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미얀마 6: 만달래이의 마하무니 파고다

불국토 순례기/미얀마 6

2007-01-23     관리자

여독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싶을 만큼 고단하였으나 그 귀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여행사에서는 갈 수 없는 기회를 그곳 스님들의 도움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컴컴한 새벽 4시경 마하무니 파고다에 도착하였다. 모두들 엄숙하고 경건한 모습으로 꽃이나 여러 가지 공양물을 귀중하게 받들어 안고서 이 특별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는 표정들이었다.

아침마다 세수시키는 부처님

한쪽에서 사람들이 준수하게 생기신 스님의 발을 닦아드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존경을 올리고 당연히 존경을 받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먼저 공경을 받은 마하테라1)는 부처님 등상이 계시는 곳으로 올라갔다.

신도들은 마치 살아 계시는 부처님을 대하듯이 정성껏 준비하여온 수건과 향수, 꽃 등을 전해주었다. 마하테라는 정성스럽게 부처님 등상의 얼굴에 향수를 뿌리고는 수건으로 골고루 닦았다. 그 많은 수건들을 한 번씩 사용해 주어야 하므로 한번 닦고 던지고 한번 닦고 던지기를 수북히 쌓여 있는 수건이 다 없어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황금으로 만든 칫솔로 다시 부처님 입 주위를 골고루 닦아드렸다.

부처님은 원래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이 났지만 의식을 치른 후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황금으로 만든 커다란 발우에 청정수를 담아서 올렸다. 말이 발우이지 그 크기가 우리나라 놋양푼만큼이나 크다.

다음에는 역시 황금으로 만든 발우에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공양을 가득 담아서 올리고는 그 스님을 선두로 공양 올리는 게송을 독송하였다. 그리고 삼보의 공덕을 찬탄하는 게송, 부처님의 오도송과 자비경을 독송하고 서원과 발원, 회향을 하였다.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스님과 신자들이 즐겁고 경건한 마음으로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듯이 진행하는 것이다. 나는 마하무니 부처님의 어마어마한 역사를 전해 듣고 나서야 그들의 예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마하무니 등상불

역사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까지 거슬러간다. 부처님 당시 인도의 남쪽, 현재 미얀마 북부에 싼다뚜리야라는 왕이 다스리고 있을 때 삽빈뉴따 부처님께서 그곳으로 오셨다.2)

왕과 왕비, 온 나라 사람들은 부처님을 대신해서 예경을 올릴 수 있는 등상불을 만들 수 있도록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중생들에게 이익이 있을 것을 내다보시고 위따깜마라는 천인을 불러서 말씀하셨다.

“위따깜마 천인이여, 나의 몸에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의 크기로 등상불을 이 정도의 보배 무더기로 만들어라.”라고 하시면서 수많은 보배를 일곱 줌으로 모아서 천인에게 주었다.3)

마하무니 등상불은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께서 직접 여러 차례나 기를 넣어 주신 만큼 수많은 기적과 신통 등 기이한 일들이 전설처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 신심 깊은 미얀마 사람들이 생존하시는 부처님을 대하듯이 지극 정성을 올리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세월이 지나면서 수많은 왕조들과 국왕, 권력가들의 귀의와 공경을 거치면서 변천해갔다. 부처님을 모시던 곳은 상황에 따라 변하였지만 불상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항상 밝은 광명을 뿜어 빛을 발하였다.
이 부처님의 공덕을 소문으로 들은 주변 국가 여러 왕족들이 와서 자기들 나라로 모시고 가려고 하였으나 모시고 갈 수가 없자 불상이나 법당에 있던 금은 보배 등을 떼어가기도 하였다. 그들은 오래지 않아서 모두 멸망하였다고 한다.

어떤 때는 법당이 불탄 적도 있었으나 불상만은 언제나 빛을 발하였다. 아마라뿌라(현재 만달래이 근처) 파간 왕조 바동대왕의 왕세자 우빠라사가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정중하게 모셔왔다. 산을 넘을 때는 보배로 만든 탑 안에 모시고, 강을 건널 때는 황금으로 만든 배로 모시면서 2년여[마하새까라사 1146~1148년(서기 1785년경)]에 걸쳐 왕자가 직접 지휘하여 마하무니 불상을 현재의 장소로 모시게 되었다.

