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불전도(佛傳圖) 6

[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불전도 6-생노병사의 현실을 보고 출가를 다짐하다

2007-08-30     이기선

사문유관
이번
에 소개되는 그림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압축한 이른바 팔상도(八相圖 )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하는 사문유관(四門遊觀)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나가르쥬나콘다(Nagarjunakonda)에서 출토되어 현재 그곳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3-4세기 경의 부조(浮彫)작품으로, 동문(東門)을 나서 죽은 사람을 만나 보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생노병사의 현실
때에 보살은 슈도다나왕에게 현몽을 하였으나, 왕은 꿈 속에서 보살이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궁전문을 나가는데 한량없는 하늘들이 에워싸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왕은 꿈에서 깨어나 나인에게 물었다.
그리하여 왕은 보살을 위해 세철(三時)의 궁전을 지었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며,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하며, 봄 가을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게 지었으며 문은 겹문을 달아 여닫기 어렵게 만들고 또 여닫을 때는 그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였다. 이렇듯 보살이 성을 넘어 출가를 하지 못하도록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있었으나 왕의 마음은 늘 두렵고 근심스러웠다.
어느 날, 보살이 밖으로 유람을 나가려고 마차를 준비하라 이르니 마부가 왕에게 나아가 이 사실을 아뢰었다. 왕은 곧 여러 사람에게 분부하여 동산숲을 비롯한 성밖 곳곳과 이르는 길마다 깨끗하게 치우고 향수를 뿌리거나 온갖 꽃과 보배로써 장엄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길가에는 나쁠 만한 것이 없게 하고 쇠약한 늙은이나 병든 이, 또는 죽은 시체며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 등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나 상서롭지 못한 일은 눈에 뜨이지 않도록 엄중하게 분부하였다.
때에 보살은 뭇사람들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는 보살핌을 받으며 성의 동쪽 문으로부터 나갔다.
때에 정거천인(淨居天人)이 몸을 늙은이로 바꾸어 보살이 지나는 길가에 나타났다. 머리칼은 흰데다 빠져서 듬성듬성하고, 몸은 바짝 야위었으며 살빛은 몹시 나쁜 데다, 허리는 고부라져 손에 지팡이를 잡아 의지하고 있고, 이는 모두 빠진데다 침은 질질 흘리면서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이었다. 이를 본 태자가 마부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길래 모양이 저와 같으냐?』
『이는 늙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늙었다고 하느냐?』
『무릇 늙음이라 함은 일찍이 젊은 나이를 겪어서 점차로 쇠하여 못쓰게 되는데 모든 감각기관이 시들어지고 기력이 점점 없어지며 음식은 소화되지 아니하고 몸매는 바싹 마르며 위엄이 없어서 남이 업신여김을 받고 또한 거동하기가 매우 괴로우며 남은 목숨이 얼마되지 않는 것이니 이 일로 하여 늙음이라 하나이다.』
보살이 이어서 물었다.
『이 사람 혼자만이 그러하냐, 모두가 그러하냐?』
『일체 세간이 모두 다 그와 같나이다.』
또 보살이 물었다.
『내 이 몸 또한 저와 같이 될 것이냐?』
『무릇 삶이 있는 것은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모두 이런 고통이 있나이다.』
이 대답을 들은 보살은 언잖은 낮빛이 되어 마부에게 일렀다.
『나는 이제 어느 겨늘에 동산숲에 나아가 멋대로 재미있게 놀겠느냐. 이런 고통을 면할 생각을 하여야 하리라. 어서 수레를 궁으로 가자꾸나.』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왕은 생각하기를 「이 또한 내 아들이 집을 떠날 조짐이로구나. 아시타 선인의 말한 바가 모두 사실이로구나.」 하면서도 태자가 성을 떠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성으로 돌아온 보살은 성밖의 일로 번민하다가 시간이 흐르자 성 안의 온갖 환락에 빠져 그 일을 잠시 잊고 지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살은 성밖으로 유람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마부를 불러 마차를 준비하도록 이르니, 마부가 왕에게 사실을 알리니 전보다 더 분부가 엄하였다.
