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 속마음

청소년 불교강좌

2007-07-25     관리자

  순금을 바른 놋쇠

  세존께서 제타숲의 아나타핀디카에 계시던 어느 날, 코사라국의 푸라세나짓왕이 찾아 왔습니다. 푸라세나짓왕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나서 한 옆으로 물러나 앉았습니다. 권력과 부(富)를 한 몸에 지닌 그 나라의 왕이었지만, 세존께 최고의 예를 드린 것입니다.

  그 때, 몸이 모두 크고 추악한 니르그란타푸트라 일곱 사람과 자티라 일곱 사람과 에카사타카 일곱 사람(註: 이들은 갖가지 고행(苦行)을 함으로써 해탈한다고 믿고 수행하는 이교도들이다. 그래서 몸에 옷을 걸치지 않은 나체로 다니기로 하고, 몸의 털을 하나씩 뽑는 고행을 하기도 하고, 몹시 추하게 하고 다니기도 한다. 왕은 이들이 고행하는 수도자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훌륭한 아라한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이 문 밖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을 본 푸라세나짓왕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들에게 다가가서 합장을 하고 「나는 푸라세나짓왕입니다. 이 나라의 왕입니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를 보고 계시던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시었습니다.

  『왕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그들에게 합장하고 성명을 세 번씩이나 일컬으며 공경하시오?』

  그러자 왕은

  『세존이시여, 만일 이 세상에 아라한이 있다면 바로 저들이 그 아라한이로구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고 아뢰자, 세존께서는 어이없어 하시며 말씀하시었습니다.

  『대왕, 그만 두시오,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얻지 못한 왕께서 그들이 아라한인지 아라한이 아닌지 어찌 아시겠소? 우선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계행(戒行)도 살피고 오래 사귀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니, 그리 빨리 단정하지 마시오. 지혜로써 자세히 관찰해야지, 함부로 사모하지 마시오. 여러 고난을 겪어야 스스로 분명할 수 있으며, 오래 사귀는 동안에 참다움과 거짓말을 분별하게 되는 것이오.』

  그러자 푸라세나짓왕은

  『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지혜로우신 말씀입니다. 오래 사귀며 그 계행을 관찰하여 참다움과 거짓됨을 분명히 알도록 하겠습니다.』하며 경솔했던 자신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설하시었습니다.

  나타난 그 형상만으로

  사람의 선과 악을 말하지 마라.

  또 잠깐 서로 보고

  마음과 뜻을 같이 하지 마라.

  나타난 몸과 입은

  속된 마음을 감싸고 있으니

  마치 놋쇠나 돌이나 구리에

  순금을 바른 것처럼.

  안으로는 더럽고 속된 마음 품고서

  겉으로는 거룩한 위의(威儀) 갖추고

  여러 곳을 돌며

  세상 사람을 속이느니.

  물질 위주의 가치관

  인간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갓 태어나서 제일 먼저 어머니의 낯을 익히기 시작해서부터 차츰차츰 많은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 중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있고 아주 정직한 사람도 있고 반면에 정직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 사귀기는 어려워도 일단 사귀면 그 의리가 바다보다 깊은 사람도 있고, 사귀기는 쉬워도 오래 상종 못할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각기 그 성품이 다르고 진실성이 다르므로 때로는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기도 하고, 그래서 그럴 때마다 회의를 느끼고 모든 사람을 불신하게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고도 산업 사회로 변화하면서 모든 가치관이 물질 위주로 바뀌게 되자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지닌 재물이나 권력이 판단의 척도가 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눈이 어둡고 지혜가 모자라는 우리는 사람을 평가하고 분별하는데 또 하나의 커다란 장애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속으로 잡된 마음 품고

  고등학교 시절에 아주 절친했던 친구--간(肝)이라도 빼줄 만큼 가깝고 친해서 같이 자고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어른이 되어서는 조그마한 이해 관계나 금전 때문에 다시 없는 원수처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금전이나 이해 관계가 없었거나 아주 미미했기 때문에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고 있다가, 차차 커가면서 금전이나 이해 관계가 커지자 참다운 속마음이 드러나게 되면서 혈육보다도 가깝던 친구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대인 관계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과 경솔과 무지(無智)를 경계하신 것입니다.

