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허욕을 버리고

테마에세이/보람에 산다

2007-07-11     관리자

 
국민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장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앙케이트를 받은 일이 있다. 사람은 누군가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 인간을 문맹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하고, 어떤 사람은 법관이 되어 이 세상에서 엉뚱하게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벗이 되고자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법관이 되어 이 세상에서 엉뚱하게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벗이 되고자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기업가가 되어 인간을 빈곤과 기아로부터 해방시켜 보다 나은 복지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꿈이 있다.
 
이처럼 나 또한 어느 누구에 못잖은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소시적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셰익스피어, 타골, 김영랑, 조지훈의 작품에 심취하고 탐독했었다. 그래서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졌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그들이 가진 꿈에 비해 좀 색다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아무것도 틀릴 것 없는 아주 작은 소담한 나의 꿈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로 기억된다. 영어 시간에 당시 대학의 국문과에서 부교재로 사용했던 조지훈 선생의『시의 원리』라는 책을 몰래 읽다가 들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을 정도로 빠져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조숙과 열병으로 생각된다.
 
그런 가운데 그때의 우리 집안 살림이란 말할 수 없이 구차했기 때문에 나의 이런 뜻은 부모님에게 호응을 받기는커녕 맏형으로부터 여러 번 만류를 당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여 신혼 초부터 이상과 현실의 갈 등 속에서 풍비박산이 난 가정생활, 마흔이 훨씬 넘은 이 나이까지 아직 이렇다 할 자랑할 만한 재산 하나 만들어놓지 못한 내가 걸어온 이 길을 뒤돌아보면 나름대로 힘든 길이었다.
 
그러나 이 풍진 세상을 살아왔을망정 나는 내가 써온 몇 줄의 시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없이 오늘에 이른 것을 최고의 보람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변경 없이 이 길을 걸어갈 생각이다.

몇 해 전부터는 시 쓰는 일만으로는 생활이 하도 어려워 살림집 부근에 서점을 하나 차렸다. 처음엔 이것 역시 고전을 했지만 이 일 또한 신념과 애정을 가지고 시를 쓰는 마음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젠 꽤 흑자경영을 하고있다.
 
몸이 피곤하면 다정한 문우들을 초대하여 따끈한 차 한잔 나누면서 정담을 하기도 하고 흥이 겨우면 소주도 한잔 한다. 시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수 만권 쌓인 책의 먼지를 닦으면서 제목을 읽노라면 금방 좋은 시귀가 될 것만 같다.
 
또 이 업은 아주 근엄하고 인자한 스승의 말씀을 옆에 모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벗어 날 래야 벗어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나같이 시 쓰는 업 을 가진 사람의 부업으로는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늘 나는 나의 학창시절 때, 정답던 친구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그려본다. 교육자가 되겠다던 B군의 얼굴도, 기업가가 되겠다던 K군의 얼굴도, 그리고 의사가 되어 연약하고 병든 이웃의 벗이 되겠다던 H군의 얼굴도.
 
그러나 대부분의 그들은 그때의 꿈과는 달리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인생에 실족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욕심을 안 가지고 살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얼마나 있으리 오마는

지나친 허욕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젊은 날의 꿈과 이상에 상치되게 살아가야만 된 게 아닌가 하여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이 시대적인 모순에도 침 뱉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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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시인. ‘글방서점’경영. ‘45년 경북 선산 평촌에서 태어남. 현대문학에 시 「기름간장」「강가에서」「아이」가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데뷔.「꽁치」「아내로부터 한반도의 슬픔을」「톱질을 하면서」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