이번에는 남쪽 문으로 나갔다.
때에 정거천은 병든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어 나타났다. 뼈만 앙상하고 핼쓱하게 야윈 몸은 기진맥진하며 고통을 받아 괴로운 빛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태자는 마부에게 물었다.
『이는 무슨 사람이라 하는가?』
『병든 사람이라 하나이다.』
또 물었다.
『무엇을 병이라 하는가?』
『이른바 병이라 함은 모두가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즐겨 좋아하는 것이 법도가 없는 탓이온데 네 가지 요소(四大)가 어긋나서 백한가지 병이 생깁니다. 앉고 누움이 불안하고 거동이 위태하며 숨이 점점 고달파지고 거의 목숨이 넘어갈 지경에 있나이다. 이런 일 때문에 병이라 하옵니다.』
또 묻기를
『나의 이 몸도 그래야 되는가.』
하니,
『무릇 삶이 있는 이로서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모두가 이런 고통이 있는 것이옵니다.』
하고 답하였다. 이에 보살은 언잖은 마음이 생겨 수레를 돌려 궁성으로 돌아왔고, 이 사실은 또한 왕에게 전하여지니 왕은 출가의 조짐이 다시 나타났다고 여기며 크게 근심과 걱정을 하였다.
또 어느 날 보살은 서쪽 문을 나섰다. 때에 정거천은 변화하여 죽은 사람이 되었다. 상여 위엔 죽은 사람이 누워 있고, 그 위에 향을 사르고 꽃을 흩뿌리는 식구들이 울부짖으며 뒤따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보살이 또 물었다.
『이는 누구인데 향과 꽃으로 그 위를 장엄하고 또 많은 권속들이 슬피 울고 있느냐?』
『이는 죽은 사람이옵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대개 죽음이라 함은 정신인 의식이 몸을 떠나고 목숨과 감각기관이 물러가는 지라, 길이 부모· 처자 등의 권속들이 은혜와 사랑이 이별하여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합니다.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정신만이 혼자 가서 다른 길에 돌아감으로 은혜와 사랑과 이쁘고 미움이 다시는 아는 척 아니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죽음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기 이를 데 없나이다.』
또 물었다.
『이 사람만이 죽는 것이냐, 모두가 그런 것이냐?』
『무릇 삶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데에 돌아가나이다.』
대답을 듣자 보살은 언잖은 낯빛을 하며 말하였다.
『세간에 이러한 죽는 고통이 있거늘 어떻게 그 속에서 방일할까. 나는 이제 어느 겨늘에 동산숲에 나가 노닐겠는가.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구하여야 하리라.』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보살의 변민이 깊은 것을 눈치챈 왕은 전보다 더 보살에게 환락을 베풀도록 했다.
어느 날, 태자는 마차를 불러 북쪽 문으로 나갔다.
때에 정거천은 비구의 몸으로 몸을 나투었으니, 가사를 입고 수염과 머리를 깎아 없앴으며 손에 석장(錫杖)을 들고 있는 모습은 매우 엄숙하고 위의(威儀)가 갖추어 있었다. 보살은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이 들어 물었다.
『저 이는 어떤 사람인데 저처럼 모습이 엄숙하고 올바른가.』
『이와 같은 이를 출가자라 하나이다.』
『대저 집을 떠나면 이익된 바가 무엇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온갖 것이 무상하여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불안한 법임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친족을 버리고 고요한 데 머물면서 애써 방편을 구하여 이 고통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닦고 익히는 것은 샘이 없는 거룩한 길 〈無漏聖道〉이요, 바른 법을 향하여 모든 감관을 조복하고 큰 자비를 일으켜 두려움 없음〈無畏〉을 잘 베풀면 마음과 행이 평등하여 중생을 보호하고 생각하며 세간에 물들지 않고 영원히 해탈을 얻나니, 그러므로 집을 떠나는 법〈出家法〉이라 합니다.』
이에 보살은 기쁨을 내며 찬탄하였다.
『거룩합니다. 거룩합니다. 천상과 인간 안에서 이것만이 으뜸입니다. 나는 결정코 이런 도를 닦고 배워야 합니다.』


- 「방광대장엄경」제 5권 감몽품(感夢品)의 내용을 간추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