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산 화개사 북녘조망길

작은 섬, 낮은 천장, 내려놓는 마음

2016-12-30     불광출판사

화개산화개사
북녘조망길

작은 섬, 낮은 천장, 
내려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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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 내려왔다는 강화도에서 더 들어가면 교동도가 나온다. 작은 섬이다. 2014년 교동대교가 완성된 후 차로 왕래할 수 있다. 강화만의 건너편은 북녘 땅이라 국군이 통행자의 신분을 확인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교동도는 옛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수도로 들어오는 해상교통의 요지라 조선시대 때는 삼도통어사를 교동에 두었다. 현재의 남산포 선착장 위치가 그곳이다. 남산포 선착장에서 오래된 시골 골목과 논밭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면 교동읍성 남문이 나온다. 1629년 축조되어 동남북 세 곳에 성문을 두어 430m를 둘렀던 읍성은 현재 남문만 남아 있다. 이마저도 자연재해로 인해 현재는 홍예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이정표를 따라 화개산華盖山의 향교를 향해 걷다보면 비석군이 나온다. 교동도 내에 흩어져있던 40기의 비석을 모아 관리하고 있다. 비석군 우측 길로 10분 정도 걸으면 교동향교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인 교동향교는 1127년 안향이 왕후를 호종하여 원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묘를 세워 공자와 주자의 상을 봉안하였다. 창건 당시 화개산 북쪽에 있던 것을 조선 중기 현재의 위치로 옮겼으며 1980년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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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를 나와 왼편 샛길을 따라 걸으면 금방 화개사華盖寺가 나온다. 화개산의 화개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조계사의 말사이다. 여말선초의 목은 이색(1328~1396)이 즐겨 찾았다는 화개사는 한때 폐사된 적도 있으며, 1967년 불에 타 없어진 것을 이듬해에 중수하여 오늘에 이른다. 낮은 대웅전 안의 작은 불상을 보려 허리를 숙인다. 오히려 무릎을 꿇는 것이 편하다. 절로 마음을 내려놓는다. 

화개사는 대웅전과 팔각원당형 부도 1기가 놓여 있다. 작은 절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자연의 것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탁 트인 시야로 넓은 바다가 보이고,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의 소나무가 대웅전 좌측으로 훤칠하게 뻗어 있다. 화개사를 지나 화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평탄하여 산책하기 좋다. 화개산의 고도는 260m 정도로 높지 않아 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화개산에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되었던 봉수가 있으며 지금도 하부 석축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정상에서는 북녘이 보이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망향제를 지내기도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교동도는 오래되었다. 낮고 낡은 것들의 풍경이 작은 섬 안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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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포 선착장 → 교동읍성 → 비석군 → 교동향교 → 화개사 → 화개산 정상>까지 이르는 화개산 북녘 조망길은 약 4km이며, 주변을 둘러보며 가도 1시간 20분이면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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