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싶다면 매실을 떠올려라

약보다 나은 우리 먹거리 1

2007-07-30     관리자

일년 중 가장 이른 꽃 소식을 보내는 것이 매화이다. 매화는 겨울 바람, 흰 눈을 마다 않고 피어나므로 그 기상을 선구자에 비견하기도하는 군자의 꽃이다. 옛날부터 시인과 묵객들은 매화를 칭송하는 글을 짓고, 그리기를 즐겨하였으며, 연적이나 술병같이 신변에 두고 쓰는 물건의 문양에도 단연 매화 그림이 많다.
매화의 관상(觀賞)이 훌륭하기는 하나 그 과실인 매실은 더욱 가치가 있 다. 이른 봄에 핀 매화로부터 6월 중순 이후에는 결실을 맺어 매실을 수확할 수 있는데, 그 열매가 풍성하기 때문에 이는 자손과 집안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였다. 매실은 우선 그 향기부터가 남다르다.

3천년 이상의 건강보조식품

6월 중순부터는 시장에 매실이 한창이다. 시장에서 오가는 푸른 매실을 보면 이미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매실은 향은 후하나, 맛은 비교적 박한 편이다. 향은 좋으나, 시고 떨떠름한 맛을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음식과 약은 원래 같은 것이지만 맛이 후하고 기가 박한 것을 음식이라 하고, 기는 후하지만 맛이 박한 것을 약이라 한다고 하니 매실은 오히려 약에 가까운 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기록에 의하면 매실은 3천년 이상을 건강보조식품으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열을 내리고, 소화를 도우며, 간기능을 좋게 하는 약성 또한 뛰어나 관상과 음식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 매실차
방약합편(方藥合編)에 나오는 매실의 주요 효능은 해독으로 ,음주 후 주독(酒毒)을 없애기도 한다. 한편 이뇨작용과 변비에도 좋아서 현대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몸이 찌뿌드드하거나, 관절염 등으로 고생할 때, 혹은 만성피로감에 시달릴 때 매실을 먹으면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매실은 변비에도 도움이 되며, 몸속을 깨끗하게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매실을 먹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부가 좋다.
매실에는 올곧이 굵은 씨가 하나 들어 있다. 이러한 열매들은 대부분 정신을 안정시키는데, 매실이 대표적인 과일이다. 매실의 해독 기능은 몸의 피로뿐 아니라 정식적 스트레스까지도 없애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매실은 아주 좋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여기에 들어있는 각종 유기산 성분과 무기질 등은 면연력을 증강시켜준다. 위장장애에도 좋을 뿐 아니라 이질, 설사와 같이 배탈이 잦은 여름철, 매실은 특효약으로 쓰인다.
최근 들어 식중독이 증가하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지고, 각종 효소가 살아 있는 우리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들의 식습관이 자초한 일이다. 이럴 때 우리 몸의 체질을 변화시켜 면역력을 좋게 하는 매실은 꼭 옆에 두어야 할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옥매(玉梅)라는 토종 매실이 있었다. 흔히 보는 개량종 청매에 비해 굵기가 절반 이하이고, 익으면 붉은 색이 섞인 황색을 띠는데, 붉은 반점이 있어 홍매(紅梅)라고도 한다. 보통 개량종 청매는 완전히 익었을 때 황금색이 나긴 하지만 붉은 색이 되지 않는다. 재래종 옥매는 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생산량이 떨어지므로 타산이 맞지 않아, 산지에서는 이미 개량종 청매 재배가 대세가 되어 버려 재래종 매실을 찾기가 어렵다.

▲ 오매
매실 먹는 법

매실은 차로 마시거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었다. 또한 매실을 짚불에 그슬린 것은 오매(烏梅)라고 하여 한약재로 널리 쓰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소금에 절인 매실장아찌를 우메보시라고 하여 끼니 때마다 거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매실을 먹는 방법으로는 매실의 과육을 강판에 갈아서 햇볕에 내어 햇살에 조린 것을 최상으로 여겼으나 매실을 하나하나 강판에 갈아서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실을 차로 만들 때는 노랗게 익은 매실을 증탕기에 달여서 탈수하여 그 즙을 마시면 좋다. 매실의 씨는 단단하지만 증탕하는 과정에서 씨가 물러져 그 속에 있는 독소가 함께 나오기도 하고 쓴 맛이 나므로 은근한 불에 달여야 하고, 압축하여 즙을 짜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듯싶다. 증탕한 매실을 은근한 불에 고아서 진득하니 고약색깔이 나는 매실고(梅實膏)로 만들어 놓고 오래오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매실장아찌는 항아리에 매실 1kg 정도에 천일염을 150g 정도 비율로 넣어 절이면 3~4일 후 매실이 쪼글쪼글하게 절여진다. 이때 매실이 떠오르지 않도록 돌로 눌러놓고 항아리를 닫아 그늘에 보관한다. 장마가 끝나고 소서(小暑)가 지나면 건조하고 청명한 날을 골라 매실만 건져 햇빛에 내어 하루 종일 말리고, 이것을 다시 항아리에 있는 매실초(매실물)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말리기를 세 번 정도 반복하면 매실장아찌가 완성된다. 한여름의 햇볕과 만난 매실장아찌는 최고의 구연산을 만들어 낸다.
흔히 가정에서는 매실을 설탕이나 꿀에 재어 음료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소주에 담가 매실주를 만들어 그 맛만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탕이나 소주가 과연 바른 먹거리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 매실장아찌
몇 해 전 스님께 매화차를 선물 받아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매화 봉우리가 맺을 때 그 꽃을 따서 황토방에 얼른 말려 만드셨다고 들었다. 온기 있는 찻잔에 피어난 매화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분에 넘친 호사를 누려봤다.
자신의 건강을 먼저 맞아들이고 싶다면 제일 먼저 매실을 떠올릴 일이다. 새봄에 새 생명의 움트는 기운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꽃이 매화이고, 그 결실이 매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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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문학박사(불교미술사 전공), 한국전통문화학교 강사로서 서울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의학과 학문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