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현장] 국토개발연구원 불교회를 찾아서

일하며 수행하는 삶

2007-08-30     관리자
국토개발연구원 불교회

물욕(物慾)은 세분화되고 분업화된 조직 속에서 더 첨예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아의 실현을 위해 혹은 어떠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자신의 경제적 수입을 목적으로 직장을 찾게 되는 것도 흔히 보는 일이다. 그래서 때로 어떠한 방법으로 자기를 찾고, 탐욕의 그늘에 드리워진 자신의 정신을 이타행(利他行)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절박감보다는 경쟁사회가 주는 중압감이 더 가슴에 와닿게 된다.
이기적, 타산적, 몰개성적 이해관계 속에서도 본래로부터 우리의 심성이 신령스러운 것을 생각하며, 직접 간접으로 이 세상은 모두 나의 은인들로 가득차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고 행하는 구토개발연구원 불교회(약칭 국불회)가 여의도 대영빌딩 내에서 많은 직장인에게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일 참선정진
국불회(國佛會 )는 1985년 9월 지광스님(능인선원 원장)을 모시고 「일하며 수행하는 불자가 되자.」라는 취지 아래 약 20명이 모여 창립법회를 가졌다.
자아반조, 교법과 수행증장(修行增長)·친목을 목적으로 매일 한 번씩 참선을 통하여 현실 속의 나, 생활 속의 나, 나와 관계하는 모든 것들 속의 참 나를 발견하여 신심으로 미혹 속에서 눈먼 자신의 눈을 틔우고 부처님의 대자비 광명을 온 몸으로 받고자 한다. 수행은, 지장이라는 조직사회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기적 · 몰개성화가 주는 피곤함을 융합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 치유책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진리의 체험을 스스로가 수행으로 구현하므로써 자아의식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불회가 오늘이 있기까지 물신양면으로 애써오신 회장 오 진모거사(자료실장)는 「국불회는 국토개발연구원이라는 지엽적인 법회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 대영빌딩 내의 직장인, 나아가서 (창밖의 빌딩들을 손으로 가르키며) 여의도 직장인 모두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전해주고자 합니다.」 라고 힘주어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이러한 의지는 점심시간이 되자 쉽게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각 12시, 국불회 회원들의 발걸음은 총총히 자료실장실로 옮겨 오고 있었다. 네 평 남짓한 실장실에는 어느덧 좌구(坐具)가 준비되었고 회원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좌구에 앉았다. 막 문을 들어서는 회원 한 분이
「비록 비좁은 공간이지만 이 곳은 우리 국불회 불심의 근원지이며 진리를 체험하고 수행하는 선방입니다.」
하며 이내 좌구에 앉으며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든다.
잠시 후 「탁, 탁」치는 죽비소리에 주위의 공기들은 엷은 입자들로 흔들렸다. 다시 반야심경의 독경소리가 협소한 사무실 벽을 열고 고해(苦海)의 세상을 맑히듯 엄숙하게 울려 펴졌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독경소리가 끝나자 바로 입정(入定)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흘렸을까? 이 순간만은 생활에 찌든 속인의 번뇌는 나와 상관없다는 듯, 보리수밑, 금강보좌에 앉으신 부처님의 온화한 자태인 듯 수행자의 얼굴은 법열(法悅)로 가득차 있었다.
참선이 끝나고 이들은 다같이 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참선의 참맛은 바로 이 밥맛입니다. 목욕탕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기분 차이랄까? 참선을 하고 난 후의 입안은 늘 개운하죠. 쓰고, 시고할 것 없이 늘 달고 맛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다는 말이죠.』
궂은 일 안가리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총무 손 수호거사의 말이다.
이 곳의 참선모임은 작년 4월부터 매일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280회에 달하고 있는 김 의식거사는 천일을 목표로 참선수행을 하다보니 직장업무로 인하여 쌓이기 쉬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건강에도 무척 좋다고 말한다.
『선은 혼자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용맹정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작은 공간일지라도 이러한 선방이 마련되어 여러 불자들과 함께 참선수행을 하며 심신을 닦는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며 경험적 사실을 통한 참선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익한 것은 끊임없는 참선정진을 통한 진실의 성숙과 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고 한다. 더불어 직장에서는 직무능률의 향상을 가져오고, 가정에서는 건실한 가장으로, 타인에게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회원 상호간에는 불심으로 맺어진 동료애가 돈독하다. 상경하애의 자발적인 공경심과 보살핌 속에서 길흉화복을 자신의 일처럼 상조(相助)하는 작은 보살권을 형성해가고 있다.
정기법회는 원내 대의원실에서 매월 1회 실시한다. 지금까지 지광스님, 무진장스님, 인환스님, 암도스님, 등 많은 법사님들을 초청하여 월례정기법회를 개최하였으며. 틈틈히 옛 선승들의 성지를 순례하는 사찰법회를 통하여 신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러한 각종행사와 회원소식은 국토개발연구원 사내 소식지를 이용하여 대중화시킴으로써 사내의 비불교자들에게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여 불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5월 초부터는 매주 반야심경 교리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불교회


직장법회의 필요성

회원들은 자체평가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직장법회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효과, 그리고 현 법회 문제점을 열거하였다.
먼저 사찰중심, 포교당 중심의 법회에서 탈피하여 생활현장안에서 불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직장이라는 특수적 상황속에서 종사자들은 일과 시간에 얽매여 자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일과관계〉
둘째로 상사들의 과다한 업무지시로 인하여 축적되는 스트레스의 해소를 들 수 있다.〈대인관계〉
셋째로 참된 자기를 찾고 진실을 행할 수 있는 근본을 배양하기 위함이다.〈진리관계〉
이러한 필요성의 감지로 회원들은 법회를 즐겨찾고 충실히 교리를 습득하고 끊임없이 정진하므로써, 보시(布施)· 애어(愛語)· 동사(同事)· 이행(利行)· 동체자비(同體慈悲)로 인간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고 얽힌 마음을 풀어나가고 있다.
또 참선을 통한 선정을 배워 산란한 경계를 안정하게 하며, 자신을 조절하고 마음쓰는 법을 이용하여 일의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불교회

 국불회 회원들은 법회를 통하여 위와 같은 효과를 얻었다고 서로가 자찬하며 계속적인 수행을 다짐하였다.
다음, 국불회 회원들은 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체반성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지적하였다.
첫째로 체계있는 경전학습의 요구이다. 경(經)이란 꿴다는 뜻으로 공부는 체계가 서야 하는데 그것이 미흡하다고 하였다.
둘째로 법회를 전체적으로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지도법사의 영입을 역설하였다.
셋째로 법요식의 간결을 원하고 있다. 직장에서 유효하게 할 수 있는 간결하고 신심있는 법요식의 필요성을 말한다.
넷째로 전문적인 직장 담당법사단의 구성 및 타직장과의 연합유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직장이라는 특수적 상황을 이해하고 성숙시켜줄 법사단의 요구는 앞으로 우리 불교계가 포교의 영역확대와 삶의 교리로서 대중의 이해를 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불교의 특징은 개인의 신앙뿐 만 아니라 단체의 공동세계를 추구하며 닫혀진 개아가 널리 하나를 이루어 사회 전체에 기여함에 있다. 이로써 직장이라는 단체가 즐거움이 넘치는 활기찬 장소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머지않아 「국불회」는 직장을 즐거운 장소로 만드는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할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