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멈출 수 있는가. 마음에 깨어 있는가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 혜봉 선생

2017-01-09     불광출판사

스스로를 멈출 수 있는가. 
마음에 깨어 있는가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 
혜봉 선생


혜봉 선생의 수업장면 하나. 미립자를 보고 나서, 아인슈타인이 과학자 보어에게 물었다. 이것을 인간이 인식 못했다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자 보어가 묻는다. 그럼, 없다고 말할 수 있나? 하늘의 달을 보고 아인슈타인이 물었다. 저것을 인간이 인식 못했다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보어가 묻는다. 그럼,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다 너다, 이거다 저거다, 하는 모든 것은 마음이 인식한 현상이지 실재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식한 대로 존재하지 않죠.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기에 공이고 중도이지요.”

혜봉 선생이 ‘중도 연기’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관념을 떠나 깨어 있는 것이 올바른 깨어 있음이라는 것이다. 혜봉. 법사보다 선생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오랫동안 제방 선원과 선지식들을 찾아 수행 정진하였다. 서암 스님으로부터 보살계를 받았고, 한국, 미얀마, 티베트의 여러 스승들로부터 수행법을 익히고 닦았다. 1994년부터 한동안, 정토회에서 ‘나눔의 장’을 지도했고, 인도 다람살라에 머물며 수행법을 공부하기도 했다. 초기불교와 대승, 금강승과 선 수행을 통합한 수행법을 지도해왔다. 존재의 고통에 대한 알아차림, 즉 보리심을 바탕으로 대승 관법과 화두 수행을 개개인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안내한다.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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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행복의 지속, 모든 존재의 바람
사람들은 왜 수행을 할까. 이를 통해 시대를 읽고, 오늘을 사는 우리를 통찰해볼 수는 없을까. 뒤이은 대답은 ‘지속’과 ‘멈춤’. 이번에도 불이不二 법문이다.

- 지난 10월, 미국에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왜 가셨는지요?

“재미교포들의 수행을 지도해요. 알려져 있다시피, 서구사람들이 명상을 하게 된 계기는 자유와 행복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기를 추구한 것이죠. 히피로 대표되는 그들은 2차 대전 후, 명상에서 그것을 체험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수행에 대한 관심이 유럽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아지는 중이에요. 일례로 미국에서 만난 분이 얘기하길, 자녀가 집에 와서 ‘어머니, 우리 CEO는 회사에 나와서 매일 명상을 해요.’라고 하더라는 것이죠.”

- ‘명상’이란 어떤 것을 말하나요?

“전통적인 의미로는, 자기 마음을 안팎으로 고요히 하고 그 마음을 깨달아 아는 것을 선禪이라고 해요. 그것을 요즘, 그리고 서양에서는 명상meditation이라고 하지요.”

- 명상을 도입한 대표적인 예가 있을까요?

“애플, 구글 등에서는 회사 전체가 명상을 하다시피 하고요. 골드만 삭스의 임원도 그렇고 금융회사에서도 열심히 해요. 첨단과학이나 서비스 계통에서도 시작했습니다. 관련 언론사로는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가 있지요. 마이클 조던의 코치, 안젤리나 졸리 등 스포츠와 영화 분야에도 많이 도입됐어요. 오프라 윈프리도 명상을 해요. 사진작가 중에도 많습니다. (그들은) 마음을 훈련하는 수행으로 받아들이죠. 지난번 한국에 왔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명상을 매일 하고, 1년에 60일은 다른 일 제쳐놓고 명상을 한다고 해요. 명상 속에서 깨달은 것을 책 속에 녹여낸 것이죠.”

