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수행법

특집 |바쁜 일상중의 불교수행

2007-09-11     관리자

글·전현수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

나도 전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행이 안 될 때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정말 수행을 하고 싶다면 그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내 생각에는 수행이 안 될 때는 시간이 없어서 또는 바빠서가 아니라 수행하는 시스템이 안 잡혀있기 때문이다.

수행하는 시스템이 잡혀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수행이 가능하다. 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께서 6.25사변 때 해인사에 계셨는데 그 때 총소리를 들으면서 참선을 하였다고 하면서 그 때 참선 외에 뭘 하겠느냐고 말씀하신 어느 불교계 신문과의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가능하면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잘 때까지 마음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밥을 먹고 걷고 용변보고 말할 때 무엇을 볼 때 들을 때 가능하면 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려고 한다. 현재 순간에 마음을 챙기는 것의 장애물은 생각이다. 생각은 주로 과거와 미래에 우리의 마음이 가 있을 때 일어난다.

현재에 마음을 챙기다가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이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면 생각의 힘이 약해져 생각에 빠져들지 않고 생각이 올라오기 전에 집중했던 것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렇게 현재에 집중해 머물 수 있으면 고통이 많이 줄게 된다.

우리의 고통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들은 거의 과거나 과거를 보상하기 위한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에 사는 것이 정신건강이다. 현재로부터 멀어질수록 정신이 불건강하고 가장 멀어진 것이 정신병이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있는 것이 정신병이라고 볼 수 있다.

『상윳따니까야』라는 경전에 천신과 부처님의 대화가 있다. 천신이 “부처님 당신께서는 숲 속에 살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도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맑고 깨끗합니까?” 하고 물으니 부처님께서 “숲 속에 살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도 이렇게 얼굴이 맑고 깨끗한 것은 지나간 일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일을 바라지 않고 오직 현재를 잘 지키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이 경전을 보면서 상당히 놀랐다. 내가 진료실에서 항상 환자에게 현재에 살 때 정신이 건강해지고 정신장애가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부처님께서 직접적으로 현재에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보고 현재에 사는 것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행위가 수행의 대상

내가 바쁜 생활 속에서 이 정도라도 수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위빠사나 수행을 접하고부터다. 2003년 여름에 한 달간 미얀마 참메센타에서 수행을 하고 난 뒤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수행을 하고 있다. 미얀마를 가게 된 것은 그 당시 수행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수행을 해야지 하면서도 좌선을 하기 위해 앉아지지 않았다.

수행의 주제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행처에 푹 있다가 오면 수행 시스템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위빠사나에 관한 책을 읽어보니 그 전에 내가 생각한 위빠사나가 아니고 한 번 경험할 만한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얀마로 가게 되었다. 가서는 단기 출가를 하였다.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수행 홀에서는 좌선과 경행시의 현상을 관찰하지만 수행 홀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일상행위도 관찰의 대상이 된다. 걸을 때는 걷는 것을,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것을, 샤워할 때는 샤워하는 것을, 화장실에서는 용변 보는 것을 관찰한다. 모든 행위가 수행의 대상이 된다.

사실 좌선을 할 때 호흡을, 또는 호흡의 결과 배가 부르고 꺼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그것에 집중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행위든지 집중해서 관찰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수행은 따로 시간을 내서 특별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수행처에 가지 않고도 하루 종일 수행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수행의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

수행의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중의 대상이 화두가 될 수도 있고 염불이 될 수도 있고 경전이 될 수도 있고 일상생활이 될 수도 있다. 집중하여 딴 데로 정신이 가지 않으면 그 집중을 통해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내 경우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오로지 환자에 집중할 때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것을 그대로 알 수 있다. 그때 그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을 보고 안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 그 자체가 정화다. 이러한 작업은 내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만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을 수행으로 생각하고 뭘 하든지 수행시간을 갖는 것으로 생각하면 재미없고 하기 싫은 것이 없어진다. 예를 들면 설거지나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이 그 행위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 되고 깨달음을 주는 시간이 된다. 공부하고 좌선하는 시간이나 청소하는 시간이나 본질적으로 똑같은 시간이 되니 차별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의미 있어진다. 걷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걸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느끼면서 걸으니 어디를 갈 때 싫지 않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없어진다. 뭘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 대상은 좋고 현재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학이 기다려진다는 것은 지금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즐기고 의미를 찾는다면 기다리지 않게 된다. 신호등에서 파란불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서서 호흡을 관찰하고 있다가 신호등이 바뀌면 가면 된다. 누구와 만날 약속을 했는데 내가 먼저 도착하면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했지만 나의 과거를 되돌아볼 때 그렇게 쉬운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수행을 포함해서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면 뭐든지 그 일에서 맛을 봐야 하고 또 어느 정도 해놓아 안 하면 아까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영어를 예를 들면,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를 하는 재미나 맛을 봐야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한 영어가 아까워서라도 계속하게 된다. 이처럼 수행도 큰 용기를 내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맛도 보고 어느 정도 해서 안 하면 아까울 정도가 되면 언제 어디서건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전현수 님은 부산의대 졸업, 한양의대 신경정신과 석사, 박사. 현재 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서 미국임상최면학회 정회원, SEPI(Society for Exploration of Psychotherapy Integration) 정회원이다. 미얀마 참메 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였으며, ‘명상과 자기 치유 8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에 『울고 싶을 때 울어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