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린 우리

우란분재일 한 생각

2007-07-14     관리자

  불가(佛家)에서 가장 뜻깊게 맞이하는 5대 명절 가운데 우란분재(盂蘭盆齋)일이 있다.

  우란분은 범어로 Ullambana를 음사(音寫)한 것으로 중국에서는 구도현(救倒懸), 해도현(解倒縣), 이도현(離倒縣)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이 세상을 떠난 망자가 생시에 착한 일을 하지 않고 죄악을 지은 죄로 악취에 떨어져서 거꾸로 매어달린 고통을 부처님전에 공양한 공덕으로 구원 받는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날이 백중(白衆), 백종(白種, 百踪, 魄縱)이라는 말로 더욱 더 잘 알려져 있다.

  백중(白衆)이란 대중에 아뢴다는 뜻이니 하안거(夏安居, 음력 4월 15일~7월 15일까지 일체 출입을 금하고 수행하는 기간) 해제일(解制日)이 되면 스스로 의심하던 것을 들어서 부처님께 여쭙기도 하고, 스스로 허물이 있으면 대중 앞에 공개하여 죄를 참회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날을 백중자자일(白衆自恣日)이라고 한다.

  백종(白種)이란 백 가지의 꽃과 과일을 불전에 차려놓고 공양을 올린다는 뜻이며, 백종(白踪)이란 7월 15일 해제일인 이 날에 공부하던 스님들이 불전에 와서 의심하던 바를 풀면 마음이 흰 것이 마치 농부가 여름내내 진흙 속에서 일하다가 초가을 7월에 발뒤꿈치를 하얗게 씻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또한 백종(魄終)이란 자자일(自恣日)에 부모의 혼령을 위하여 부처님전에 재를 올리면 그 공덕으로서 그 혼령이 지옥고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극락세계에 왕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우란분재, 백중, 혹은 백종이라고 불리워지는 이 날은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신통(神通) 제일로 알려진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져 고통을 당하는 그의 어머니를 구원하는 내용을 담은 『우란분경(盂蘭盆經』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우란분경의 대략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천안(天眼)으로 우주의 모든 형상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을 얻은 목련존자가 하루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나서 천안을 열어 살펴보니 어머니는 아귀도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본래 효성이 지극했던 목련존자는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음식을 마련하여 신통력으로 아귀도에 내려가 음식을 어머니 앞에 내놓고 권했다.

  배가 고파 허기가 진 어머니가 달려들어 먹으려고 하자 어머니의 입에서 불길이 솟아 그 맛있고 많던 음식이 순식간에 타서 숯이 되어버렸다. 아귀가 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슬피 울면서 발길을 돌린 목련존자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위로는 33천에서부터 인간계를 두루 살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지옥을 살펴보니 그 곳 아귀도에 계시었습니다. 어머니가 아귀가 되어 있는 몰골이 하도 안타까와 음식물을 장만해서 바쳤지만 입에서 불길이 솟아 다 숯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어떤 과보로 그렇게 된 것입니까? 그리고 제가 신통력으로 다른 아귀의 인과는 훤히 알면서도 어찌해서 제 어머니의 인과는 볼 수가 없는 것입니까?"

  "목련아 너무 서러워 마라. 너의 어머니는 이 세상에 있을 때 출가사문을 비방하고 미신을 믿으며 축생들을 죽여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등 바른 법과 인과를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웃의 많은 사람들을 사도로 이끌어 들인 죄로 아귀보를 받게 된 것이다. 다른 아귀들은 보면서 너의 어머니를 보지 못하는 것은 모자의 정이 앞서 너의 눈이 흐려져서 못보는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난 목련존자는 더욱 목이 매었다.

  "부처님이시여, 제 어머니를 아귀도에서 구해낼 신묘한 법은 없겠습니까?"

  매우 측은하게 여기신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목련아, 너의 어머니의 죄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네가 비록 신통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죄업을 대신하거나 구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너의 효심이 하늘과 땅에 넘친다 해도 삼보를 비방한 죄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측은하여 내 한 가지 법을 일러주겠다. 시방(十方)의 출가 대중들에게 지성으로 공양을 하라. 그러면 삼보를 공양한 공덕의 힘으로 네 어머니의 죄가 가벼워져서 아귀도는 면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언제 어떻게 대중공양을 올리면 되겠습니까?"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찼던 목련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애원했습니다.

  "하안거(夏安居)를 풀고 자유로운 수행으로 들어가는 날(自恣日)인 7월 보름날 수행승들에게 음식과 와구(臥具)를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일곱 생 동안의 부모와 현세의 부모들이 모든 액난(厄難)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날 대중에게 공양하면 너의 어머니는 아귀도를 면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들은 목련존자는 매우 기뻤다. 그래서 7월 보름날을 기다렸다가 지극한 정성으로 음식과 과일과 와구(臥具)를 장만해서 시방의 출가대중께 공양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날로 아귀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목련존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7월 보름이면 출가대중에게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으로 7생의 부모 명복과 천도를 기원하고 현생 부모의 복덕을 기원하라고 권하고 가르쳐 주었다. 이때부터 불교 집안에서는 7월 보름날을 우란분재라고 해서 돌아가신 분을 위한 재를 올리며 살아계신 부모들을 위해 공양을 올리는 아름다운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우란분재일을 통해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부모에 대한 효와 조상천도는 물론이려니와 고통의 완전한 구제, 그리고 자자(自恣)에 대한 재인식이다.

  부모 생존시에는 불효하다가도 돌아가신 뒤에는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란분경」에 '마땅히 생각 생각 중에 항상 부모를 간절히 유념(有念)하여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르듯 우리는 항상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이에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다만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생명체는 영원하고 불멸하는 존재라는 입장에서 볼 때, 현세에서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보은(報恩), 조상천도는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참보살도의 정신에서 본다면 이러한 효와 조상천도는 자신의 부모와 조상에게만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통받는 모든 중생에게로 돌려져야 한다.

  또 하나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며 부처님께 참회하는 자자(自恣)의 정신을 자자일(自恣日)인 이 날 뿐만 아니라 매일 매시 생각하며 자기를 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려 고통받는 부모, 조상, 중생들과 거꾸로 매달린 우리들의 잘못을 어찌 한 시라도 더 두고 볼 수 있을 것인가.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