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의 힘, 나를 바꾸다

참선 수행 이헌건 불자

2016-11-07     김성동

참선의 힘, 나를 바꾸다

 
참선 수행
이헌건 불자
 
 눈을 떴다. 아직 밖은 여명이다. 방석을 폈다. 반가부좌半跏趺坐.  고요하게 나를 마주하며, ‘이뭣고’ 화두에 집중한다. 10분의 참선參禪. 아주 잠깐이지만, 이 시간을 몸에 익히기에는 몇 개월이 걸렸다. 이헌건(57) 씨. 처음에는  몇 분만 앉아도 온갖 잡념들이 헤집고 들어왔다. 어느새 화두는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이젠 제법 화두에 집중이 된다. 호흡은 편하게 한다. 참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거나, 호흡을 세거나, 가부좌를 한다거나 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지금은 앉기 가장 편한 상태인 반가부좌를 하고, 호흡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집중할 것은 오직 화두 하나, ‘이뭣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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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선과 만난 후 달라진 것들
그는 참선한 지 이제 1년이 막 지났다. 작년 7월 조계사 생활참선 입문반에서 처음으로 ‘참선’이란 것을 시작했다. 조계사에서 기초교리반과 불교대학 2년 과정을 졸업했지만, 불교의 가르침은 머릿속에만 맴돌 뿐이었다.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부처님께서 무엇을 말씀했는지, 책과 강의를 통해서 접했지만, ‘호기심’을 채우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식만 있을 뿐이다. 불자로서의 신심이 일어나지 못했다. 그 무렵 조계사 마당을 거닐다가 ‘생활참선’ 포스터를 봤다. 바라는 마음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인因과 연緣이 만나서 ‘사건’이 일어난다. 삶 속에서 이런 사건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포스터를 봤지만, 대부분 지나친다. 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인연은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생활참선이라는 사건이 그의 삶으로 들어왔다. “불교대학까지 졸업했지만, 무엇인가 늘 부족하고,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활참선’이란 말이 참 좋았습니다. 그냥 참선이 아니라, ‘생활’참선이라니까, 왠지 많이 끌렸습니다. 등록을 하니, 의외로 많았습니다. 45명 정도였는데, 이분들과 함께 참선한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생활참선 14기로 입문했다. 생활참선인데, 텍스트가 성철 스님 『백일법문』이었다. 참선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불교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중요했다. 반복해서 읽으라는 주문을 받았다.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제법 불교 교리를 안다고 했지만 교리는 낱알처럼 각각 떨어진 채 머릿속에 있었다. 『백일법문』을 반복해 읽으면서 부처님 법은 ‘중도연기中道緣起’로 모아졌다. 교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교학과 참선이 병행되면서, 몸과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교입선捨敎入禪인 셈이다. 
 
“우선은 쓸데없는 곳에 눈을 덜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참선반 텍스트인 『백일법문』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백일법문은 10번 이상 읽으라고 했는데, 저는 3번 정도 읽었습니다. 이전에는 불교대학까지 나왔으니까 아는 체도 많이 하고,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참선반에 들어와 백일법문을 읽고, 강의 듣고, 참선하면서 내가 그동안 불교를 맛보기한 것으로 떠들고 다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죠. 오히려 교리도 정립되고, 마음도 차분해졌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참선을 하는 것 자체로 많은 생활 리듬을 안정시켰다. 그뿐 아니라, 그와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도반. 모든 수행이 그러하듯이 함께 공부하는 도반은 중요하다. 불교는 더욱 그러하다. 아난이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이야말로 청정한 삶의 절반”이라고 말하자, 부처님께서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라.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참선 공부는 도반이 함께 하기에 더욱 밀고 갈 수 있었다. 도반들과 함께 하면서 경책도 받고, 나태해지는 마음도 다잡는다. 안성 대원사로 정기 수련회를 갔을 때였다. 한 보살님이 법당을 청소하고, 음식도 나르고, 방석도 깔고 있었다. 당연히 대원사 보살님으로 알았다. 마침 화장실 휴지가 없어서 그 보살님에게 휴지 좀 걸어달라고 말했다. 웃으며 예, 하고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갖고 왔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보살님은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었다. 한 거사님은 강의 때마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열심히 공부하는 분으로만 알았는데 칠판을 지우는 역할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이었다. 이렇듯 참선공부가 익을수록 몸과 마음이 달라진다. 배려와 친절이 몸으로 나타난다. 참선반을 졸업한 도반들 중에는 봉사 활동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들려준다. 대개 이런 분들은 매일 참선과 108배를 함께 수행한다. 그는 다른 도반들에 비해 아직 몸에 배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런 도반들은 그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꾀를 내지 않고 참선 수행하는 아주 중요한 동기이기도 하다. 
 
| 바른 스승, 바른 도반
지금 참선반은 이제 『성철 스님 생활참선프로그램』으로 체계성을 갖추고, 동국대 평생교육원과 불교인재개발원에서 ‘입문반’과 ‘심화반’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찰이란 공간을 벗어나 더욱 대중에게 다가선 것이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과 육조혜능 스님의 『육조단경』이 주요 텍스트다. 
 
참선 수행을 하면서 가장 달라지는 모습 하나를 짚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한다. 
 
“얼굴과 말투가 달라집니다. 그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도반들의 모습을 보고, 또 대화하면서 알게 됩니다. 도반들 얼굴이 처음과 달리 아주 많이 맑아졌습니다. 보살님들은 얼굴이 아주 예뻐지셨습니다.(웃음) 저 역시 사람들과 언쟁도 많이 하고, 지적질도 많이 했습니다. 고집도 아주 셌죠. 아마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신 중도를 좀 알게 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죠. 그들도 부처이고, 그들의 눈에 보면 저도 문제가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런 것을 알게 됐죠. 음, 없어졌다기보다 줄었다고 할 수 있죠.”
 
정기수련회 때에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 용맹정진에 들어간다. 용맹정진이라고 하지만, 생활인이기 때문에 2~3시간 정도 간단한 수면은 취한다. 그래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올해 산청 겁외사 수련회 때는 화두를 들면서 ‘삼매’의 경험도 했지만, 그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경책을 받았다. 느낌이 아주 좋았지만 그것 또한 집착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갈 길이 멀었다고 말한다. 한번은 문경 봉암사에 도반들과 함께 수련회를 가서 적명 스님께 법문을 들었다. 도반들이 수행하면서 느꼈던 궁금증을 쏟아냈는데, 스님은 아주 진지하고, 오래도록,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도반과 스승의 중요함을 다시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선에 입문하는 데 가장 장애 요인은 바른 스승과 바른 도반을 만나지 못해서다. 역대 선지식들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말이다. 선에 입문하려는 재가자들은 지금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할 바른 스승과 도반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볼 일이다.
 
인터뷰하는 그의 옆에는 성철 스님의 『신심명・증도가』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심화반 텍스트 중 하나이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을 지낸 원철 스님으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다. 바른 불교관 위에 참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백일법문』은 교학을 중도로 수미일관하게 회통한다. 이제 참선 입문 2년차인 그에게 중도와 참선은 어떤 관계일까? “아직 저에게는 어려운 문제인데요. 제 나름대로 배운 것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화두를 들고 있지만, 교수님들이 늘 생활 속에서 중도를 실천하라고 하시거든요. 제가 화두를 아침에 들고 있는 것은 늘 화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참선은 조용한 공간에서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아직 화두가 성성하게 살아 있지 않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