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애욕, 보살의 자비

특집/마음공부 이야기 - 애욕 다스리기

2007-07-29     관리자

그녀는 40대 중반의 나이인데, 부부 사이에 믿음과 사랑이 없는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이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11살 먹은 아이가 불행해질 것을 염려해서 이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친구의 권유로 필자를 찾아와서 수련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고 미워하기만 했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성(性)이었습니다. 참으로 자신도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혼을 생각하는 지금도 성관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그녀가 자신을 돌아보면서 알게 된 자신이 생각하는 성은 남편이 따뜻한 가슴으로 자신을 포근하게 오랫동안 안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좀 더 깊이 살펴보니 어릴 때 엄마 품에 안겨있던 좋은 느낌이었고 그 느낌을 집착하며 채우고자 했던 것입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식을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게 되는 것이 어머니들의 마음입니다. 자식이 불행하게 되면 마음이 아파 가슴을 치며 애통해 합니다.
그녀 역시 자식 때문에 괴로워했던 마음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도 이와 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마음이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욕망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방황했던 것을 돌아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다고 남편에게 투정하고 미워만 했지, 자신과 살고 있는 남편의 행복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자신과 남편에 대하여 참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생각하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람들의 욕망과 사랑, 그리고 보살의 사랑과 자비에 대하여 사유해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구든지 행복을 원합니다. 행복할 수만 있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왔다가 바로 가버리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은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을 불러오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불행을 원하지 않고 행복을 원한다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불행의 원인과 그 원인의 속성을 알고 불행하게 만들 원인을 만들지 않는 일입니다. 이미 만들었다면 의연하게 받되 진실로 뉘우치고 참회할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갈망, 미움, 무지 등과 같은 불행을 만드는 번뇌들로 자신의 마음이 물들거나 파도치지 않도록 항상 깨어서 챙기면서 지켜보는 노력을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번뇌의 해악을 사유하고 이를 정복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노력할 일입니다. 또한 일시적이며 고통이 내포된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참된 행복을 얻으려면, 진실로 참된 행복을 불러오는 행복의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자신의 마음에 심고 가꾸는 일입니다. 그것을 모를 때에는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들 혹은 성취한 스승들의 삶과 가르침들을 통해서 행복을 향해가는 법을 배우고 익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하는 일입니다.

보살이 될 수 있는 고귀한 사랑과 자비의 씨앗들
저는 일 년 전 잠시 동안 다람살라에 머무르면서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가르침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남아 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중생의 행복을 책임지려는 이타적 열망이 보살의 사랑이며, 모든 중생의 고통을 대신 받고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이타적 열망이 보살의 자비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면 그 마음은 부처를 이루게 하는 가장 고귀한 마음인 보리심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이와 같은 자비를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지난 날 경전을 읽었던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중생의 행복을 위해 항상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사랑하듯이 사랑하며 중생의 고통을 당신께서 대신 다 받으시고, 지장보살님께서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일체 중생들이 모두 구제될 때까지 지옥에 남아 자신을 다 받친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또한 선재동자가 보리심을 성취하기 위해 53선지식을 찾아서 구법행각을 했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는 그냥 경전에 나오는 보살님들의 이야기로만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보살의 사랑과 자비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말씀은 자비심과 보리심을 생각하지 않고 수행했던 저로서는 실로 크나큰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저의 딸이나 아내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 했고,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갚고자 그분들의 고통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낳아준 부모님의 은혜도 생각 못하는데 중생의 은혜는 어찌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차라리 해라도 입히지 않았다면 다행일 것입니다. 돌아보면 상처주고 해 끼친 일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그저 참회하며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녀가 자식이 불행해질 것을 염려해서 이혼을 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누구든지 보살이 될 수 있는 고귀한 사랑과 자비의 씨앗들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세상 어머니들의 사랑과 자비가 자식에게 국한된 것이라면 보살은 일체중생들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베푸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사랑과 자비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고귀한 보석인 줄 모르기 때문에 이를 계발해서 보리심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허물입니다. 그래도 저는 참으로 행운아인 셈입니다. 이와 같은 허물을 알고 참회할 수 있었고, 보살의 사랑과 자비를 알고 이를 보리심으로 가꾸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지 그 사실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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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봉| 1956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다. 1989년에 서암 큰스님으로부터 무자 화두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동남아, 인도 달람살라를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수행법들을 공부하였다. 정토회 문경 수련원 지도법사로 나눔의 장, 진언 명상, 염불명상, 관법명상 수련을 지도하였다. 2000년에 사단법인 밝은 세상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공부인연을 지어오고 있다. 저서에 『삶을 바꾸는 5가지 명상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