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행복한 자비행 : 쪽방 도우미 봉사회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담긴 마음

2017-01-09     유윤정
[특집] 행복한 자비행
이번 특집을 위해 만난 불자들은 유달리 찬란했습니다. 기운이 넘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며 말씨는 다정했습니다. 특유의 활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긍정적인 기운을 전합니다.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고 우리 함께 행복하자고 말합니다. 언제나 배우려는 의지가 가득합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누구보다 멋지게 살아가는 불자들의 비결. 바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봉사를 합니다. 자비행을 펼치는 이들을 찾아가 어째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비결을 듣습니다.

01  너 나 구분 없는 기쁨  |  수원영통마사회 문화센터 봉사단체 ‘LetsRun CCC.’  / 김우진
02  시간을 낸다는 것, 마음을 낸다는 것  |  거제 반야원 ‘보늬회’  / 김우진
03  부처님 약손으로 사랑을 전해요  |  조계종자원봉사단 골기경락팀 ‘연꽃회’  / 유윤정
04  두 손으로 전하는 이겨낼 수 있는 용기  |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전법단 ‘자비회’  / 유윤정
05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으로 보현행을 실천하다  |  ‘불광사 구법회’ / 조혜영
06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담긴 마음  | 영등포 쪽방촌 ‘(사)쪽방도우미봉사회’  / 유윤정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담긴 마음
영등포 쪽방촌 ‘(사)쪽방도우미봉사회’
 
옆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걸어야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1평 남짓한 쪽방들이 다닥다닥 이어 붙은 영등포 쪽방촌. 영등포역의 뒤편에 늘어서 있는 판자촌에도 겨울이 왔다. 그리고 여기, 가슴 시리게 내려가는 수은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끈한 온기를 나누는 이들이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17년째 단 한 번의 빠짐도 없이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과 점심을 나누며 자비의 마음을 전하는 (사)쪽방도우미봉사회의 봉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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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의 세월, 가족이 되다
“팥죽은 언제 끓여요?” “동지 맞춰서 만들지. 오늘 점심은 국수야.” “그렇지, 여기 국수 맛이 참 기가 막히지!”
 
조용하던 영등포 쪽방촌의 골목이 이른 아침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쪽방도우미봉사회(팀장 박부득)가 모이는 목요일 오전 9시. 삼삼오오 모인 봉사자들이 한쪽에서는 그릇을 삶아 소독하고 육수를 끓이고 한쪽에서는 김치를 써느라 손 바쁘게 움직인다. 이날 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준비하고서 삶아낸 국수는 면만 700인분이었다. 뜨끈한 김이 나는 국수 한 그릇에 그릇을 건네는 사람도, 그릇을 받는 사람도 함박 웃음꽃이 핀다.
 
“매주 목요일이면 이곳에서 급식 봉사를 합니다. 방을 쪼개어 만들었다고 해서 쪽방이에요.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인들입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이분들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하는 게 저희들이 하는 일이에요.”
 
쪽방도우미봉사회는 박부득(63) 팀장과 삼동소년촌을 후원하고 YMCA 청소년 쉼터에서 가출청소년들을 돕던 김윤석(53) 경위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2001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쪽방촌에 식사 봉사를 하는 단체가 있었어요. 그 분들이 매주 목요일은 쉬어요. 그럼 이곳에 계신 분 중에는 하루는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도 생기는 거예요. 그게 안타까웠죠. 그래서 김 경위와 함께 이 중에서도 가장 생계 곤란한 10명에게 도시락을 싸서 배달하던 것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쪽방도우미봉사회는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이곳 쪽방촌을 찾았다. 쌀을 나눠주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배달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곳에서 자리를 펼치고 국수를 끓여낸다. 두세 명으로 시작했던 봉사는 이제는 매번 15명 이상의 봉사단원이 나올 만큼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이들은 아들이고 딸이며 형님이고 누님인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이들은 매주 쪽방촌에서 밥 한 끼를 함께 나누고, 한 주에 있었던 일들을 같이 이야기한다. 매년 10월에는 쪽방주민위안잔치도 열고, 어버이날에는 독거노인분들에게 카네이션도 달아드린다.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도 진행하고 때로는 연탄도 날랐다. 이렇게 함께 부대끼며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박 팀장과 김 경위를 비롯한 회원들의 진실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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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행동 하나가 나에게 돌아오는 에너지
“참 부처님께 감사하죠. 저희는 부처님 가피를 남들보다 딱 10배 더 받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은 저희가 봉사를 하면서 필요로 하는 것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딱 쓸 만큼 내어주세요.”
 
쪽방도우미봉사회 가건물에 모셔놓은 부처님을 박 팀장이 지긋이 올려다보았다. 이날도 일기예보는 영하의 날씨를 알렸지만, 국수를 삶기 시작하자 해가 뜨고 포근한 느낌이 감돌았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물이 얼어 큰일인데 이것도 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했다.
“저희에게 일정한 후원자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때로는 이번 주는 어떻게 급식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될 때도 있지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쌀, 황태, 멸치, 김치, 국수 등 재료를 보시해주세요. 동지에는 어떻게 팥죽을 끓일까 고민했더니, 상선암에서 팥과 찹쌀을 보내주셨어요. 불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정성에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쪽방도우미봉사자들은 불전함에서 나온 불전을 모아 불자 대학생들에게 1년에 100만 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언제나 발품을 팔아 후원금을 마련해온 봉사자들이기에 불전으로 식재료를 마련해도 되겠건만, 항상 부처님께 받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이곳에 오는 목요일은 봉사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고, 행복하고 소중하다고 전했다.
 
“일주일 중에서 유일하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크게 웃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날이 목요일이에요. 내가 이렇게 즐겁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감사한가요. 사실 봉사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서 밥 한 끼 같이 먹고 사는 거예요. 오늘 하루 몇 사람과 나눠 먹는 것뿐인데, 기분이 좋잖아요. 내 행동 하나가 오히려 나에게 돌아오는 에너지예요. 우리는 여기에 오면 힘을 얻고 가요.”
 
경찰 시험에 합격하고 봉사를 하러 나온 김건우(23) 씨는 보람도 느끼고 선한 마음이 생겼다며, 자신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굉장히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말간 미소로 열심히 부엌을 청소하던 안소연(55) 보살은 활동하면서 생활의 소중함을 얻었다. 
 
“봉사 전 제 삶은 바쁜 날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봉사를 하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내 삶은 내가 계획하는 것이죠. 시간을 나눠 쓸수록 더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어요. 봉사하면서 저도 밝아지는 것을 느끼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가족들도 좋아해요.”
 
그래서 쪽방도우미봉사회의 모든 봉사자들은 긍정적이고 유쾌하다. 배상만(66) 거사는 나오기 전 담이 결렸는데도 오늘 국수를 삶으면 낫는다며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이곳에서 국수를 삶으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게 돼요. 6년째 쪽방촌에서 활동하고 있네요. 봉사에 나오면서 기본교육도 받고 진정한 불자로 거듭났습니다.”
 
봉사 내내 환한 웃음이 끊이질 않던 봉사자들에게 지금 발원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의 발원은 한결같았다.
 
“다른 것 바라지 않아요. 그저 지금처럼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발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분들과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불자도 많다고 해요. 스님들께서 먼저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님들의 응원 한마디에 기운이 나는 것이 봉사자들이에요. 스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불자들이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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