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陰德)만한 보약 없다

권두설법

2007-01-23     관리자

“밥이 보약이다.”는 말이 있다. 서양 의약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2,500여 년 전에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사후 약물치료에 치중하던 양의(洋醫)에서도 요즘은 ‘대체의학’이나 ‘예방의학’을 유난히 강조하는가 보다. 그런데 우리 동방의 한의학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러한 정신을 의약의 기본 전통으로 면면히 계승해 오고 있기에, 그런 얘기가 너무도 당연하여 전혀 새삼스럽지가 않다.
물론 밥이 보약이다. 특히 한국인한테는! 그런데 ‘밥’이 물질상의 ‘보약’이라면, ‘밥’과 함께 정신상의 ‘보약’이 되는 게 있다. 바로 ‘음덕’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처방한 명약이나 화타나 편작이 처방하는 신약도 건강할 때 맛있게 먹는 밥보다 더 좋은 보약은 못 되며, 더구나 평소 착한 마음과 선량한 행실로 쌓는 ‘음덕’의 보약에는 비교가 안 된다.

음덕 중의 최고 음덕
세상에서 거의 모두가 ‘음(陰)’보다 ‘양(陽)’이 훨씬 우수한데 아마도 오직 하나 ‘음’이 ‘양’보다 훨씬 훌륭한 게 있다. 바로 ‘음덕(陰德)’이다. 남모르게 음으로 행하여 쌓이는 선행의 공덕이 바로 동서고금 그 어떤 의약처방상의 보약보다 훨씬 수승(殊勝)한 ‘음덕’의 보약이다. ‘양덕(陽德)’은 남이 알아주고 칭찬하여 명예나 포상의 보답을 받기 때문에, 이미 더 이상 ‘공덕’의 가치를 못 지닌다. 유형의 인간세계 ‘양간(陽間)’에서 전혀 인정이나 보답을 받지 않는, 남이 모르고 오직 천지신명과 본인·상대방 정도만 아는(‘四知’라고 함) 선행이 무형의 신명세계인 ‘음간(陰間)’에서 높이 알아주고 장차 보답해 줄 ‘음덕’인 것이다.
그 ‘음덕(陰德)’ 중에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것이 바로 ‘성욕〔淫慾〕’과 관련되는 ‘음덕’이다. 일반 ‘음덕’은 착한 말이나 행실을 주동으로 행하여 적극 쌓는 공덕인데, ‘성욕’과 관련되는 ‘음덕’은 대부분 ‘성욕’을 참고 억제하며 특히 ‘사음(邪淫)’을 범하지 않아 갸륵하고 기특하다고 하늘이 보답으로 특별히 ‘포상’하는 복록(보너스)이다.
일반 선행공덕은 “너희는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한테 대접해라.”는 도덕 영역의 적극 황금률(positive golden rule)인데, 성욕에 관한 선행공덕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는 남한테 베풀지 말라.”는 법률(불교의 계율 포함) 영역의 소극 황금률(negative golden rule)인 게 일반이다. 같은 ‘음덕’이면서도 그 차원과 관점이 이처럼 차이나기도 한다.
흔히 생각하기에, 남한테 선행을 적극 베풀어야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가 남한테 해만 끼치지 않아도 세상 질서는 아주 평화롭고 정의롭게 잘 유지될 것이다. 남한테 적극 선행을 베풀고도 남모르게 감추는 게 일반 ‘음덕’이라면, 자기의 욕심, 특히 성욕을 함부로 부리지 않아 남한테 해를 끼치는 일이 전혀 없는 소극 선행이, 진짜 ‘음덕’ 중의 ‘음덕’인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욕심〔欲情〕을 일으킬 만한 ‘비례(非禮)’는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며 말하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는 ‘사물(四勿)’로써 ‘극기복례(克己復禮)’하는 ‘인(仁)’이야말로 진정 ‘음덕’ 중의 최고 ‘음덕’인 것이다. 불교의 5계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한 ‘음덕’은 마치 포대기나 보루(堡壘)처럼 우리 생명의 엑기스〔精粹, 精髓〕인 ‘정기신(精氣神)’을 음으로 잘 보호하고 보존해 주는 보약(褓藥)이고 보약(堡藥)이자 보약(保藥)이며, 또 생명을 잘 보태주고 도와주는 최고의 보약(補藥)이자 보약(輔藥)이다. 또한 아가타약(阿伽陀藥)처럼 질병의 종류나 원인 및 증상에 관계없이, 환자의 인종·국적·성별·종교·직업·신분지위·연령을 막론하고, 누구한테나 두루 평등하게 듣는 만병통치의 보약(普藥)이고, 가장 큰 복덕으로 반드시 보답해 주는 인과응보의 보약(報藥)이다. 따라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가장 진귀하고 보배로운 제일의 보약(寶藥)이며, 만병을 예방하고 궁극의 보리도(菩提道)를 성취시켜 주는 구도수행자의 최상제일의 보약(菩藥)이다.

력과 정신력의 기초는 ‘정력(精力)’
‘홍안학발(紅顔鶴髮)’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학처럼 세었는데 얼굴은 미소년처럼 불그레하니 혈기가 잘 도는 노인을 가리킨다. 예전에 도교의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신선들을 곧잘 일컫던 말이다. 이런 노인이야말로 정말 진리의 길을 갈고 닦는 노인〔路人〕이고 진짜 도인(道人)이다. 또 예나 지금이나 불교의 스님들이나 천주교의 신부님·수녀님들도,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곱고 윤기가 나는 동안(童顔)이 참으로 많으며, 또한 건강하게 장수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바로 성욕을 끊고 청정한 계율을 지키면서, 자비와 평화의 평정한 마음으로 정기신(精氣神)을 잘 함양하기 때문이다.
‘정(精)’이 아래로 새지 않고 온전히 ‘기(氣)’로 승화(發電)되어 온 몸에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다시 정신상의 지혜광명인 ‘신(神)’으로 승화되어 밝고 훤하게 빛나기 때문에, ‘홍안학발(紅顔鶴髮)’과 동안(童顔)의 모습을 나투는 것이다.
뿌리가 튼실하면 잎과 가지가 무성하고 꽃도 화사하며 열매도 풍성히 맺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리 산삼·녹용 같은 보약을 많이 먹고 섭생을 잘해도, 성욕으로 ‘정(精)’을 누설해 버리면, 이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예로부터 “벌기보다 쓰기를 잘해라.”는 속담이 전해 오는데, 양생(養生)도 바로 “먹기보다 쓰기를 잘하는” 데 그 비결이 있다. 그래서 성욕을 절제하는 음덕만한 보약이 없다.
“체력은 국력이다” 그런데 그 체력과 정신력의 기초(주춧돌)는 ‘정력’의 보존 함양임을 잊지 말고, 부디 인연 닿는 대로 널리 권하고 일깨워, 개인·가정·사회·국가 모두 건강하고 활기찬 생명으로 무궁히 번영하길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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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적 김지수|전라북도 부안군 곰소 태생. 서울대 법대(중문학 부전공) 졸업. 서울대 법학 석사 및 박사. 국립대만대학 법률학연구소에 3년간 유학, 현재 전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있다. 역저서로 『화두 놓고 염불하세(印光大師嘉言錄)』, 『단박에 윤회를 끊는 가르침』, 『운명을 뛰어넘는 길(了凡四訓)』, 『절옥귀감』, 『불가록(不可錄)』, 『중국의 혼인법과 계승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