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바라보면서
동시
열매를 바라보면서
이 창 건
빛나는 열매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것은
여름날의 천둥 번개 폭풍우다.
천둥 번개에 소스라치며
폭풍우에 가슴을 떨며
잎새 뒤에 숨어
겁먹은 눈망울을 굴리던 것들.
깜짝깜짝
열매들이 놀랄 때마다
가지들은 가지대로 힘을 더 쓰고
뿌리는 뿌리대로 발끝에 힘을 더 주었다.
이제 단맛이 들어
우리들 손을 기다리는 것들
가늘은 가지들이 보석인 양 꼭 붙잡고
햇살과 어우르며 익혀온 것들.
빛나는 열매를 바라보면
나무들, 특히 가지들의 의지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