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를 피하며

여유있는 마음

2007-07-17     관리자
 

   교통사고의 빈도수를 따질 때, 불명예스러운 통계이지만 한국이 단연코 세계 1위에 놓인다고 한다. 이런 창피한 일을 어디가서 누구에게 호소할 것인가. 결과적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돌아보고, 그것을 지우는데 노력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무지한 민족도 아닌 터에 그런 수모를 당하다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세계에서 제일 운전을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요컨대 느긋한 마음가짐이 안되어 있고 따라서 조급해서 사고를 많이 낸다고 본다. 거리에는 늘 통계수자가 나와 있다. 즉 ‘어제의 교통사고 건수’라 하여 사망 몇 명, 부상 몇 명으로 나와있는 걸 보면 참으로 엄청난 수자라는 것만이 남는다. 도대체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길래 그런 천문학적인 수자가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보다 천천히 유의를 해서 운전하면 그만인데, 왜 그럴까.
   이것은 틀림없이 성질이 급하다는 것 때문에 야기된다고 본다. 보다 천천히, 보다 느긋하게 운전을 한다면 그런 수자는 안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1초 빨리 가다가 몇십년을 고스란히 앞서가는 식이다. 그런 큰 사고가 자꾸 끝을 모르고 줄을 잇는다. 빠르면 잘하는 것으로 알고, 느리면 서툰 것으로 인정하는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통은 무엇보다도 안전 운행이 지상과제인데, 그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빨리 가는 것만을 장땡으로 여기게끔 된 것이 무엇인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거리에 나서 보라. 우선 자동차의 홍수를 이루어 아비규환이다. 남을 먼저 보낸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 없고, 어떻게 하든지 자기가 먼저 가야 된다는 생각만이 팽배해 있다. 그래서 늘 빵빵 하는 클랙숀 소리가 귀를 먹게 하고 있다. 교통사고 빈도율이 세계에서 1위라는 것은 그만큼 성질이 급하고 어딘가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도대체 양보와 미덕이라고는 없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이 제일 많이 쓰는 말중 외국인들이 술회한 바에 의하면 ‘빨리 빨리’라는 단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인사말에 앞서 그 단어를 드는 것은 자랑스럽지 않은 일이다. 하여간 무엇이든지 빨리 해치운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뒤따르는 것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교통사고의 원인은 이 ‘빨리 빨리’의 정신구조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그것은 단적으로 여유 있는 마음이 안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보다 ‘세월아 가거라’하는 느긋한 자세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이든지 급하게 빨리 한다는 것에 주지(主旨)를 두다가 보면 그만큼 삶의 나아가는 길은 무미건조(無味乾燥)한 것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에서 이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 그것이 교통문제 하나에만 국한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세상만사는 여유를 가지는 느긋한 심사가 없이는 제대로 영위 되기가 힘들다. 일본 격언에 ‘바쁘면 질러가지 말고 빙 둘러가라’는 대목이 있거니와, 바쁜 것을 핑계로 털도 안뽑고 먹으려는 것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정말 너무 서둘러 무슨 일을 하려다가 그것을 망치는 일을 우리는 비일비재하게 보아 왔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관조(觀照)하는 능력이 아쉽다고 하겠다. 그래야 세상도 잘 보고 잘 대처해 나가는 슬기가 나온다고 본다. 서둘러 졸속(拙速)으로 가지 않고 천천히 다져가며 사는 지혜를 배워보면 어떨까.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