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중국편 31.키질196굴

중국편 31.가난한 여인이 밝힌 등불-키질석굴 제196굴의 빈녀난타시정공양연도-

2007-08-10     관리자

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은 그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가난한 여인 난타가 등부를 공양한 인연<貧女難陀施灯供養緣>」소재로 한 그림이다. 이 이야기 제 38권에 실려 있으며, 그림은 키질석굴 제196굴 주 실굴 천정 왼편에 그려져 있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공양

  부처님께서는 급고독정사(給孤獨精舍)에 노닐고 계셨다.

  바사익왕(波欺匿王)이 부처님과 여러 대중 권속들에게 공양하면서, 기원(祈洹)의 세로와 넓이 백육십 리에 두루 등불을 켰으므로 백성들은 다투어서 구경을 하였다.

  가난한 자비 여인 난타(難陀)는 일정한 거처가 없으므로 길 가는 이에게 물어서 이를 알게 되었다.

  바사익왕은 기름 천 곡(斛)으로써 부처님을 위하여 등불을 켰으나, 난타는 등불을 밝힐 한 방울의 기름도 지니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였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난할까? 그러다가 문득 마을 거리에서 구걸하여 얻은 약간의 잡곡에 생각이 미치자, 곧 「나는 이것을 팔아서 등불 값을 마련해야겠구나」하고는 거리에 나아가 잡곡을 팔아 일전(錢)을 마련하여 기름집을 찾았다. 기름집에서 난타여인에게 물었다.

 『일전 어치 기름을 가지고 무슨 복덕을 짓겠다는 것이오.』

  난타는 대답하였다.

  『부처님께 등불을 밝혀 드리고 싶어서예요.』

  기름집 주인은 그 말을 듣고 그 뜻을 어여삐 여기면서 난타에게 주자, 여인은 매우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께서 계신 기원으로 갔다.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어느 큰 장자가 위없는 복을 일으켰으나 스스로 와서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는구나.』

  바사익왕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생각하기를 , 「나는 사위국의 한 나라에서 높은 이다. 도의 공양을 일으킨 것이 어찌 나보다 뛰어난 이가 있겠는가. 헌데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나를 칭찬하지 않으시고 또 장자라고 일컬으실까?」라고 하였다.

  잠시 후, 가난한 여인 난타가 부처님께 이르러 가져 온 등불을 밝혀 부처님 앞에 놓으면서 다짐했다.

 『이제 큰 서원을 세우며 아울러 일체를 위하여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구하나니, 이 광명으로 하여금 시방에 사무쳐 가득하고 어둡고 나쁜 길(惡道)은 모두 다 쉬게 하여 지이다.』

  이렇듯 간절한 마음을 내고는 부처님 앞을 물러나 다음날 아침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어진 이 목련(目連)은 거닐면서 모든 등을 점검하다가 난타가 켠 등불만이 아직도 환히 타고 있으므로 불어서 불을 끄고자 했으나 끌 수가 없었다. 해서 신통력으로 다섯의 항하수를 가져다 들어부었으나 역시 꺼지지 않았고 다시 수람(隨藍)의 큰 바람을 빌어 끄고자 했으나 끌 수가 없었으며 온갖 신통력을 다하였지만 끝내 난타가 밝힌 등불을 끄지 못하였다. 이에 두려운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이 등불을 밝히 이야말로 은근하고 정중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문에 등불은 항상 빛났느니라. 설령 나한(羅漢) 사리불 등과 벽지불이 신통 변화의 공덕으로 함께 끈다 하여도 이 등불을 끌 수가 없을 것이며, 금시왕(金翅王)으로 하여금 큰 바닷물을 끌어다 붓게 하고 사자왕(師子王)이 또한 함께 끄려 하여도 이 등불은 끌 수가 없을 것이니라.』

  난타 여인은 해가 돋을 적에야 몸소 가서 살피고 어제 켰던 등불이 역시 꺼지지 않았고 불빛도 줄어들지 않았는지라 이에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렸다. 부처님께서는 여인의 마음에 위없는 도를 구하고 있음을 알고 오색의 광명을 입 안으로부터 내셨다. 부처님은 매양 삼승(三乘)의 법으로 설법하시는데, 성문(聲聞)의 기별(記別)을 주시면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갔고, 벽지불의 기별을 주시면 광명이 두 눈썹 사이로 들어갔고, 보살의 기별을 주시면 광명이 입으로 들어갔었다. 부처님의 광명은 위로 삼십삼천(三十三天)까지 모두 다 통달한 뒤에 돌아와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입으로 들어갔다.

  이때, 아난이 일어나서 묻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어젯밤에 등불을 밝힌 여인을 보았느냐. 이 여인은 죽으면 이 공덕으로 인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어 남자가 될 것이며, 그로부터 이십 겁 동안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고 이내 여러 하늘에 가 나고 금륜왕(金輪王)이 될 것이요, 이십 겁 이후에는 부처님이 되어서 명호(名號)를 삼만타우가불(三曼陀優訶佛)이라 할 것이다.』

 

가난한 여인의 뜨거운 믿음

  그림을 보자, 부처님께서 중앙에 앉아 계시고 그 좌우에 두 사람이 부처님을 향하여 서 있다. 오른편의 인물은 비구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왼손에 끝에 불이 타고 있는 봉(棒)을 들고 있으며 오른손 아래쪽에는 등잔대가 보인다. 한편 왼편의 인물은 두 손으로 등불을 받쳐 들고 부처님께 공양하는 모습이다. 비구가 이야기에 나오는 목련존자인지 아난존자인지 얼른 판단하기 어려우며 왼편의 인물은 가난한 여인 난타라고 생각된다.

  겉으로 표현된 그림만으로는 인연설화의 극적인 장면을 실감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내용의 이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화사(畵師)의 숨은 뜻을 간취할 수 있겠다. 난타는 두 무릎을 꿇고 반듯한 자세로 두 손을 모아 등불을 부처님께 올리고 있어 그의 서원이 굳고 공양을 올리는 진지함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비구의 자세는 허리와 두 무릎을 구부린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며 두 손 또한 맞잡은 것이 아니라 각각 흩어진 포즈이다. 왼손에 든 불을 불어서 끄려 하지만 꺼지지 않아 왠지 마음에 동요가 있는 심적(心的)인 상태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대신하여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등잔대의 등불은 꺼진 채 있어 난타가 밝힌 등불이 환히 빛나고 있는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비구는 목련존자로 추정할 수 있겠다. 신통변화의 드라마틱한 장면의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부처님 좌우에 덕 높은 수행자와 가난한 여인을 대비시켜 배치하고, 나아가 가난한 여인의 지극한 믿음에서 밝힌 등불이 환히 빛나며 어떠한 신통변화로써도 이 등불을 글 수 없음을 화사(畵師)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자칫 무미건조한 듯하게 보이는 표현 속에 감추어진 교묘한 화사의 숨은 뜻은 바로 가난한 여인의 뜨거운 믿음 그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