아직도 살아 있는 설화들이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사람들마다 참배하기를 원하는 부처님이다. 이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는 여러 가지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중에 9가지4) 놀라운 일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이 마하무니 부처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병사를 배치하였다. 뷰 족의 병사 1천 명, 몬 병사 5백 명, 꿀라 병사 1천 명, 묘족의 병사 1천명, 친족의 병사 1천 명, 모두 4천 명을 배치하였지만 가득 차지 않았고, 갖은 종족의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예배하여도 법당이 넘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참배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부처님을 처음 모시고 오셨을 때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 부처님과 비슷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신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보관을 높게 만들어서 올리고 그 관에다 빈틈없이 보석으로 치장하고, 몸에는 금은보석으로 장식하였다. 팔이나 다리에는 너무나 많은 금박을 붙여서 퉁퉁해졌는데 지금도 끊임없이 금박을 붙이고 있다. 법당에서 청소하며 채취하는 금의 양이 상당하다고 하니 마하무니 부처님 소유의 황금은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그 밖에도 박물관에는 철갑옷과 쇠로 만든 코끼리상 등 옛날 물건들이 있고 장경각에는 수많은 패엽경들이 진열되어 있다. 부처님 생애를 보여주는 건물에는 불법이 전파된 지역의 지도를 알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미얀마의 옛 수도인 만달래이는 신도시인 양곤보다는 역사 깊은 유적들이 훨씬 더 많다. 오래된 고찰과 왕족들의 원찰들이 군데 군데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5차 결집한 경전을 대리석에 새겨서 모셔 놓은 사원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만달래이 언덕이 있고, 강 건너 사가잉 언덕에 오르면 미얀마를 길게 가로질러서 흐르는 이라와디 강가의 80리 언덕이 모두 수행자들의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가잉 언덕은 비구스님들의 사원이거나 딜라신들의 사원이며 학교인 셈이다.

강을 끼고 더 올라가면 유명한 밍곤 삼장법사님께서 주석하셨던 밍곤이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는 지금도 삼장법사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과 어린 사미들을 키우며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들의 기둥이 되고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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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하테라(장로)|부처님의 시중을 들 수 있는 책임을 맡을 수 있는 분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심사 받아서 추대한다. 그 선출 과정에 첫 번째가 연세가 50~70세 사이여야 하며, 존경 받을 수 있는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부처님의 옆에서 시중 들 수 있을 만큼 준수해야 하고, 지계가 청정해야 하고 몸에 병이 없어야 하며, 상가의 어떠한 계율이나 나라의 어떠한 법에 저촉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자격을 갖춘 다음 마하 상가 원로회의의 선출을 받아서 추대된다고 한다.

2) 싼다 뚜리야 왕은 띠리라사 대왕과 왕비 위마라대위 사이에 태어났으며 B.C 580년 갈라새나 대왕의 공주 싼다말라와 결혼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 왕의 선조는 인디아의 사까족인 와뚜대와 등 사까 왕족 10여 명이 와서 세운 나라이다.

3)천인은 7일 동안 큰 잔치를 열면서 마하새까라사 123년 4월 보름 저녁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서 부처님과 머리카락 하나 모자라지 않도록 조성하였다. 싼다뚜리야 대왕과 사까천왕, 비한마 천왕, 가루나왕, 나가왕(용왕), 말라 왕 등 101명의 왕들이 도왔다. (이하 생략) 부처님께서는 7차례나 부처님의 기운을 넣어주셨다. 그 등상불은 부처님이 오시면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처님 뒤를 따르고는 했다. 부처님께서는 ‘동생 마하무니 붓다’라고 부르면서 다음에는 움직이지 말도록 하셨다.

4) 1. 법당 바깥에 있는 작은 연못에 많은 사람들이 보시하고 나서 축원하는 물을 아무리 부어도 넘치지 않는다. 2. 사견을 가진 이들이 참배하면 6종 광명이 어두워진다. 3. 사견을 가진 이들이 방해하여도 광명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4. 6종 광명이 밤낮으로 끊임없이 빛난다. 5. 새들이 부처님 계시는 법당 위를 가로 질러서 날아가지 않는다. 6. 부처님 몸의 크기를 재어도 알 수 없다. 7. 법당 안에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들어가도 가득 차지 않는다. 8. 법당 앞의 연못에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가물어도 넘치거나 줄지 않는다. 9. 법당 주변 나무와 꽃들이 법당을 향해서 숙여져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놀라운 일 가운데 부처님 앞에서 법답지 못한 맹세, 저주하는 이는 피를 토한다. 부처님 모습과 똑같이 만들어도 안 된다. 부처님 모습과 똑같이 만들겠다고 크기를 재는 이들은 죽는다. 어떠한 불상이 마하무니 불상과 똑같다고 말하면 그 불상이 금이 가거나 갈라진다. 세상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기려면 미리 신통스러운 일을 보이는 것 등의 이야기도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