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좋은 사이

사랑하는 나의 딸 희에게

2007-09-03     관리자
희야? 몸 건강히 잘 있니?
언제나 이 엄마의 머리 속에는 너의 걱정으로 가득하다.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은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 늦잠이라도 자고 있지나 않을까! 옆에서 깨워줄 수도 없고, 오늘은 강의가 많은 날인데 얘가 지쳐 있지는 않을까!하며 안타까워한단다.
 네가 보다 넓은 세계에 접하고 싶고 새로운 공부도 하고 싶다며 외국으로 떠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구나.
 너를 공항에서 떠나 보낼 때는 웃으며 보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한편으로는 엄마만 서울에 남겨 놓고 떠나는 네가 지독하기도 하고 괘씸하기까지 하면서도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하지만 이 엄마도 굳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고쳐 먹고 바쁘게 생활하기로 다짐한 지 오래다. 내가 내 생활에 충실하고 건강히 있어야 네가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고, 그것이 곧 너를 위하는 길이지 위로하며 내 생활에 신경쓰고 있단다. 엄마 걱정일랑 하지 말아라.
 희야!
 지난 겨울에 너를 보러 갔을 때 집에서 가까이 보고 지낼 때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졌고 숙녀다워진 점을 보았다.
 낯설고 물설고, 아는 사람도 없는 미국 땅에서 혼자 생활하느라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텐데 그 어려움을 잘 참아가고 있는 너....
 아침부터 학교로 어디로 다니다가 지친 몸으로 들어와도 아무도 너를 반겨줄 사람이 없으니.
 엄마가 가 있는 동안에는 한국말을 해 줄 상대가 있다면서 "엄마, 어휴 이제 집에 오니 엄마하고 한국말로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하며 종알종알거린던 너.
 꿋꿋하게 잘 참으며 노력하는 네 모습을 다시 확인하였지만 가슴이 찡하게 아파오더라.
 객지로 떠나보내며 걱정 걱정하고, 유학을 보내야 할 것인지 망설였지만 넓은 세상에서 젊음을 겨뤄보고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으며 자립심을 키워가는 너의 굳은 의지를 보고 오니 보낸 것을 걱정만 할 일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의 정도를 넘어서 과연 내 딸이다 하는 자부심마저 갖게 되었다.
 지난 1월 말 네가 가고 싶어하던 무용 학교에 오디션을 보러가는 날이었지. 며칠 전부터 엄마는 또 부처님께 매달리며 기도하기 시작했지. 너는 "엄마, 또 부처님께 기도할꺼지? 나 너무 부담스러우니 그러지 말아요. 여기 미국 학생들은 얼마나 무용을 잘하는지, 특히 흑인 무용수들의 춤 솜씨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난다고들 할 정도라구요. 그리고 동양인은 신체조건이 좋지 않아 잘 뽑아주지 않을 것 같으니 기대하지 마세요."하며 불안해하였지.
 엄마는 "그래, 안 되면 어떠니, 또 기회가 있고 다른 학교도 있을텐데."하며 안심시켜 주었지.
 하지만 막상 오디션을 보러 가는 날 너는 어떻게 하였니? 신앙은 자유라며 항상 너의 마음 일부를 차지하고 있던 다른 신앙의 상징들을 놓아 둔 채로 엄마가 서울에서 가져간 '호신불'을 살며시 네 가방 속에 넣고 가지 않았니?그것을 보는 순간 엄마는 얼마나 반갑고 역시 부처님이 우리 희 옆에서 도와주시며 너의 마음 또한 부처님 곁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
 서둘러 너를 보낸 후 곧 그 쪽을 향해 앉아 네가 시험을 볼 시간, 또 발표가 있을 시간까지 오로지 부처님만 찾은 엄마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너의 호신불로 정해 부신 허공장보살님을 수없이 부르며 희에게 자신과 용기를 주시고 실수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여 주십사고 염치없이 계속 부탁을 하는 엄마를 발견하고 자식 앞에서는 염치도 없이 떼만 쓰게 되는구나하였단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이 빨래 저 빨래 모두 꺼내어 빨래를 하며 안절부절했지. 엄마의 귀는 온통 전화기에만 가 있었어. 드디어 오후 늦게 너의 전화가 왔지. "엄마" 하는 너의 목소리가 명랑하기에 '옳지, 됐구나.'하는 생각으로 다급히 물었지, "엄마, 나 됐어요. 8명이 됐는데 그 중에 동양인은 나 하나예요."
"축하해, 참 잘했구나." "입학등록서류 받으면 곧 집으로 갈께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수화기를 내려 놓는 내 손등 위로 어느새 흐른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부처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는 '엄마'를 발견하였지.
 애썼다. 희야! 이제는 건강 생각하며 열심히 너의 길을 가거라.
 너의 방황이 안쓰러워 부처님께서도 너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거라 생각한다.
 지난 달에는 미국에 여행 중이시던 너희 학교 교수님이 너를 찾아 학교에까지 들러 주셨다니 얼마나 반갑고 힘이 되었겠니? 먼 이국에서 고국의 교수님을 뵈었으니. 격려와 칭찬을 들은 너는 고달픔도 잊고 또 열심히 뛰었겠구나.
 그 먼 곳까지 제자를 찾아가 격려하여주시니 교수님이 정말 고맙다.
 그래, 네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주윗분들도 아껴주고, 관심있게 도와 주시지 않니? 내 사랑은 내가 하기나름이라고, 열심히 하면 친구, 친척, 부처님 등 모두가 힘이 되고 도움을 주시게 되는 것 같다.
 희야!
 건강 지켜가며 공부하거라.
 전화할 때마다 너와 나누는 서로의 똑같은 말
"엄마, 식사 거르지 마세요. 특히 아침 시간 바쁘다고 건너뛰지 마시고 꼭꼭 드세요. 건강히 계세요."
 "응, 엄마 걱정 말고 너나 잘 챙겨 먹으라고, 매식 너무 하지 말고 집에서 만든 음식 챙겨 먹어라. 항상 건강 생각하며 생활하거라." 하는 통화의 마지막 말을 생각하면 빙긋이 미소도 나온다.
 희야!
 한국에 올때까지 건강히 잘 있거라.
 끝으로 희에게 가까이 다가간 부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펜을 놓는다.
 부처님,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