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행복한 자비행 : ‘불광사 구법회’

자리이타自利利他의 마음으로 보현행을 실천하다

2017-01-09 불광출판사

[특집] 행복한 자비행

이번 특집을 위해 만난 불자들은 유달리 찬란했습니다. 기운이 넘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며 말씨는 다정했습니다. 특유의 활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긍정적인 기운을 전합니다.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고 우리 함께 행복하자고 말합니다. 언제나 배우려는 의지가 가득합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누구보다 멋지게 살아가는 불자들의 비결. 바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봉사를 합니다. 자비행을 펼치는 이들을 찾아가 어째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비결을 듣습니다.

01 너 나 구분 없는 기쁨  |  수원영통마사회 문화센터 봉사단체 ‘LetsRun CCC.’ / 김우진
02 시간을 낸다는 것, 마음을 낸다는 것  |  거제 반야원 ‘보늬회’  / 김우진
03 부처님 약손으로 사랑을 전해요  |  조계종자원봉사단 골기경락팀 ‘연꽃회’  / 유윤정
04 두 손으로 전하는 이겨낼 수 있는 용기  |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전법단 ‘자비회’  / 유윤정
05 자리이타自利利他의 마음으로 보현행을 실천하다  | ‘불광사 구법회’ / 조혜영
06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담긴 마음  | 영등포 쪽방촌 ‘(사)쪽방도우미봉사회’  / 유윤정

자리이타自利利他의 마음으로 보현행을 실천하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봉사활동 ‘불광사 구법회’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 이 말은 보살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행行에 대한 가르침이다. 불자라면 정도正道의 길에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올바른 수행과 타인을 이롭게 하는 보현행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리이타自利利他의 삶이다. 자비의 마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보현행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활기찬 기운과 환한 미소가 새해의 태양을 닮아 있었다.

| 봉사가 늘 1순위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의료와 케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인 만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세밑의 어느 저녁, 이곳에서 불광사 구법회 자원봉사자분들을 만났다. 불광사 구법회에서는 매일 점심, 저녁으로 팀을 나누어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목요일 저녁을 맡고 있는 팀은 소수정예팀으로 유명하다.

“저희는 총 여섯 명으로 다른 팀들에 비해 인원이 적어요. 그런 만큼 단합도 잘 되고 설거지를 할 때도 손발이 척척 맞아 요양센터의 첫 조리장님께서 ‘소수정예팀’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셨어요.”(김옥득, 65)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김옥득 보살과 이영숙(64) 보살, 최종복(61) 보살은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가 처음 설립됐을 무렵부터 7, 8년 째 봉사를 해오고 있다. 2년 전부터 정정아(49) 보살, 최규자(49) 보살이 함께 하면서 현재의 팀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함께 봉사를 하고 불법을 나누는 만남이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가족들을 챙기는 집안일보다도 봉사가 늘 1순위다. 이사를 가는 바람에 1년 동안 봉사를 쉬었던 이영숙 보살은 최근 들어 봉사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고 있다.

“봉사를 안 하니까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멍하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 도반들과 함께 봉사를 하고 싶어서 다시 나오게 됐죠.”(이영숙)

저녁 6시 10분 경. 150여 명의 어르신들이 드신 빈 그릇이 조리실로 내려오면 이들의 봉사가 시작된다. 먼저 김옥득 보살이 빈 그릇을 정리해 설거지통에 넣으면 최종복 보살과 이영숙 보살이 초벌로 식기를 씻어낸다. 그런 다음 정정아 보살이 초벌로 씻은 식기들을 세척기에 넣는 작업을 맡고, 마지막으로 최규자 보살이 세척기에서 그릇을 빼 정리를 하면 약 1시간에 걸친 봉사가 끝이 난다. 역시 ‘소수정예팀’답게 손발이 척척 맞는다. 설거지 달인의 경지다.

“7년 전에는 제가 세척기에서 그릇을 빼 정리하는 작업을 맡아서 했는데 요즘은 그 작업이 힘에 부치더라고요.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죠.”(최종복)

| 보현행을 하는 데 봉사만큼 좋은 게 없죠

50대에 처음 시작한 봉사였는데 한 해 한 해를 넘기며 이제 60대 중반이 되었다. 세월과 함께 노인요양센터의 어르신들도 점점 연로해지시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이 드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에 대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김옥득 보살은 노인요양센터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 나도 이곳에 올지 모르잖아요. 봉사를 할 때, 뭐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스럽게 하려고 합니다.”(김옥득)

바깥 날씨는 한겨울이었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원봉사자실이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마치 친자매처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칭찬과 격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났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냥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떠는 것 외에 다른 게 없잖아요. 봉사를 하러 오면 오히려 힐링을 받고 갑니다. 인생 선배이신 도반님들께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고요. 다들 피부도 고와지고 얼굴도 예뻐지신 것 같아요.”(최규자)

40대와 60대가 함께 봉사를 하고 법담을 나누다보면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 사람한테, 젊은 사람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 배우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세대 간 통합의 장이 되기도 한다. 신행생활에 있어서도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하다보면 나태해질 겨를 없이 힘 있게 정진할 수 있다. 또한, 가정의 행복은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덤 가운데 하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엄마가 봉사하러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 스스로도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죠.”(정정아)

『화엄경』「보현행원품」에는 ‘보현행으로 보리를 이루겠다’는 서원이 나온다. 자비수행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설하고 있다.

“평소 기도도 많이 하고 매일 수행정진을 하더라도 기도와 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보현행을 하는 데 봉사만큼 좋은 게 없죠. 저희는 ‘일타쌍피’가 아니라 ‘1타 150피’에요. 한 사람의 봉사로 150명에게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김옥득)

일심동체가 되어 봉사를 하다보면 ‘나’를 내려놓게 되고, 쓸데없는 아상我相을 비워낸 만큼 ‘참나’로 가득 채워진다. 봉사자들의 마음의 크기가 더 넓고 큰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리이타自利利他를 실천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