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없는 행복을 위하여

권두언

2007-09-04     관리자

말먹이를 잡수시는 부처님

  부처님께서 파화리원(園)으로부터 천이백오십 비구와 함께 기원정사로 돌아오셨다. 그때 아기달(阿祗達)이라는 부호 바라문이 부처님을 뵈옵고 감격하여 부처님께 청하였다.
『왕림하시어 한 철 석 달 동안 공양을 받으시고 교화를 베푸소서.』
  부처님께서 응락하시고 대중들과 함께 아기달의 마을에 이르렀으나, 아기달은 하늘 악마의 꾐에 빠져서 후원 별당에서 보배와 여자와 술에 취하여 문지기에게 명하였다.
『손님을 들이지 말라. 한 철 석 달 동안에는 높고 낮음을 묻지 말고 나의 분부 있기만을 기다려라.』
  부처님께서는 그 집 근처의 큰 숲에 머무시면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고을은 흉년인데다가 사람들이 도(道)를 좋아하지 않으니, 저마다 편리한 대로 걸식할지니라.』
  대중들은 흩어져 걸식하였으나 사흘째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때 말(馬)을 먹이는 이가 말먹이로 쓰는 보리를 아껴서 공양하였으므로, 아난다는 그 보리를 받아 슬퍼하면서, 한 여인에게 부탁하여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잡수시고, 공양한 이를 위하여 축원하셨다. 아난다가 괴로워함을 아시고, 그것을 풀어주시고자 부처님께서 나머지 밥을 그에게 주셨다. 아난다가 먹어 보니 맛이 좋고 향기로와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여래의 미묘하신 덕(德)은 불가사의로구나.』
  한 철 석 달이 그렇게 끝나자 마침 정신을 차린 아기달이 부처님께 달려와 울며 참회하고 이레 동안의 공양을 청하니, 부처님께서는 그를 용서하시고 공양에 응하셨다. 계절이 끝나 부처님께서 떠나려하실 때, 아기달은 공양하고 남은 곡식을 길거리에 두루 뿌려놓으며 부처님께서 그 위로 지나가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를 만류하며 말씀하셨다.
『공양거리와 쌀이며 곡식을 바로 먹어야 하는 것이요, 발로 밟을 것이 아니니라.』

아끼고 함께 나누며

  말먹이를 잡수시는 부처님, 한 철 석 달 대중과 함께 거칠고 나쁜 보리밥을 나눠 잡수시는 부처님!
  저 부처님을 뵈오면서, 나는 두렵고 죄스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읍니다.
  왜? 하루 세 끼 흰 쌀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매양 입맛 타령을 하고 반찬 투정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끼니마다 식단이 바뀌기를 바라고, 맛있는 간식을 바라고, 남은 음식을 사정없이 쓰레기 통에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는『부처님』을 찾고,『법(法)』을 말하며,『도(道)』를 써왔읍니다.『나는 불자다. 나는 수행자다. 나는 보살이다.』하고 그렇게 자부해 왔읍니다.
  나는 자신을 향하여 조용히 묻고 있읍니다.
  나는 과연 불자인가? 수행자인가? 한 철 석 달 꽁보리밥을 먹으라 하면 과연 불평없이 먹을 수 있겠는가? 가축 사료로 쓰는 거친 먹이로 밥을 지어 주면 과연 그들을 위하여 축복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나는 못합니다. 자신 없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더 부처님을 그리워합니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염주를 헤아리며, 『부처님,부처님』 이렇게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읍니다.
『잘 입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연스런 욕구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이 욕구를 긍정하시고, 이렇게 격려하고 계십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가계(家計)를 벌기 위해서 전심전력으로 개미같이 노력하고, 꿀치는 벌과 같이 부지런히 일하라.』<육방예경>
  옳읍니다. 개미같이 노력하고 꿀벌같이 모아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자식들을 잘 키우는 것이 곧 훌륭한 보살의 수행입니다. 이것이 곧『니르바나』이고『성불(成佛)』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이것을『위없는 행복』이라고 찬탄하셨읍니다. <숫타니파아타 소품-위없는 행복>
  그러나 이 두 행복을 위하여 우리가 명심할 두가지『행복의 법』이 있읍니다.
  첫째로, 아끼고 또 아끼는 것입니다.
  둘째, 힘껏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발우공양은 절에서 스님들만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밥 한 알 김치 한 쪽까지도 깨끗이 먹는 것은 수련대회에서만 하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만일 우리 식탁에 먹다 버리는 음식이 많다면, 우리는 아직 불자가 못됩니다. 불필요하게 승용차를 굴리고 지나치게 값비싼 놀이를 즐긴다면, 이것이 곧 곡식을 거리에 버리는 것이고 발로써 밟는 것입니다. 우리 부처님께서 다 보시고 슬퍼하십니다. 두고두고 생각해도,『대중 공양법』이상의 훌륭한 삶의 방식은 없는 듯 합니다. 온 대중이 둘러 앉아서, 수박 한 덩이라도 골고루 나눠 먹는 우리 집안<佛家>의 오랜 법도를 통해서, 우리는 이 시대의 빈부(貧富) 갈등을 슬기롭게 치유할 행복의 문을 발견합니다.
  한 철 석 달 말먹이를 대중과 함께 나눠 잡수시는 부처님!
  저 부처님을 뵈옵고, 우리는 부끄러움을 알 것입니다. 우리 이웃에 지금도 말먹이를 먹고 있는 불쌍한 동포는 없는가 놀라 살펴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