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나라 이야기] (22) 약속을 어긴 사냥군

*연꽃나라 이야기(22)*

2007-08-30     조명렬

효성 지극한 원숭이 형제

약속을 어긴 사냥꾼

옛날 히말라야지방에 원숭이 형제가 살았습니다. 이 형제 원숭이는 앞을 못보는 엄마 원숭이를 모시고, 또 많은 무리의 원숭이들을 지도하면서 날마다 아주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원숭이 형제는 굵고 크며 잎이 무성한 나무를 발견하면, 그 나무 위에 엄마 원숭이를 쉬도록 한 후에 먹이를 구해다가 엄마를 봉양하는 지극히 효성스러운 아들들이었습니다.
어느날, 엄마가 편히 쉴 수 있는 나무와 먹이를 찾았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날 일찍이 더 깊은 숲 속으로 먹이를 구하려고 떠났습니다. 원숭이떼들은 깊은 숲 속에서 아주아주 맛있고 신선한 향기가 가득 풍기는 과일과 먹이를 구해서 맛있게 먹었읍니다. 형제 원숭이는 제일 맛있고 향긋한 과일만을 골라서 엄마 원숭이에게로 보냈습니다.
며칠 동안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땐 이미 엄마 원숭이는 지칠대로 지쳐서 기진맥진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깜짝 놀란 두 아들이 이야길 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엄마, 왜 이러십니까, 어디가 아프세요. 약을 구해 올께요.』
한참 후에야 엄마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 고생이 많구나. 그래 얼마나 배가 고팠겠느냐. 나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먹지 않으니 힘이 없는데, 너희들은 못 먹고 돌아다녔으니 오죽 했겠니?』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셔요. 그동안 아무 것도 못 잡수셨다니됴. 아주 맛있는 과일만을 골라서 많이 보내드렸는데요.』
『글쎄 나는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구나.』
『자, 이걸 드시고 어서 힘을 내십시오. 이제는 저희들이 교대로 엄마를 모시겠습니다.』 하고 가져온 과일을 엄마의 손에 올려 드렸습니다.
다음날에도 형제 원숭이는 어디론지 옮겨서 먹이를 구해야 했습니다.
형이 아우에게 말했어요.
『아우야, 오늘부터는 나대신 네가 저들을 이끌고 나아가야겠다. 나는 어머님을 모셔야겠어. 내가 모시지 않고 다른 원숭이를 시키면 우리 엄마는 못 잡수셔서 죽을 것 같아. 장님된 불쌍한 어머님 우리가 교대로 모셔야겠다. 그러니 네가 다녀 오너라.』
『형이 안가면 나도 같이 있을래요. 형이 없으면 나도 힘이 안나요. 그러니까 나도 같이 있도록 해 줘요. 형』
하면서 동생 원숭이도 억지로 남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어긴 사냥꾼



