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하이라이트

보리수 그늘

2007-07-18     관리자
   프로 야구가 요즈음 한창이다.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상 이른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라 프로야구는 1982년에 줄발했다. 아직 다섯 살도 채 안된 어린이라 선수들의 기량과 프로근성이 역사가 오래 된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이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묘기가 나오고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나는 프로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상대팀 투수와의 대결, 눈싸움, 신경전, 도루, 에러, 코치들의 손짓, 몸짓, 발짓, 관중들의 환호, 주심의  권총 쏘는 모습, 선수들의 애교 있는 항의, 등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좀 특별한 까닭을 말하자면 야구는 격하지않고 이성적 운동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나의 성격이 적극적이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 나는 7 개 팀 중 M 팀을  참 좋아한다. M 팀이 이기면 하루가 기분 좋고 M 팀이 지면 하루 반이 우울하다 .(독자들은 내가 야구에 미치지 않았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직접 운동장에 가서 돈 내고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프로야구는 라디오로 주로 중계를 해 주고 TV 로도 가끔 중계를 해준다. 라디오 중계나 TV 중계는 생중계이다. 생중계의 묘미는 어느 선수가 홈런을 칠지 , 혹은 안타를 칠지, 어느팀이 이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M 팀이 S 팀에게 4회까지 0 :8로 뒤지고 있다가 끝내는 8 : 9로 대 역전승한 적이 있었다. 우리들 중 누가 M팀이 대 역전승하리라고 자신있게 예언할수 있었을 것인가. 생중계는 역전승이 가능하고 무승부가 가능하고 몰수패가 가능하다.  이 모든 승부를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확실히  아는 이는 없다.

   MBC,TV 에서는 (방송국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매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해준다. 그 날의 경기 중 주요 장면을 녹화했다가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하이라이트를 (나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꼭 본다. 그런데 내가  9시 뉴스나 라디오중계,TV중계를 듣거나 보지않고 하이라이트를 보면 재미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병아리 오줌만큼의 재미 밖엔 없다.  경기 결과와 그 밖의 다른 기록들을 알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를 알고 보는 중계는 긴장 혹은 재미가 90%이상 감소한다.

   승부에 관심 없고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하이라이트가 재미있겠지만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자기가 특정 한 팀을 응원한다면 월드컵 본선 대회에서 한국과 이태리가 경기를 했을 때 , 한국팀을 응원하던 사람들 중 승부에 관심없이 축구 그 자체를 즐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생중계이다. 만약 우리들의 삶이 하이라이트처럼 미래의 결과가 나와 있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의 미래만은 알 수 없다. 나무는 심을 때부터 무엇이 된다는 것과 어떻게 된다는 것이 정해져 있다. 즉,  밤나무에서는 필연적으로 밤나무 이외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  동물도 나무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난 후 무엇이 된다는 것과 어떻게 된다는 것이 동물이나 나무처럼 정해지지 않는다. 우리들이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큰 축복이다. 프로야구 생중계처럼 미래를 모르는 우리들의 삶 , 그래서 우리들 삶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따라다니지만 오히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들 삶에는 희망의 그림자도 따라다닌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에서는 그누구도 기적을  일으킬 수 없다. 그러나 생중계인 우리들 삶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 시간에도 삶이 휘두르는 고통의 방망이에 난타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여 ! 삶에서  30 : 0 으로 지고 있더라도  M팀이  S 팀에게 대 역전승 했듯이 삶에게 언제든지 이길수 있다는 희망의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