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정신치료] 지혜로 살아가기 2

2016-12-30     전현수

지혜로 살아가기 2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은 어떤 조건에도 우리가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먼저 건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건강할 땐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문제는 건강하지 않을 때입니다. 우리는 건강하지 않을 때도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지 않을 때 찾을 수 있는 좋은 점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건강하지 못할 때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또 아프다는 사실을 싫어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왜 내가 아프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 이것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과의 법칙에 의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는 것을 출발점으로 다른 현상도 그렇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이것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두 번째는, 사실 몸은 내가 준 대로 받고, 내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가는 겁니다. 그 결과 몸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기회고, 그걸 잘 고치면 다음에 안 아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몸이 아프게 되면 휴식을 취해야 되지 않습니까? 휴식을 취하게 되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프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건강할 때는 몸이 내 말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도 건강하면 내 말 듣는 줄 알아요.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건강하지 않을 때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발전하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무아無我라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다섯 번째는 아파보면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그냥 멀쩡하게 걸어 돌아다니면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면서 건강한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여섯 번째로는 아플 때 삶이 유한하고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플 때 내가 원하지 않는 아픔이 찾아오듯이 원하지 않는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절박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아프면 우리가 아프지 않을 때 가졌던 욕심 같은 게 다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정말 아플 때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쓸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돈도 마찬가집니다. 아까 말한 대로 돈 없을 때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면, 돈 없는 것을 환영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돈을 번다는 거는 남에게 뭔가 해줬다는 겁니다. 내가 남이 필요한 것을 줬다는 것이죠. 그걸 주려면 나는 시간을 투자해야 됩니다. 그래서 나에게 돈이 없다는 것은 나한테 시간이 많다는 겁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그 소중한 시간이 우리에게 많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사실 돈이 많을 때 우리가 뺏기는 것도 많습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풍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생활 속에서 재미나 가치 같은 게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굉장히 가치와 재미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에 이어, 비교를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볼 때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비교합니다. 초기 경전인 『숫따니빠따』에 비교에 관한 게 많이 나옵니다. 비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 낫다.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하다. 같다. 이 비교라는 것을 한마디로 하면 남이 내 인생에 들어와 있는 겁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필요한 일 하고, 힘들면 쉬고 해야 되는데 남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나에게 맞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비교가 없어지면 온전하게 자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비교에서 정말 벗어나려면 비교가 어떤 조건 상태에서 일어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비교하는 나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교를 할 때 어떤 것을 하나 콕 집어서 비교합니다. 남과 비교하는 데, 남이 가진 전체를 절대로 보지 않습니다. 그 다음은 과정을 보는 게 아니라 결과만을 또는 어떤 과정 중의 일부를 가지고 비교합니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비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체를 보는 훈련을 계속하면 비교는 없어지고, 과정을 쭉 보면 비교가 사라집니다. 제일 좋은 것은 나가 없어지는 겁니다. 남을 볼 때, 내가 없이, 언제나 보는 대상만 열심히 보기만 해보세요.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남을 보게 되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다음의 열여덟 가지에서 충분히 자유롭고, 순리에 맞게, 이치에 맞게, 지혜롭게 하면 힘든 일이 별로 없게 됩니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반응을 건강하게 하는 겁니다. 저는 어떤 사람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다 해서 그거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우리에게 별일이 다 일어납니다. 그 별일이 다 일어난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벌어진 일은 결과입니다. 인과의 법칙을 잘 보면 이 일이 일어날 만한 필연적인 원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걸 통제하려고 그래요. 이건 통제가 안 됩니다. 그럴 때 우리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새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두 번째가 부탁과 거절에 자유로운 것입니다. 살다보면 부탁해야 할 때도 있고 거절해야 할 때도 있는 데, 이게 잘못되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저는 부탁과 거절이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탁을 해달라는 것으로 생각하면 부탁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내 형편이나 상황을 알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훨씬 나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내 형편이나 상황을 알아야 도와주죠. 어찌 보면 알리는 건 나의 책임이에요. 듣는 사람도 그냥 ‘사정을 알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하겠다.’고 하면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볼 때는 해줄 수 없는 건 해줄 수 없어요. 또 뭔가 억지로 해주려고 해도 오래 가지도 못합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똑같으면서 서로 간에 힘만 들고 그것을 계기로 인간관계까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인사를 잘 하는 것입니다. 인사라는 것은 내가 당신에게 나쁜 마음이 없다, 친하고 싶다, 관심이 있다, 같이 가고 싶다, 돕고 싶다, 이런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인사를 먼저 할 때 인간관계를 주도하는 거예요. 인사하고 나면 그 다음은 신경 안 써도 되잖아요. 그런데, 인사 안 하면 신경이 쓰입니다. 어디 가서 만날 때 찝찝하고요. 인사 안 하면 다른 사람은 오해도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무시하나? 등 여러 가지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도 적절하게 해야 됩니다. 가깝고 먼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인사해야 합니다. 오버하는 건 좋지가 않아요. 불편하게 합니다.

