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승과 걸어온 공부길

2016-12-30     불광출판사

두 스승과 걸어온
공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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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어쩌면 마지막 사진일 수 있다. 은사 혜해(1921~) 스님의 손을 꼭 잡았다. 단지斷指한 손은 작고 거칠었다. 작은 몸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은사스님은 해방 전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으로 출가한 이후 당대의 선지식들인 효봉, 성철, 향곡, 청담, 구산 스님에게 법문을 듣고 화두참구의 지도를 받았다. 70년대 초 당시 향곡 스님이 주석하고 있던 신라 이차돈 순교성지인 경주 흥륜사에서 선원장을 맡아 비구니 전문 수행도량으로 정착시켰다. 그때 갓 출가한 법념 스님은 향곡 스님(1912~1978)을 3년 동안 시봉했고, 이 인연으로 현재 불교신문에 1년이 넘게 ‘향곡큰스님 일화’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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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출가한 뒤 선방에서 15년을 보냈다. 은사스님과 향곡 스님의 인연으로 참선은 오랜 공부 길이 되었다. 향곡 스님은 시자를 위해 좀처럼 쓰지 않은 붓을 꺼내 일연선사와 대각국사의 시를 써 주었다. 한번 정진하면 누구보다 늦게 일어섰고, 잠을 줄였다. 몸은 마음을 넘어서지 못했다. 몸은 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분심憤心이 앞섰다. 결국 허리는 몸을 더 이상 앉을 수 없게 만들었다. 50세. 늦은 나이였지만, 일본으로 공부를 떠났다. 또 다른 공부 길이다. 일본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베껴 썼다. 화두 참구하듯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세간과 출세간의 경계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했다. 불교는 사람이 사는 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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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유학 시절 우연히 아플리케applique를 봤다. 바탕천 위에 작은 조각 천을 오려 붙이고 실로 꿰매는 서양의 자수법. 그 기억이 유학을 끝낸 후 이곳 흥륜사에서 다시 피었다. 쓸모없이 버려진 천. 부처님 분소의가 그러했을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에 오히려 눈이 간다. 마음이 따라 간다. 몸이 움직인다. 버려진 천과 야생의 꽃들. 어울렸다. 수를 놨고 하나 둘씩 늘어나니 지인들에게 줬다. 남들이 예술이라고 하는데, 부끄럽다. 야생화 자수전 기금으로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좋은 일이다. 두 스승도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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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념스님
경주 흥륜사 한주. 1945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1972년 혜해慧海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6년 수원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1977년부터 15년여 간 내원사, 석남사, 대원사, 동화사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했다. 1992~2001년 일본으로 유학, 교토 불교대학교를 거쳐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02~2013년 동국대 경주캠퍼스 강사를 지냈다. 일본 유학시절 눈여겨보았던 자수와 
색채를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야생화 자수전을 2008년, 2009년, 2016년에 열었다. 
2013년 동리목월 신인문학상과 2014년 전국수필대전 장려상을 받은 문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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