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양과 책 읽기

편집실에서

2007-07-29     관리자

바람직한 불자들의 삶, 즉 보살의 생활은 육바라밀의 실천에 있다.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보시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보시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그의 으뜸은 법보시라고 했다. 재물 등을 대중에게 베풀어주는 것보다 부처님의 ‘법’을 알려주는 것이 최고의 보시라는 의미다.
이에 연유한 까닭인지 불교계에는 ‘법공양’이라는 전통이 있다. 망자를 위해 재를 올리거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대중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풍습이요, 품위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관습 때문에 많은 불교인이 불교 책은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 공짜로 받아보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출판사 입장에서 법공양은 ‘약이자 동시에 독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특히 요즘 같은 출판 불황시대에 뜻하지 않게 100부, 200부 등의 대량 법공양 주문은 가뭄에 단비 내린 듯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때론 대중이 어떤 책의 가치를 모르더라도 혹 눈 밝은 이가 법공양으로 그 책을 소화해 줄 때 고마움은 남다르다.
이렇게 고마운 법공양 때문에 우리 출판사는 나태한 점은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출판 및 독자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 새롭게 발간되는 책 또한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내용과 편집으로 독자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 되돌아본다.
6월 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국제도서전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열세 번째라고 한다. 우리 불교 출판계도 불교출판협회가 주최가 되어 5개의 부스를 빌려 회원사 책 200여 종과 비회원사 불교 책 150여 종 등 총 350여 종을 출품했다. 이 도서전에 참여하는 뜻은 출판사마다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고, 또 여러 목적이 복합적일 수도 있겠다. 단순 홍보를 목표로 할 수도 있고, 독자와의 만남, 판매, 최근 출판계 동향 파악 등이 그것이다.
조계사 옆 불교종합서점 ‘여시아문’이 없어지고 아쉬워하는 불교인이 매우 많다. 다양한 불교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비록 한시적이긴 하지만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불교 책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불교계에서도 홍보에 아쉬움을 남긴다. 더 많은 사람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출품 책의 목록 비치도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현장에서의 책 판매는 작년에 비해 2개 늘린 부스 비용만큼은 향상되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 불교 출판계가 내년에는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으면 싶다.
이 자리를 빌려 법공양을 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울러 우리 출판사는 이런 분들의 아름다운 뜻을 바탕삼아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세상 최고의 진리인 부처님 법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좋은 책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출판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맹세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많은 불자들이 법공양을 받는 입장만이 아닌 법공양을 하면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변화되면 어떨까? 최소한 좋은 불교 책을 사서 보는 습관이 일반화된다면 우리 불교계의 앞날이 더 밝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