네 번째는 거짓말 안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한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거짓말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잘못했을 때 진실을 말하면, 그 잘못한 것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고등학생인데 학원 안 가고 영화 보고 왔어요. 영화 보고 싶어서 학원 안 가고 영화 봤다고 하면 당장은 야단을 맞겠지만, 그 학생에 대해서 굉장한 신뢰를 가집니다. ‘야, 우리 아들 대단하다. 영화는 보러 갔지만 대단하다.’ 그런데 거짓말하는 사람은 그걸 몰라요. 부모가 진짜로 걱정하는 것은 애가 학원 안 가고 영화 보러 갔다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이 더 걱정입니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면 하나도 힘 안 들어요. 거짓말은 뭔가 조작이 있어야 되고 만들어야 되거든요. 힘들어요. 그 순간은 넘어갈지 모르지만, 뭔가 석연찮아요. 나중에 결국은 드러납니다. 거짓말은 제가 볼 때 성공 못해요. 거짓말할 때 분위기, 행동, 표정, 말투, 이것들이 ‘우리’라는 컴퓨터에 걸리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지만 진실은 결국 드러납니다. 유태인들의 격언에 ‘거짓말쟁이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벌은 그가 진실을 말했을 때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이다.’라는 게 있습니다. 거짓말은 엄청 손해 보는 겁니다.

다섯 번째는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약속이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왜냐면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쉽게 약속하고 쉽게 어기는 사람들 있습니다. 쉽게 한 약속이니까 쉽게 취소해요. 저에게서도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고쳤냐면, 한 20년 전 이야기인데, 쉽게 약속하니까 어겼다는 것을 알고 약속을 하면 무조건 지켰어요. 이 원칙을 딱 세우면 쉽게 한 약속을 지킬 때 힘들겠죠. 그게 자꾸 계속 되면 나중에 약속할 때 지킬 게 딱 떠올라요. 약속할 때 지킬 걸 생각하면 약속할 때 신중해집니다.

여섯 번째는 대화를 잘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할 때 마음가짐을 이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일대일 공평한 마음이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대일 대화는 내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그러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게 좋습니다. 충분히 말하고 내가 충분히 말한 만큼 상대방 말을 충분히 들어주겠다는 그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시작하면 저 사람이 충분히 말하게끔 들어줍니다. 그 다음에 내가 충분히 말합니다. 그 사람과 내가 충분히 말하고 난 뒤에 또 말할 거리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 누가 먼저 시작하든 먼저 시작한 사람이 충분히 말하고 다음 사람이 충분히 말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상대가 들어서 유익하거나 듣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가 말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말이 없으면 그냥 들으면 됩니다. 대화에 힘든 사람을 보면 할 말은 없으면서도 말하고 싶어 합니다. 또 말을 안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들을 때는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들으면 됩니다. ‘살아가는 데 힘이 필요하다. 힘은 경험에서 나온다. 내가 한 경험은 한계가 있다. 상대방의 경험을 듣는다.’ 이런 마음으로 듣습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마치 듣고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또 상대방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편안히 있으면 됩니다. 침묵을 즐기면 됩니다. 편안하게 있으면 절대로 싫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자기 스스로가 재밌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 있으면 누구든 재밌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 사람이 우리를 다 재밌게 해주면 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전체 속에서 적절한 자기 위치를 찾는 게 좋습니다. 오늘 어떤 사람이 생일이다 하면 자기는 박수 쳐주는 위치에 있는 게 좋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중심이 되고 싶어 합니다. 어디서나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있으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또 말할 때 내 마음이나 내 반응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비난하면 문제가 됩니다. 자기 반응을 이야기하면 ‘너 왜 그렇게 느꼈어?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일곱 번째는 공평하게 사는 것입니다. 공평한 것은 인간관계의 근본입니다. 우리는 자꾸 우리 중심이 됩니다. 사람들이 제일 민감한 게 ‘저 사람이 나를 정말 공평하게 대하나 안 하나.’입니다. 공평하게 안 하면 거부감이 듭니다. 나도 존중하고 남도 존중하며, 나와 남을 공평하게 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진정한 존중입니다.

여덟 번째는 인간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어떤 사람이 싫으면 그냥 단절해버립니다. 나중에 보면 주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 이 사람과 불편하다, 손해다.’ 하면서 끊고, 끊다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우리는 살면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친밀감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멀리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안 만났으면 하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닙니까?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다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전현수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의대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 미얀마에서의 위빠사나 수행을 비롯한 수개월의 집중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생각 사용 설명서』, 『마음 치료 이야기』, 『울고 싶을 때 울어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