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노트] 1. 부모의 성격상 갈등은 자녀에 미친다

정신분석 노트1

2007-09-12     오코노기 케이고

편집부

필자 오코노기 케이고(小此木啓吾) 는 일본 게이오대(慶應大) 졸업. 정신병리학 및 정신분석학 전공, 현재 慶應大 조교수, 의학박사, 일본 「정신과학지」에 '정신분석 노트'를 장기 연재하고 있는데 본지는 그 중 일부를 번역 소개키로 한다. 본고는 동지 제 321의 번역이다.


1. 인색한 부모와 칠칠맞은 자녀

여기서는 친자관계의 문제에 관하여 최근 내가 경험한 몇 가지를 적어보기로 한다.
그 하나는 정신분석을 받고 있노라면 그 사람이 점점 자기 마음과 부모의 마음과의 상관관계를 생생하게게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A씨는 금전에 관해서는 아주 등한해서 제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썼는지 아주 관심이 없다. 지갑 같은 돈주머니를 곧잘 잃어버려, 대개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잡히는 대로 꺼내 쓴다. 다행히 부인이 야무진 분이어서 경제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별 탈 없기는 하나 그는 돈 이야기라면 싫어한다. 그렇지만 버는데는 부지런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지만….
그런데 A씨가 점점 알게 된 것은 그의 부친이 자기와는 아주 대조적이어서 나쁘게 말하면 '진물(인색한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짬진 검약가로서 돈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A씨는 어 렸을 때부터 부친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면 설사 그 돈의 용처가 적당하더라도 반드시 꼬치 꼬치 따지고 지루한 훈계를 듣는다. 그러다보면 A씨도 어느덧 열이 올라온다는, 트러불이 자주 있었다.
어쩌면 A씨는 자기가 돈 문제라면 피해서 지내고 싶다는 심정이 돼버린 것은 부친과의 트러불을 피하고싶은 심리에서 나온 듯한 것을 알았다.
그럼 A씨 부친의 '돈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하여 좀더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그의 부친은 가난한 농가출신인데 일찍이 아버지를 잃고 편모 슬하에서 큰, 말하자면 고노 력행(苦勞力行)의 인물이었다. 돈으로 해서 고생고생하며 장성했다.
나중에 부자가 되어서도 돈을 지출할 일이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도 어렸을 때부터 고생한 탓인 것이다. A씨가 지금과 같이 장성하고 보니 부친의 '돈에 대한 콤플렉스'도 알만하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2. 변덕스런 어머니와 아이의 조울(躁鬱) 

B씨는 기분이 물결이 이는 사람이다. 그 만큼 기분이 좋고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다 가도 시기와 반대로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신을 잃은- 그런 상태의 시기가 교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모친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일이 있다.
그의 모친은 매우 변덕스러운 점이 있어서 금방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하고 귀여워하다가도 금방 관심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아이는 내버려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B씨는 별안간 외톨이가 되어서 쓸쓸하게 된다. 금방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다가도 금방 내동댕이치는 것이다.
그래서 B는 엄마가 위해 줄 때는 기분이 좋아 쾌활하고 떠들어대고 뽐내고 해서 겁내는 것 도 없고 자신에 넘쳐 의기양양하다. 그러다가 엄마가 없다거나 기분을 딴 곳으로 돌리면 금방 쓸쓸해지고 맥이 풀리고, 마침내는 우울하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어서 주변에서 알아주고 있다고 생각되는 동안에는 활기가 있고 기분도 좋지만 주변에서 자기에게 무관심하다거나 모두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느꼈을 때는 당장 의기가 소침해진다.
우울이 있는- 기분에 물결이 이는 사람에게는 자주 모친과의 사이에 이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 자수성가 아버지와 자신을 못 갖는 딸

