜨거운 구도심이 이 땅을 보살국으로 화하게 하리로다. 부처님의 가호가 영원하길 빈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해 주신 황순덕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