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절 수행 전상삼 불자

참회의 108배에서 감사의 108배까지

2016-11-07     김우진

 

참회의 108배에서 감사의 108배까지
 
절 수행 전상삼 불자
 
 전상삼(74) 포교사는 108배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잠에서 깨면 방 한쪽에 방석을 깔고 마음을 다잡아 절을 한다. 가족과 주변 도반들, 인연들, 세상 만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마음으로 나보다는 모두를 위해 기도하며 살겠다고 매일 아침 서원한다. 다른 수행과 다르게 육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따로 시간 내어 운동을 하지 않아 좋고, 이렇게 수행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불교를 만난 것부터 믿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것까지 모두 아내의 권유에서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108배로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공무원 재직 때부터 현재까지 3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세상 진리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불교를 알아가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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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병, 참회의 108배
 
2008년 아내가 전신 폐결핵으로 입원했다. 중증환자로 분류돼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병세는 차도가 없었고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악화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12월, 1차 뇌수술이 실패하여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었고 의사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아내를 위하여 다른 일들을 중단했다. 아내 옆에서 간병인이 되기로 했다. 세상 누구보다 아내를 잘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었다.
 
“이른 새벽이면 아내의 대·소변 처치와 간밤의 상황들을 확인한 뒤, 옆 환자 보호자와 간호사에게 아내를 잠시 부탁하고 지하 법당에 내려갔습니다. 부처님께 청정수를 올리고 새벽예불과 108배를 올렸어요. 참회의 기도였죠. 아내에게, 그리고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참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아내에게 잘못한 일들을 반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절했습니다.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아내를 간호했어요.” 
 
참회의 108배를 올리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가 보여준 사소한 배려,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나의 모진 말들, 미묘한 차이를 모르고 조금씩 어긋나 마음에 상처를 줬을 순간들이 떠올랐다.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 아픈 아내와 겹쳐지며 눈물이 나서 108배를 하면서도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그대로 방석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매일 참회의 108배를 올렸다.
 
“다음해 초에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정말 기적과 같은 순간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아내는 여전히 침대에서 누워서 간신히 숨만 쉬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각종 후유증으로 시력 장애와 청력 장애, 연하 장애, 지적사고력 장애, 기억력 장애 등 각종 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어요. 아내는 ‘노인장기요양보호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 아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아내의 옆을 지켰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누워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처님께 바랐습니다. 의식이 돌아와 앉을 수 있기를, 설 수 있기를, 걸을 수 있기를, 예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기를 도와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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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배, 감사의 인연

부처님 앞에서 절하고 기도하며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았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만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병원에서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있던 중앙대 병원 법당의 지도법사이신 지현 스님과 인연이 되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 내 병원법당에 나가 봉사하며 아내와 같은 환자들에게 불법을 전했다. 화요일에는 고려대학교 구로 병원법당에서, 목요일에는 중앙대학교 병원법당에서 남들을 위해 봉사했다. 법당에서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나와 아내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각계로부터 기증받은 「불광」지 등을 들고 환자들에게 전하면서 상담도 해주고 말동무를 했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와 환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매일 아침 108배 드릴 때 아내는 물론이고 병환에 걸린 사람들 모두 훌훌 털고 일어나길 빌었다.

부처님의 가피일까. 아내의 몸은 호전되어 갔다. 3년의 시간 동안 꾸준한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찾았다. 아내에게 고마웠다. 참회의 108배를 듣고 얼른 나아준 것 같았다. 108배를 하면서 너무 좋았다. 아내가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감사했다. 불과 3년이었지만 불교에 귀의한 30여 년의 시간 중에 부처님 인연 연기를 절실히 체험한 시간이었다. 이전과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마음의 변화를 느꼈고, 세상 고마움을 알았다.

이제 참회의 108배가 감사의 108배로 변했다. 아내와 스승, 도반, 주변의 인연, 세상 만물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침이 밝아오면 전 포교사는 몸을 일으켜 108배를 준비한다.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하며, 한 배 한 배 정성 담아 감사의 마음을 낸다. 108배가 끝나면 차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포교사로서 일을 한다.

“포교사단 통일팀에서 북한 새터민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합니다. 대부분의 새터민이 개신교 목사들을 통해 우리나라로 오기에, 불교를 전법하기 쉽지 않아요. 새터민들이 새로운 곳에서 부처님 말씀을 접하길 바라고, 또 인연이 되어 오는 이들에게 불법을 전합니다. 새터민들과 포교당에서 예불도 드리면서 함께 108배를 올리죠. 아내와 제가 겪은 일들을 먼저 이야기 해주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었어요. 새터민들도 모두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아픔을 나누면서 함께 수행하는 도반처럼 지냅니다.”

처음 불교에 귀의한 것부터 부처님 말씀 공부하고 매일 108배를 하며 부처님 가피를 느낀 것까지 모두 인연이다. 그렇게 108배 인연이 참회에서 감사로 바뀌면서 처음 불교를 접했을 때보다 마음 상태가 많이 변했다. 절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 더 내려놓고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은 온통 감사할 것으로 가득했다.