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스님의 늙음과 병

2017-02-08     김성동

스님의 늙음과 병

 
 스님의 얼굴과 몸은 정갈했다. 여든이 훌쩍 넘은 그 비구니스님은 출가 후 평생 참선 수행을 해오셨다. 적지 않은 상좌를 두었지만, 홀로 작은 토굴에 몸을 의탁해 작은 마당에 채소를 키웠다. 몸은 늙어갔다. 직접 밥을 해먹고, 채소를 키우고, 청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소문을 해 80여 명의 비구니 대중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처소를 옮겼다. 방은 단출했다. 10평이 채 모자란 곳이지만, 무엇보다 점심공양이 제공되어 좋았다. 아침과 저녁은 간소하게 해결했다. 최소한의 관리비만 내면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다. 스님은 낯선 객에게 살뜰한 존칭으로 대접할 것이 없다며, 감을 내오셨다. 
 
 우리 일행은 스님의 건강을 여쭤보았고, 스님은 배가 차다고 하셨다. 배를 따뜻하게 할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리자, 스님은 고맙다며 좋아하셨다. 아직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곳에서 생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지금도 꾸준하게 이 방에서 참선을 이어가고 있다며, 함께 간 또 다른 비구니스님이 귓속말로 전해주었다. 우린 평생을 수행 정진해온 노 비구니스님께 존경의 예를 드리고 건강을 빌며 문을 나섰다. 일행을 따라 나온 스님은 합장으로 우리를 배웅했다. 지난해 늦가을에 만났는데, 지금은 찬 겨울이다. 
 
 늙음은 부처님께도 찾아온다. 부처님의 몸을 어루만지던 제자 아난이 부처님의 피부색이 맑지 않고 빛나지 않으며, 사지가 연약해지고 주름이 생겼고, 몸이 앞으로 굽어 있으며, 육체의 감각기관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때 부처님은 “아난이여, 젊었다 해도 늙기 마련이고, 건강하다 해도 병들기 마련이며, 살아 있다 해도 죽기 마련이다.”라고 자신의 늙음에 대해 말한다. 부처님도 그러하듯이 출가자의 늙음과 병이 별스러운 일은 아니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옛 어른 스님들이 “중은 거리에서 죽어야 한다.”며 호방한 기개를 보였던 것도 그러하다.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각자도생으로 움직이며, 출가공동체도 세속의 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조계종 스님 1만 4천여 명 중 65세 이상인 스님은 2천여 명이 훌쩍 넘는다. 세속의 고령화율을 이미 넘어 초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70% 가까운 스님들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 조계종은 이미 지난 2011년 승려복지회를 두어 스님들의 노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했지만, 아직 국가의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포함)과 연금보험을 지원하는 보충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승가공동체 본연의 역할인 수행과 전법을 위한 기본생활보장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단의 재원 자체가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니면 2015년 승가청규 토론회에서 나왔듯이 “종단의 부와 권력은 상위 5% 정도의 상층집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연금보험에 모든 스님들이 가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조계종단에서 이를 단계적으로 지원해 올해는 1만 800원, 2018년에는 1만 8,000원, 2019년부터는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구족계를 수지한 모든 스님들이 승려복지회를 통해 가입하면 65세 이후부터는 일정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새겨야 할 것은 국가가 아니라 승가공동체다. 부처님께서는 교단의 화합을 일깨우기 위해 여섯 가지 계율을 말씀하셨다. 그 중 하나가 이화동균利和同均이다. 이익을 균등하게 나누라. 스님들의 노후는 국가의 혜택이 중심이 아니라, 승가공동체가 이화동균의 눈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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