분당에 있는 ‘청안명상센터’에서 행복수업이 있는 날. 다양한 수행의 기회를 주위와 나누기 위해 40~50대 여성들이 마련한 공간이다.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명상을 한다. 선생이 종을 울린다. 한 명, 한 명 소감을 묻는다. 참가자들은 느낌을 말하거나 질문을 한다. 선생이 되묻는다. 다시 질문이 오간다. 이해할 때까지 자세히 설명하는 선생의 눈과 손에 시선이 집중된다. 경전이나 실생활에서 비유와 사례를 든다. 어느 순간, 질문한 이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

| 알아차림의 지속, 할수록 선명해지는 그것
- 수행이 많이 얘기되곤 하지만, 정작 수행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수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수행은 ‘자기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이에요. 모든 존재는 자신이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이기적인 관점으로 애써왔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요. 조금 넓히면, 자기집단이고요. 붓다가 된다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에요.”

- 실제로 관계에서 겪는 갈등 중 많은 부분이 각자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자연적인 이기심을 넘어설 수 있는가요?

“존재는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없어요. 생겨난 자체도, 존재하는 법도 독자적인 것이 아니죠.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잘 모르지요. 그래서 수행은 또한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죠. 깨어 있기 위해서는 알아차려야 돼요.”

- 알아차림. 많이 듣는 말이지만 방법을 몰라 답답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알아차리는 마음은 이미 누구에게나 있어요. 마음이 지닌 기능 중 하나지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알아차리는 마음이 작동을 해요. 자각하는 마음, 이것을 가지고 수행을 하는 것이지요. 사회가 발전해도, 인류에게는 자유와 행복이 담보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사람들이 명상을 만났지요. (그들이) 명상을 통해 경험한 행복과 자유, 평화와 같은 고귀한 가치들은 일시적으로 경험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명상을 하면 할수록, 더 지속됐죠.”

- ‘명상하면서 느낀 행복과 자유는, 할수록 지속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서 그렇죠?

“생체리듬이나 생각, 감정, 의도, 욕망은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고 조건이 사라지면 사라지죠. 그런데 알아차리는 마음의 성품은, 알아차릴수록 커지고 선명해져요. 더 지속이 되고요. 이 마음이 깨달음을 이루게 해요.”

- 수행을 하면서도, 수행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은 생략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수행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한 이들도 있을 텐데요.

“밥 먹고 나면 설거지 해야죠? 그렇듯이, 마음을 사용하고 나면 흔적과 쓰레기가 남아요. 이것을 청소하지 않으면 악취가 생기고, 남은 마음들이 우리를 아프게 해요. 문제를 일으키죠. 그래서 우리 안에 있는 상처나 결핍, 미성숙함 이런 것들을 바로잡고 치유해야 돼요. 깨어서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지 몰라요. 쓸모없는 것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 그러니까 수행이 컴퓨터의 정리 프로그램과 같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리고 컴퓨터를 쓰다보면, 작동이 잘 안될 때 있죠? 그럼 어떻게 해요?”

-  껐다 켜죠. 

“그런 것처럼, 마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계속 갈 것이 아니라 멈춰서 일단 초기상태로 되돌려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처음 마음이 결국 깨달은 마음과 같다, 오염되지 않은 마음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것이 알아차리는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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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추는 힘, 새들도 계속 날지 않는다
- 질주하고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는 자각해도, 초심을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늘을 나는 새도 영원히는 못 날아요. 수시로 둥지로 돌아와 힘을 비축해서 날죠. 에베레스트 등반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베이스캠프’에요. 거기서 힘을 비축해 등정하다가, 안되면 돌아와서 힘을 추슬러 다시 등정하기 위해 꼭 필요하죠. 그렇듯이, 길을 가려면 반드시 휴식이 필요해요. 쉰다는 것은 멈추는 것이에요. 멈추도록 하는 것이, 깨어 있는 마음이에요. 가만히 앉아 정진하는 것이 삶의 과정에서, 힘을 축적하게 하고 자기를 돌아보게 하고 바른 길을 가게 해줘요.”

- 그런데 습이 되고 가속도가 붙어서, 멈추기가 힘들잖아요? 멈추는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개인도 수행을 해야 되고, 모여서 함께도 수행해야지요. 확산시켜 나가고요. 공동체들도 수시로 멈춰 자기를 보는 훈련이 필요해요.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이 그것이죠. 그런데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어요. 그래서 못 멈추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켜요.”

