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행해야 …

내 마음의 풍경

2007-01-23     관리자


대기오염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늘었다거나,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느니 하면서 지역적인 환경문제를 걱정하던 때만 해도 그런 대로 낭만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나 사막화현상의 가속화 등 기상이변의 문제는 물론, 멸종위기에 있는 생물이 급격히 늘어남으로써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생존 자체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하는 지구적 환경문제가 관심의 초점에 오르게 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 와중에서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소리만 지를 뿐, 스스로 앞장서서 환경에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쌀 한 톨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어느 것 하나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실체는 없음을 분명히 하셨다. 그것은 현대과학으로도 입증되고 우리의 삶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우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그 가운데 우리의 주식인 밥을 예로 들어보자. 이른 봄에 농민들이 씨를 뿌리고 모를 낸다. 벼는 비를 통해서 물을 공급받고, 태양의 열을 받으면서 자란다. 또한 비료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비료의 힘을 입어 충실하게 성장한다. 벼이삭이 돋아 여물면 수확된 벼가 도정공장에서 도정으로 쌀이 되고,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의 부엌에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의 힘이 합쳐져서 한 톨의 쌀이 되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한 때도 숨을 쉬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사람은 호흡을 통해서 공기를 들이마셔, 그 가운데 산소를 활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반면에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고 산소를 뿜어낸다. 이 얼마나 멋진 공조(共助)인가! 이처럼 모든 것은 서로 돕고 의존하면서 그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무지한 인간들은 자연은 정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오만하고 잘못된 생각으로, 오로지 풍요로움을 추구하여 개발을 서두른다. 급속한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개발은 속도를 더할 뿐만 아니라,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은 ‘더’와 ‘빨리’의 틀 속에서 개미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거기에 역사적으로 개인주의(individualism)에 길들여진 서구의 생활방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우리’가 아닌 ‘나’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돕고 의존한다는 관념은 먼 동네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속담에 “말 타면 마부 두고 싶다.”는 말이 있다. 차 한 대도 없던 사람이 자동차를 사서 얼마 지나면, 집에서 따로 쓰는 차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그러자니 자동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CO2)가 늘 것은 뻔한 일이며, 그로 인한 지구의 온실가스현상이 가속화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토록 많이 쏟아져 나오는 책이나 각종 광고물을 만드는 종이의 원료를 얻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무가 벌채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들의 시각적인 만족을 취하기 위해서 책 표지 등에 광택을 내고 물에 잘 젖지 않는 코팅을 함으로써, 땅에 들어가도 잘 썩지 않아 2차 공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재생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글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표지를 코팅하지 않으면 오히려 소박해서 좋지 않은가!

환경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당대의 석학으로 공인받고 있는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홍콩의 한 강연회에서 지구가 재난으로 멸망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만일 인류가 앞으로 100년 동안에 자멸을 피하려면 지구의 지원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우주정착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8월 5일에는 누리꾼들로부터 답을 구하는 ‘야후 앤써즈(Yahoo Answers)’에 “정치적· 사회적·환경적으로 혼돈상태인 이 세상에서 인류가 앞으로 100년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는 핵 확산, 가공할 무기체계의 발달 및 범지구적인 환경파괴로 인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조그마한 혹성이 생물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죽은 별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일깨우고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하겠다.
인도는 석 달 남짓이나 계속되는 우기(雨期)에 각종 생물이 활발하게 성장한다. 그 기간 동안에 스님들이 유행(遊行)을 계속하게 되면 홍수 등으로 인한 위험은 물론, 벌레 등을 밟아 무의식 중에라도 살생을 하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석 달간의 우안거(雨安居)를 제도화하시기까지 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환경문제는 오늘에 사는 우리의 근심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아들 딸 및 그들의 아들과 딸들의 건강과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
알면서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만 못하다. 환경보전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그것은 인간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생물을 위한 보시요, 자비행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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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19살 우연히 『반야심경 강의』로 인해 불교와 인연한 이상규 변호사는 1952년 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미국과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법제처 법제관과 문교부 차관, 고려대 법학과 교수,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연수원장, 환태평양 변호사협회(IPBA)회장 등을 역임, 『신행정법론』 『환경법론』 『영미 행정법』 『행정쟁송법』등 13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화갑을 넘기며 불교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금강경의 세상』,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 7권, 『경전과 함께보는 붓다의 발자취』를 출판하였다. 아직은 세속의 끈을 놓지 못해 바쁜 일과를 보내지만 하루 중 반은 뚝 떼내어 불교수행과 공부에 전념하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