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의 시간 관리법

결혼 가정 행복의 장

2007-07-01     관리자
 

 


 “할 일이 없는데요?”

 무엇이든지 좀 일거리를 찾아서 움직여보라는 말을 해보았지만 환자가 금방 되받아 보내는 항의다. 낮잠을 한잠 자고 나서 시계를 쳐다보아도 30분이 채 안지났으니 하루종일 그렇게 무료할 수가 없단다. 시간을 죽이지 못해 애쓰는 주부다. 옛날엔 40대면 불혹의 나이라고 했었는데 현대의 40대는 근심의 나이일까?

 특히 가정에서만 가정의 관리나 자녀의 양육 그리고 남편의 뒷바라지에만 일심전념하던 주부들일수록 40대가 되면 근심걱정이 태산같아진다.

 이 불안은 근거가 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있지만 기실 상황이 과장되고 지나치게 예민한 지각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40대의 걱정거리를 이해하자면 먼저 40대 주부의 생활주기상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40대 주부들이 겪어야 할 첫 번째 시련은 이별의 경험이다. 여기에서 이별이란 부모 또는 시부모, 연세가 많은 친척들과 사별하는 경험을 겪게 되는 나이의 문턱에 들어선다. 생활경험상 인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별이다.

 이런 사별이 아니더라도 성장한 자녀들과 이별하는 시기가 40대다.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적인 가정을 형성해서 나가는 가시적인 이별만 이별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자녀가 자기의 몫을 찾고 주장하므로서 겉으로는 부모와 상층된 사고와 행동을 가질 수도 있다.

 “전에는 엄마가 시키면 고분 고분 했었는데 이젠 다 소용 없어요.” 40대 주부가 하는 자녀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도 표현한다. 제몫을 찾는 자녀의 독립된 정서나 사고를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바로 40대다.

 말하자면 홀로 서서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책임 있게 살아가겠다는 성장의 결과이지만 막상 당하는 주부의 느낌은 자녀로부터 소외당하는 것 같은 주관적인 느낌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별 아니면 분리를 통해 모두 내 곁을 떠나는 스트레스는 자연히 40대 주부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당신 오늘 시간 있어요? 나 점심시간에 그 쪽으로 나갈 일이 있는데...” 몇 번 주저하다가 남편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바쁘다’는 의례적인 말로 전화가 끈길땐 내가 왜?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스친다.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은근히 한마디의 위로라도 받고 싶어 걸어본 전화지만 되돌려진 것은 더 진한 거절감이다.

 40대 주부의 남편들은 이제 직장에서 나 자신이 하는 사업에서 사회적인 안정과 성취, 때로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의 성취를 이룬다. 이런 성취는 남편 자신에겐 만족감을 주고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일에 대한 의욕도 되지만 이를 공유하지 못하는 아내 입장에서 보면 가장 소중한 아내인 자신을 팽개쳐 놓고 바쁘기만한 존재로 밖에 인식되지 못한다. 둘러 보아야 텅빈 덩그란 공간뿐인 곳에 혼자 앉아 이런 거절감을 되씹고 있노라면 자연 시간을 죽이기에 고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시간이 남는다. 어떤 주부는 이런 저런 일들을 계기로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도 된다. ‘내가 이 집으로 시집만 안왔어도...’ 하는 긴 여운을 한두번 안가져 본 주부가 없을 만큼 후회도 해본다.

 인생을 평가해본 대차대조표는 흑자보단 적자란 생각이 더 많다. 학교 다닐땐 나보다 성적도 못했던 친구가... 나보다 인물도 못생겼던 친구가... 나보다 가난했던 친구가... 별의 별 속스런 비교들을 해가다 보면 가슴만 더 답답해진다. 나의 결혼 생활은 손해투성이란 결론을 아주 쉽게 내려 버린다.

 아무도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자녀는 제몫을 찾아 나가 버리고 남편은 자기 성취에 도취되어 일에 바쁘고... 모두 나없으면 못살 것처럼 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선 모두 제 힘으로 지금을 이룬 듯 나를 소외시키니 그게 손해가 아니겠는가 하는 확고한 편견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리 둘러보아야 외톨이가 된 자신뿐 이런 울분을 쏟아 놓을 만한 곳도 없다. 나의 환자분이 말한 것처럼 낮잠 한잠 자고 나도 30분 죽이기가 그렇게 힘들다. 몸도 여의치 않다. 30대의 왕성한 건강처럼 산뜻한 기분이 없고 병원에 찾아가도 뚜렷한 병명도 못찾아 내면서 찌부득하기는 마찬가지다. 불안하다. 서성거려 보지만 더 초조해진다.

 대체로 병명을 붙이긴 어렵더라도 40대를 넘기는 주부가 흔히 겪게 되는 내용들이다. 이런 현상은 한 마디로 ‘내 몫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40대 이전의 주부는 확실한 자기 몫이 있다. 가령 자녀를 낳는 일, 자녀를 키우는 일, 사회의 초년생인 남편을 돕는 일, 그리고 알뜰하게 가정을 관리해 나가는 일은 고되긴 해도 확실한 내 몫으로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인데 40대는 이런 일이 끝나는 주기다.

 항상 결혼초나 30대처럼의 역할로 일생의 주기를 충족하게 적응해 나가지는 못한다. 가정의 일에만 전심전력 몰두해 나가다가 40대가 되어 어느날 갑자기 이런 회의들에 빠져들어 가면 겉잡을수없이 자기 비하를 통해 우울증상에 까지 이른다.

 문제는 어떻게 해볼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리는 간단하다. 자신의 일생이 점차 변해 가듯 가족주기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예견하고 지각해야 한다. 가족주기의 어느 한 단계가 영원히 변화하지 않고 고착되어 머물러 있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녀는 성장하고, 성장하면 제 목소리가 커지고, 제 목소리가 커지면 제 몫을 찾아 당신 곁을 떠난 다는 사실과 같은 것을 사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도 지난 세월이라서 잊고 있지만 제 몫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 와서 새로운 가정을 꾸미지 않았는가?

 이렇게 한번 해보자. 지금부터라도 내 몫을 챙겨 보자. 내 몫을 지금까진 자녀나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투자했던 것을 자신의 홀로 서기, 자신의 잠재력 개발, 자신의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에 투자해 보자. 이런 투자는 가정에서만 있어서 낙후되었을지도 모를 사회성 회복에도 가치 있게고 자신을 증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자기중심적인 만족만을 위해 일을 하고 취미를 갖고 여가를 즐기지 말고, 나의 일이 곧 가족이나 사회에 청량제가 되어질 수 있는 일로 실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 자아를 확대시키는 일이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생각과 행동 실현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좁은 가정에서 과거에 누렸던 만족감과 행복 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이젠 개인이 가정을 위해 매어야 할 시간이 줄어 들고 상대적으로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이 시간을 주부 당신 자신을 위해 소중히 투자해야할 시기이다. 이런 소중한 자기의 재투자 없이는 사람은 이기적인 욕심에만 사로 잡혀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지고 그 원망은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발현 된다.

 “유능하고 곧고 의연하며 상냥하고 점잖고 겸손하다. 또 만족할 줄 알아 구하는 바가 적으며 잡일을 만들지 않고 홀가분하게 산다.”

 이는 평안의 경지에 이르면 얻게 되는 선물이다. 자아를 확대해 나가는데 자신을 재투자하는 주부에겐 꼭 이런 커다란 선물이 되돌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