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관한 명상

2017-02-08     황주리

찰나에 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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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짐 크로스의 오래된 팝송 ‘time in a bottle’이 흘러나왔다. “병 속에 시간을 모아둘 수 있다면,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그 모든 시간들을 담아 영원히 당신과 함께 쓰는 것입니다.” 시간을 돈이나 금처럼 모아둘 수 없다는 게 우리들의 슬픔이요 운명이다. 시간이 영원하다면 모아놓을 필요도 없을 테고 순간의 가치를 알 수조차 없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한 삶으로 바꾸는 불교철학은 가장 오래된 마술이다. 불교에서 가장 최소 단위의 시간인 ‘찰나’는 느낌조차 없이 사라져가는 순간으로 약 0.013초이다. 적어도 어떤 것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120찰나로 1달찰나(약 1.6초)라 하며, 60달찰나를 1납박(약 96초)이라 하고, 30납박을 1모호율다(약 48분)이라 하며, 30모호율다를 1주야(24시간)이라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태어나 제일 처음 느꼈던 ‘1달찰나’는 언제였던가? 어머니의 하얀 얼굴과 상냥한 미소, 내수동 막다른 골목 막다른 대문 집이던 우리 집, 하얗고 검은 피아노 건반,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이후로도 무수한 찰나들이 그게 너의 삶이라고 속삭이면서 사라져갔다. 그 찰나들이 모여 한 생이 된다는 걸 우리는 매 순간 잊고 산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우리들의 시간은 변화했다. 찰나의 찰나에 도전하며 점점 더 빨라지는 컴퓨터 속 시간은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가는 찰나 생멸, 찰나 무상의 불교 시간 개념과 정반대일지 모른다. 우리의 세월은 점점 빨리 흘러가는 듯 느껴지고, 그 어떤 가치도 순간에 머무를 뿐 오래가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 와 보면 불교적 시간 ‘찰나’는 컴퓨터 속 시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소중한 시간을 살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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