수업장면 둘. 존재의 고통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요. 주제넘은 생각은 아닌지요?(수업참가자) 그 슬픔이 선물입니다. 자신이 깨어나는 수행을 하는 게, 자신을 구제하고 타인을 돕는 행위입니다.(혜봉 선생) 또 다른 수업참가자와의 대화. 수행하면서, 정견에 대한 마음과 보리심이 생겼거든요? 이게 생긴 건데….(대중들 웃음) 축하할 일입니다. 우리는 인식한 세상이 환영인 줄 모르고 부여잡습니다. 그걸 보면 마음이 아픈 그것이, 보리심입니다.(혜봉 선생)

- 자기 마음에 깨어 있다는 것이, 이를테면 무슨 뜻이죠?

“부처님이 예로 든 일화가 있어요. 원숭이 무리를 이끄는 대왕이 있었어요. 어느 날, 호수를 보니 아름다운 달이 떠 있어요. 너무 갖고 싶었겠지요. 그래도 호수 가운데 있을 땐 못 건지잖아요. 그런데 달이 점점 움직이면서,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가는 것이에요. 그래서 가지를 잡고 건지려 했어요. 건지려는데 안 건져지고, 건지려는데 깨지고. 그러다 원숭이 왕은, 달이 물속에 들어간 줄 알고 뛰어들었어요. 그것을 보고 다른 원숭이들도 왕처럼 다 뛰어들어 빠져 죽었다는 우화에요. 우리 인간이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죠. 환상과 관념, 즉 ‘달 그림자’를 쫓기 때문에 윤회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그렇다는 것을, 깨어서 볼 수 있어야 돼요.”

- 수행을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부처님이 두 가지를 제시하셨지요. 하나는 ‘자등명自燈明’, 즉 깨어 있는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이죠. 그리고 ‘법등명法燈明’, 법Dharma을 믿고 의지하라. 법에 깨어 있으라는 것이죠. 모든 존재는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이 법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무지와 고통은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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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에 담긴 마음의 원리
- 이런 명상이 실질적으로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 스마트폰 있죠? 비유하자면 여기에도 선의 원리가 담겨 있어요. 스티브 잡스는 명상을 통해서 체험한 마음의 세계를 여기에 접목했지요. 첫째, 서로 다른 기존의 기능들을 통합시킨 것이죠. 하나 속에 일체가 연결돼요. 마음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듯이. ‘연기緣起’지요. 그래서 이 안에 세상이 들어 있어요.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법성게의 원리인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지요. 둘째는, 실제가 아닌 가상이라는 점이죠. 다양한 앱App은 자아와 비슷해요. 앱은 특정한 기능을 형태화해서 활용하는 것이잖아요? 그렇듯이, 마음이 어떤 조건에서 형태가 만들어짐으로 해서 생기는 것이 자아에요. 이름을 붙이지만, 앱이 스마트폰은 아니지요. (스마트폰을 잠금해제 해보이며) 그리고 여기 잠금장치가 있잖아요? 원래는 문이 없는 것과 같아요. 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 마음의 문처럼요?

“네. 원래는 ‘터치’만 하면 되는 것이에요. 접촉을 통해 세상과 소통이 일어나지요. 마음도, 감각기관이 대상과 접촉을 함으로써 만들어지죠. 그것을 구현해낸 것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도구가 되었죠. 지금 선진국들에서는 이렇게 얘기해요, ‘명상하는 사람들이 세계를 이끌 것이다.’ 깨어 있는 마음만이 우리 자신을 온전히 알게 만들고 성찰하게 하지요. 이것이 아니면 자기변화는 어려워요. 그래서 이 깨어 있는 마음을 훈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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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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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788-9808
 
문현선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문화관련 기획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더디게 수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느리게 해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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