사냥군과의 약속

결국 다른 원숭이떼들은 자기들끼리 떼를 지어서 먹이를 찾아 떠났고, 원숭이 형제가 눈먼 엄마 원숭이를 돌보기 위하여 무리로부터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엄마 원숭이를 보호하여 넓은 초원으로 내려 왔습니다.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안식처를 하기로 했습니다.
튼튼한 나뭇가지위로 엄마를 올려 드리기도 하고 넓은 초원으로 안내하여 밝은 햇빛 아래 뒹굴기도 하면서 아주아주 재미있는 생활이 계속 되었습니다.
형제는 날마다 교대로 먹이를 마련해왔고, 세 식구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나날을 계속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들에게도 악의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무섭게 생긴 사냥군이 나타났습니다.
그때에 마침 형제 원숭이는 나뭇가지 위에서 조금 쉬고 있을 때 였으며, 엄마원숭이는 풀밭에 앉아서 자기의 옷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사냥군의 모습을 먼저 본 동생이
『형 큰일났어. 이걸 어떡해 저것 봐 사,사, 사냥군이 나타났어.』
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뭐, 뭐라고. 사냥군이···.』
하곤 두리번거렸습니다.
『정말이구나 큰일났다. 예야, 우리 침착하자. 될 수 있는대로 나뭇잎에 숨어서 저 사냥군 눈에 띄이지 않도록 해라. 엄마는 설마 저렇게 늙고 보잘 것이 없으니 사냥군이 활을 쏘지는 않을꺼야.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보자.』
고 형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형제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늙은 원숭이를 발견항 사냥군은
「에이, 재수없어. 고작해서 이 늙은 원숭이라니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저 늙은 원숭이라도 집에 가지고 갈 수 밖에·····.」 하면서 엄마 원숭이를 향하여 화살을 겨누었습니다.
그것을 지켜본 형님 원숭이가 쏜살같이 나뭇가지로부터 달려 내려와서 엄마 원숭이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사냥군에게
『여보세요. 우리 엄마를 살려 주십시오. 우리 엄마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늙고 불쌍한 우리 엄마를 살려만 주신다면 대신 제가 죽겠읍니다. 당신을 보고도 숨을지도 모르는 우리 엄마를 죽이지만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제가 죽겠습니다.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뭐라고? 그래 그렇게 하지. 난들 늙은 원숭이보다는 너처럼 맨질맨질한 것이 좋지, 좋아 너의 약속을 지키기로 하지.』

약속을 어긴 사냥꾼


대낮에 천둥과 번개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느덧 화살은 형님 원숭이의 몸에 깊이 꽂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다시 형의 몸에 꽂힌 화살을 뽑지도 않고, 또한 형님 원숭이와의 악속은 아랑곳 하지도 않은채 사냥군은 다시 화살을 엄마 원숭이를 향해서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동생 원숭이는 화난 소리로
『잠깐만 기다려요.』
하면서 그의 앞으로 달려 갔습니다.
『자, 나를 죽여줘요. 그리고 우리 엄마를 살려줘요. 당신은 조금 전의 우리 형님과의 약속을 깡그리 어기고 있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필요가 없는 것이요. 자, 나를 죽이시오. 우리 형제가 죽어서라도 우리 엄마만큼은 하루라도 더 사시도록 해 드리고 싶으니 약속해 주시오. 늙고 앞을 못보는 우리 엄마는 살려주겠다고 약속해 줘요.』
하면서 간청을 했습니다.
『약속, 그리 약속하지. 전 늙은 네 어미만은 살려 두겠다고 약속하지.』
『고맙습니다. 그러나 또 아까처럼 약속을 어기면 당신에게도 그에 따른 벌칙이 안겨질것입니다..』
『뭐, 벌칙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릴 다 하는구나.』
하고 말하면서 사냥꾼은 힘차게 화살을 당겼습니다.
「오늘은 실로 큰 수확이로구나. 싱싱한 원숭이를 한 자리에서 두 마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니.」 하고 말하면서 돌아 가려다가 늙은 원숭이를 보면서 「저걸 놓아두면 뭘해 잡아서 고기는 못 팔아도 털이라도 팔면 수확이 될텐데,」 생각하곤 화살을 어미 원숭이에게 쏘았습니다.
늙은 원숭이의 몸에 화살이 꽂히자 밝은 대낮에 천둥과 번개소리가 한동안 요란하게 들려왔습니다.
사냥군은 원숭이 세 마리를 배낭에 메고 흥겹게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마을 입구까지 이르렀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웅성거렸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때 한 남자가 급히 다가와서
『큰일났네. 이 사람아 이런 대낮에 번개가 쳐서 자네집이 모드 불탔고 가족들 한 사람도 구해내질 못했네.』
『뭐라고요.』
허둥지둥 달려가서 까맣게 재가 된 집을 빙빙 돌면서 혼자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벌칙이다. 벌칙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받은 벌칙입니다. 약속을 어긴 것은 참으로 잘못되었습니다. 참으로 잘못입니다.」

〈쟈타카 222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