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마애여래의상法住寺磨崖如來倚像

한국의 불상설명(84)

2007-08-10     관리자
 

  법주사 경내 서쪽에 우뚝 솟은 수래암 남면에 새겨 놓은 부처님 상이다.  활달하고 강직한 선으로 새겨 놓은 이 마애불(磨崖佛)은 연꽃무늬 좌대 위에 걸터앉은 의상(倚像)으로, 마애불로는 국내 유일의 의상이다. 경주 삼화령 미륵세존(彌勒世尊)과 같은 양식의 의상으로, 이 마애불도 미륵불상이라 믿어진다.

  머리는 곱슬이며 육계가 불쑥 솟아올랐다. 둥근 얼굴에 내려뜬 눈, 도톰한 눈의 눈 꼬리는 치켜 올라가고 코는 길고 넓적하며 두툼한 입술 사이로 깨달음의 오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귀는 늘어져 어깨에 닿았고, 목의 삼도(三道)는 강조되어 목걸이처럼 표현되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들어 오묘한 부처의 세계를 설명하는 포즈로 설법인(說法印)을 맺고 있다. 법의(法衣)는 왼쪽 어깨에서 왼팔을 덮고 잘록한 허리에서 U형을 이루며 벌린 양 무릎 사이로 늘어진 옷 주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상체에 비하여 하체가 빈약해지고 연화좌(蓮華坐)에 걸터앉아 연법발판을 밟은 두 다리도 힘이 빠져 보인다. 이런 현상은 조상의지(造像意志)에 비하여 기량이 따르지 못했거나 고려 시대 조각의 한 특성인 사실적 조형(造形)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에 조성되어, 강직한 선의 흐름을 소화시킬 수 없었던 당시의 신앙적 배경과도 관련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글 안장헌<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