C양의 경우는 이렇다. C양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없고 무엇을 하든 '나는 틀렸다'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해진다. 좀 깊이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C양에게는 다음과 같은 콤플렉스가 있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즉 C양에게는 품위있고, 돈많고 높은 신분인 사람, 다시 말해서 상류층 사회를 부러워하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자기가 교양있고, 돈많은 숙녀로 보이는지 여부를 생각한다. 일거수 일투족 주변의 눈을 의식하고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보도록 거동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C양은 결코 가난하지도 않고 생김새가 천덕스럽지도 않다. 분명 그녀는 대회사의 사장 따님이요, 훌륭한 양복을 입은 부자이다. 왜 이것이 기묘한 것이냐 하면 대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콤플렉스는 보통 상식에서 말하면 가난한 사람이나 신분이 낮은 층의 사람에게 많다. 그런 입장의 사람들이 대개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또는 품위 없는 사람들이 품위 있는 사람에게 위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C양은 그렇지가 않다. 그녀는 분명,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회사 사장의 영애(令愛)요, 게다가 미인이고, 인품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그녀의 부모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것은 자기와 부모와의 트러블 같은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녀의 부친은 귀여운 딸인 그녀에게 여러 가지 물건을 사주기도 하고 그 밖에 호강시켜주기는 하나 그 반면에 마냥 하는 말이 "너희들은 너무 호강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가난하여 고생고생해서 지금같이 됐다. 그런데 너희들은 세상의 고마움을 모른다."하면서 훈계한다.
이 훈계소리에 그녀는 아주 마음이 상하여 모든 생각이 식어버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그녀는 어려서부터 품위있는 부자집 아가씨같이 되라는 교육 속에서 살아왔다.
그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온 집안이 부친의 출세, 부자가 되는 것, 그리고 상류사회인답게 되려고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C양의 가정은 이른바 자수성가의 집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도 그녀의 아버지도 대회사의 사장댁으로 통하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들은 옛부터 그들에게 따라붙었던 가난뱅이 근성에서 조금도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본인들은 여전히 우리는 가난하고 볼품없고 지위가 낮은 것 같은 자기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못 갖는 이유는 부친의 말씀대로 부자집 딸같이 하면 너무 호사한다고 하고, 또한 검소하고 가난하게 굴면 이번에는 부자집 딸답게 멋지게 놀아라 하는 이런 딜레머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고서야 무엇을 하든 자신을 못 갖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가나 뒤로 물러서나 꾸중을 듣고 낭패를 당하는 것이다.
사실 딜레머는 그의 부친의 인생 그대로였다. 대회사의 사장이 되고 상류사회에 출입하는 신분이 되었어도- 다시 말해서 한평생의 노력은 열매를 맺어 목적을 달성했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그런 생활이 그의 부친에게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파티에서의 사교도 일류 호텔에서의 식사도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그의 딸에게는 그런 상류사회 숙녀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고서는 C양이 무엇을 하든 자신을 못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면 건방지다 하고 그렇지 않게 하면 이번에는 품위 있게 숙녀답게 부잣집 아가씨 답게 하라고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모에게는 언제나 들볶이는 형편이었고, 마음은 상처만 입었던 것이다.


4.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악순환

이렇게 살펴보면 모든 아이들에게는 모두가 부모의 가지각색 딜레머가 반영되고 있다. 누구나 사람에게는 마음속에 부조화와 갈등이 있는 것이나 이 부모의 마음속 갈등은 그대로 자녀에게 반영된다. 그리고 자녀에게 불행스러운 것은 이 부모의 마음의 갈등이 자녀에게는 부모의 갈등의 형태로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그 갈등의 결과로 자녀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자신이 없다'는 '조(躁)와 울(鬱)의 물결이 있다.' 또는 '칠칠맞다'는 형태의 자녀의 성격으로 체험되고 또한 주위에서는 그렇게 보아버리는 것이다.
'너는 칠칠맞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 기분파냐.' 하고 아이들에게 푸념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이 바로 부모 자신의 마음의 반영경(反映鏡)인 것을 모르는 것이다. 아이도 또한 그것을 자신 책임으로 알고 있다.
아이를 꾸중해 놓고 아이가 울면 왜 우느냐고 화를 내는 부모도 있다. 이런 때 '잘못했어요.' 하고는 또 우는 아이가 있는데 친자관계가 한번 비끌어지면 이런 악순환이 밀려드는 것이 다. 이 악순환을 양순경(良順境)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치료의 과제다. (부기, 이하는 불광 회 교학부에서 기술한 것이다)


5. 소아천식의 한 원인

어버이의 정신상의 갈등이 자녀의 성격에 미치는 몇 가지 예를 보았다. 그런데 부모의 마음의 갈등이 자녀의 건강이나 환경에 주는 영향은 방대하고 심각하다. 자녀의 몸에 나타나는 병도 그 원인이 온전히 부모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 자녀의 경우 더욱 그렇다. 백방의 수단을 다해도 차도가 없던 자녀의 원인불명의 만성병이 부모 마음의 갈등이 해소되면서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여기 한 예를 보기로 하자.
D씨는 상처하고 나서 어린 F군은 고향 부모님에게 맡기고 E여사와 재혼했다. 결혼 당시에 는 F군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있다가 둘 사이에 딸을 낳았고 집안이 화락하면서 이 사실을 밝혔다. 이에 E도 찬성하고 집에 데려와 키우기로 했다. 헌데 사람이란 표면상 체면이나 도덕이나 사회에서 반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 속 깊이에서 승복하지 않을 때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E여사도 막상 F군을 앞에 대하고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심한 질투심이 치밀어 왔다. 생리 중인 때는 특히 신경질적이 되고 남편의 손끝이라도 몸에 닿으면 소름끼칠 것 같은 혐오감이 혈관을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일어날 때부터 자기 소생인 여식이 천식 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세 살 때부터 시작한 이 증세는 열세 살이 되도록 거의 매일 발작했다. 온갖 의학 치료도 민간요법도 아무 효과도 없었다. 마침내 그들 부부는 정신치료의 문을 두들기고 E여사의 정신분석 결과 비로소 여식의 병인을 알게 됐다. 그것은 E의 남편에 대한 불만과 전처와의 관계에 대한 질투심, 그리고 그에 따른 혐오감정의 표현이 바로 어린 여식에게 병으로 나타난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를 밝힐 지면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어린것의 병 고친 방법에 대한 말만 한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깊은 존경과 신뢰의 회복이었다. 마음속에 있던 일체 대립 반발의식을 송두리째 소탕하고 부처님 공경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공경하고 감사했을 때 어린 여식의 병은 홀연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계속)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해 주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