  푸라세나짓왕의 눈에는, 그 추하고 큰 니르그란타푸트라들이 아주 거룩한 아라한으로 보였기 때문에 합장 공경을 했던 것이고, 세존은 그런 왕의 무지와 경솔을 나무라신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형상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분별하지 말며 잠깐 보고서 그 사람과 뜻을 같이 하지 말라고 일깨우셨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만난지 얼마 안되었으면서 「형이야, 아우야」하거나 「내 후배, 내 선배」하면서 금방 친해지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사이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또 겉모습이 번듯하고 입으로는 사리가 분명하며 친절한 사람이 남을 속이고 해치는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사기꾼인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사람을 순금을 바른 놋쇠에 비유하시었습니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조의 세조가 왕위에 오른 뒤, 몹쓸 피부병에 걸려서 고생하다가 마침내는 문수도량에서 기도를 드려 부처님의 가피로 고쳐볼 생각으로 오대산에 갔을 때 일입니다. 월정사를 참배하고 상원사에 오르다가 주변의 경치가 하도 좋고 물이 맑아서, 왕은 시종들을 먼저 오르게 한 뒤 홀로 남아서 맑은 개울물에 몸을 씻고 있는데, 저만치 숲 속에 꾀죄죄한 사미승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왕은 그 사미승을 불러 등을 좀 밀어달라고 분부하면서 『그대는 어디 가든지 상원사 골짜기에서 왕의 육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게.』하고 엄히 이르자 그 사미승이 아뢰기를 『명심하겠습니다. 대왕마마, 왕께서도 행여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발설하지 마소서.』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란 세조가 뒤돌아보니 이미 그 사미승은 온데 간데 없고 백약이 무효했던 피부병이 씻은 듯이 가시어 세조는 또 한 번 놀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겉모습은 보잘 것 없어도 그 속은 실답고 훌륭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은 모든 사람의 생활이 많이 향상되었고 좋은 공산품이 대량으로 쏟아져서 자칫 사치와 낭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와 더불어 모든 사람의 겉모양은 모두 휼륭해졌습니다.

  길거리를 걸으며 보아도 모두가 말쑥한 신사 숙녀이며, 모든 어린이들이 귀공자 귀공녀 같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신사 숙녀, 귀공자 귀공녀의 속은 어떠한지.

  세존께서도, 겉으로는 그럴사하게 거룩한 위의를 갖추고 속에는 더럽고 잡된 마음을 품고 여러 사람들을 속이는 것을 경계하시었습니다. 요즈음, 크고 값비싼 차에서 내리면 귀빈 대우를 하고 작은 차에서 내린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한낱 세태를 풍자한 우스갯소리로 웃어넘기기보다는, 각자의 처지에서 행여 사치나 외형 그리고 텅 빈 자신을 과장하려는 속마음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아야겠습니다.

  진실을 알기까지

  청소년 여러분, 아직은 여리고 순수한 여러분께서는 나와 뜻을 같이 할 진정한 나의 벗이 몇이나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겉도 말쑥하고 그 겉보다도 속이 더 맑고 깨끗하며 진실해서 먼 뒷날 어른이 되고 늙는 그 날까지도 뜻과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 말입니다.

  세존께서는 집경(集經, 숫타니파타)에서 이렇게 설하시었습니다.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나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진정 마음과 뜻을 같이 하고 서로 의지하며 도와갈 만한 친구일 때, 그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행복해 하고 기려야 하지만, 그런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때는 좋지 못한 친구와 사귀다가 큰 허물이 될 일을 저지르기 보다는 차라리 혼자서 가라고 일깨워 주시었습니다. 나쁜 친구와 사귀어 못된 죄를 짓거나 진실하지 못한 친구와 사귀다 배신 당하고 가슴 아파하거나 참되지 못한 친구와 어울려 같이 참되지 못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세존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겨, 앞으로 더 자라서 사회 생활을 해 가거나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를 만나게 될 때 깊이 생각하고 지혜롭게 사귀어야겠습니다.

  어느 한 사람--친구나 동반자 또는 동업자 등을 사귈 때 결코 경솔해서는 안 됩니다. 성급한 판단으로 성실하지 못한 사람을 진실한 사람으로 잘못 판단했다가 후회하는 일도 없어야겠고, 또 속은 진실한 사람인데 잘못 보고 훌륭한 사람을 잃고 후회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세존께서 일깨워 주시었듯이 한 사람의 진실을 아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립니다. 그런 만큼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예컨대,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처럼 부모님이나 스승 그리고 선배들의 충고가 당장은 못마땅하고 비위에 거슬릴는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충고가 내게는 좋은 약이 된다는 것을 알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또 반면에 「강아지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는 말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껑충거리는 강아지가 귀여워서 따라가다가 망신하듯이 당장은 좋은 사람이 지내다 보니 크게 해를 입거나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와야 한다고 하신 것입니다. 또 평상시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속마음도 어떤 어려움이나 극한적인 상황에 봉착하면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도 온갖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고 하신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부디 겉도 맑고 깨끗하며 속도 밝고 깨끗한 참다운 친구를 찾아서 사귀도록 노력합시다. 행여 강아지를 따르다가 망신 당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